‘댄싱9′ 마스터 더키, 이용우, 박지은, 우현영, 박지우, 팝핀제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댄싱9’이 감동을 주는 것은 인간의 몸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댄싱9’은 대중음악의 댄스에만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현대무용, 댄스스포츠,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거리에서 자기만의 춤 세상을 열었던 스트리트 댄서들의 끼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노래 부르는 오디션의 부수적인 장치로만 여겨졌던 춤을 다시 본래의 감동을 주는 위치로 올렸다. 댄스계에서 내로라하는 위치에 있는 ‘댄싱9’ 마스터들도 “방송의 힘은 대단하다”며 ‘댄싱9’으로서 달라진 무용의 위상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춤을 잘 추려면 몸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댄싱9’이 보여주려 했던 춤의 향연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흘러가진 않았다. 방송 초반 불거진 마스터의 심사 자격 논란 같이 춤이기 때문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에 대한 오해도 생겼다. 하지만 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앞에 ‘댄싱9’을 공격하던 날카로운 창도 점차 무뎌지고 있다. 이쯤에서 ‘댄싱9’ 마스터들에게 그동안 쌓인 궁금증에 대해서 직접 묻고, 시원하게 답변을 받았다.
퓨젼미션 당시 멋진 춤을 보여줬던 김광호 참가자의 팀
‘댄싱9’을 통해 깨진 편견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춤을 잘 추기위해서는 몸이 좋아야 한다는 것. 물론 ‘댄싱9’에서는 훤칠한 키의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참가자들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친숙한 몸매로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김광호 같은 참가자도 있다. 더키 마스터는 “김광호씨 같은 경우에는 몸매가 통통하다. 하지만 열정, 끼, 테크닉 등 몸매가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매력이 발산돼도 멋있게 보인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팝핀제이 마스터는 “스트리트 댄스 같은 경우에는 신체 조건은 상관없다. 사람이 어떤 몸을 가지고 춤을 추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 몸에 맞게 얼마나 자기만의 춤을 출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지은 마스터는 “신체조건이 나쁘다고 해서 춤을 못 추는 것은 아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할 수 있다. 노력이 없으면 아무리 체격조건이 좋다고 해도 좋은 춤이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마스터들은 몸매를 평가한 발언으로 방송 초반 구설수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속 시원히 이야기했다. 팝핀제이 마스터는 “가수들을 평가할 때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댄서들이 춤추는 사람을 평가할 때 ‘내가 좋아하는 몸매야’라고 하는 게 왜 성적으로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우현영 마스터는 “해외 유명 무용단의 경우에는 무용수를 뽑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몸매까지 심사한다. 몸매는 유전의 영향도 있기 때문에 무용수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서 춤을 잘 추려면 몸이 좋을 필요는 없지만 대기업 같은 무용단에 들어가기 위해서 몸에 대한 기준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춤까지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함께 합격하지 못해 슬퍼하는 팀
일각에선 ‘댄싱9’에 대해 이제 춤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소재로 삼는 것에 대해 혀를 내두르곤 한다. 극한의 서바이벌 환경에서 궁지에 몰리는 참가자들을 보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쟁쟁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다음 레벨 진출자를 선택해야만 하는 마스터들의 마음도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우현영 마스터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무용수들에게 이미 오디션은 생활화됐다. 콩쿠르나 대회에 나가는 것도 오디션의 일환이고, 학교나 무용단에 들어갈 때도 오디션을 본다”며 서바이벌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경쟁의 상황에서 보이는 참가자들의 태도를 더 살펴본다고. 이용우 마스터는 “커트라인 아웃을 당해서 자존심 상해하는 참가자들도 보인다. 겸손하지 못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많은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우현영 마스터는 “클래식 무용을 전공한 참가자들은 당황할 수도 있다. 이미 각종 대회에서 1등, 대상 아니면 금상을 타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댄싱9’에서 또 심사를 받는다고 하는 건 그 친구들 입장에서 힘들 수도 있다. 국제 콩쿠르에서 1등한 친구가 여기서 커트라인 아웃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자존심 상할만하다. 서바이벌이 부담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생활이니까”라며 “우리나라는 ‘1등 아니면 안돼’라는 생각이 많아서 문제”라고도 말했다.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점에 대해서도 많은 말이 오갔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2’에서 우승을 했던 팝핀제이 마스터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봤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이 될 수가 없다. 모든 것들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 똑같은 상황에서 경쟁을 하는 거 자체가 나중에 돌아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현영 마스터도 동의를 표하며 “우리가 춤을 추면서 속도 상해보면서, 사기도 당해보던 경험을 평생에 걸쳐서 배워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댄싱9’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고통을 겪어간다. 그 고통은 나중에 굉장한 성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진짜 이 시간이 굉장히 값지다”고 말했다.
# ‘슈퍼스타K’에 이은 또 다른 사연 팔이?
미션 도중 공연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선태
‘춤의 슈퍼스타K’라고 불리는 ‘댄싱9’이지만, ‘슈퍼스타K’처럼 예선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사연을 강조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스터들은 모두 절실함이 있어야 춤을 잘 출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댄싱9’ 5회에서도 박지은 마스터는 직접 심사평에서 “무대에서는 절실한 사람이 최고의 표현을 한다”고도 말했다. 마스터들은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 많다는 것도 설명했다. 우현영 마스터는 “노래에 대해서는 감히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끔 혼자 노래방에서 연습하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 중에서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며 “무용은 전문가의 조언이나 트레이닝을 거치지 않으면 티가 난다. 아무리 좋은 재목이라도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절대 프로가 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박지은 마스터는 “전문가의 교육을 위해, 좋은 학교에서 배우기 위해 교육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을 팔고…절실하게 춤을 추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안타까운 사연들이 자연스럽게 많을 수밖에 없다”며 “진정성이 없으면 근성이 없다. 표현할 때도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지은 마스터는 자신의 심사기준은 근성에 뒀다.‘댄싱9’의 우승혜택으로 단독 공연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춤추는 사람들의 절실함을 반영한 것이다. 댄서들은 누구나 자신의 춤을 추는 무대를 꿈꾼다. 우현영 마스터는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수천만 원이 든다. 우승팀에게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최고 무용학교 유학비 자금? 연습실 지원? 학원을 차려줘야 하나? 등등. 하지만 그들만의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댄서들에게 최고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지은 마스터도 “연습실은 연습하라고 주는 것, 학원은 돈 벌라고 하는 것, 무대는 그들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제지간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우현영 마스터는 “공연을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댄서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학원뿐이다. 학원을 만들어 제자들에게 일을 줘야 하고, 그 돈을 또 모아서 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논란을 두려워했다면 이런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춤의 대중화’를 위한 마스터들의 의지가 돋보였다. 춤을 사랑하고, ‘댄싱9’에 진정성을 담으려는 마스터들의 애정이 한껏 묻어났다.
* 레드윙즈 마스터 : 박지우(MBC ‘댄싱 위드 더 스타’ 출연, 서울예고 발레 전공 영국 라반센터 현대무용 전공, 동양인 최초 월드 라틴컵 3위 입상), 우현영(예원학교와 서울예고 발레 전공, 프로 무용단 포즈 댄스 시어터 예술감독 및 상임 안무가), 팝핀제이(본명 이재형, 프랑스 저스트데붓 팝핀 부문 챔피언,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2 출연 최종우승) 블루아이 마스터 : 이용우(배우, 한예종 무용 전공, 현대 무용단 LDP 단원), 박지은(MBC ‘무한도전’ 출연 및 ‘댄싱 위드 더 스타’ 안무 총감독, 서울종합예술학교 무용예술학부 전임교수), 더키(본명 김덕현, 비보이 세계 챔피언 출신, 레츠댄스 아카데미 대표 및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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