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세요? 방송을 보는 내내 귓가를 맴돌았던 음악이. 어떤 음악은 백 마디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고, 어떤 노래들은 손때 묻은 오래된 필름사진처럼 아릿한 추억으로 가슴 속에 자리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제는 방송과 음악은 따로 떼어두고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는 증거겠죠? 한 주간(2013.08.12.~2013.08.18.)의 방송계 이슈를 프로그램에 삽입된 가요로 알아봤습니다. DJ 텐이 내 멋대로 뽑아본 방송가요 주간 차트 TOP5! 꽃보다 아름다웠던 할배들의 마지막 유럽 여행기와 17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SNL 코리아’를 떠난 김슬기 씨의 이야기가 1, 2위를, 꾸준히 군대식 먹방을 선보인 ‘진짜 사나이’와 시청자에게 무도를 맡겨버린 ‘무한도전’이 각각 3, 4위에 랭크됐습니다. 가을 편성을 앞두고 평가전을 치른 SBS 파일럿 프로그램 ‘슈퍼매치’도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주, 프로그램 속 최고의 순간을 장식한 방송가요를 뽑아봤습니다.
tvN ‘꽃보다 할배’ 마지막 회 방송 화면 캡쳐
1. ‘걷고 싶다’ – 조용필 19집 ‘Hello’“이런 날이 있지 물 흐르듯 살다가/행복이 살에 닿은 듯이 선명한 밤…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너와 걷고 싶다 너와 걷고 싶어”
10. tvN ‘꽃보다 할배’ 마지막 회. 때로는 연기자 선·후배처럼, 가끔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가끔 불쑥 튀어나오는 연륜에서 묻어나는 인생의 지혜는 ‘꽃할배’만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짧았던 여행 기간이었지만 진심으로 선생님들을 모셨던 서지니와 완고하지만, 생각만은 열려있는 큰 형님은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터놓게 되었습니다. 이미 카메라는 안중에 없는 듯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들의 뒷모습은 스위스의 아름다움과 함께 한 폭의 풍경화처럼 시청자들에게 기억될 듯합니다. 한국에서의 생각들은 모두 내려놓고서 어느새 발을 맞춰 걷는 기분, 여행 중에만 얻을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요? 따뜻하고 사람 냄새 물씬 풍겼던 그들의 모습을 보니 ‘꽃할배’ 대만 편이 더욱 기대됩니다.
tvN ‘SNL 코리아’ 코요태 편 방송 화면 캡쳐
2. ‘석별의 정’ – 경음악“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어디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다시 만날 그날 위해 축배를 올리자”
10. tvN ‘SNL 코리아’ 코요태 편.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슬기는 그렇게 ‘SNL 코리아’의 마지막 방송을 맞이했습니다. 김민교는 편지로 “머리도 크고 팔다리도 짧은 애가 험한 바깥세상에서 얼마나 버틸지 걱정이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고, ‘SNL’에 복귀한 유세윤은 “슬기야, 죽지 마!”라고 그녀의 성공을 빌어줬습니다. 정성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아쉬움 마음을 속으로 삼켰고, 신동엽은 “다음에 호스트로 출연하라”며 끝까지 ‘SNL’다운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아, 정녕 우리는 더는 그녀의 노래를, 그녀의 연기를, 그녀의 눈물을, 그녀의 어설픈 춤을, 그녀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걸까요. SNL과 함께한 지난 2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안녕, 김슬기.”
MBC ‘일밤-진짜 사나이’ 이기자 부대 편 방송 화면 캡쳐
3.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 – 마마스 앤 파파스(The Mamas&The Papas) ‘If You Can Believe Your Eyes And Ears’“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ey(나뭇잎마다 겨울빛이 완연하고 하늘은 희뿌연 잿빛을 띠고 있네)/I’ve been for a walk On a winter’s day(어느 한 겨울날 난 산책하러 나갔었지)/I’d be safe and warm If I was in L.A.(LA에 있었더라면 걱정 없이 따뜻하게 잘 있으련만)/California dreaming On such a winter’s day(그런 겨울날 나는 캘리포니아를 꿈꿔봅니다)”
10. MBC ‘일밤-진짜 사나이’ 이기자 부대 편. 정예 수색 훈련 마지막 점심, 그곳에는 ‘2013년 개선식 군대리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기병사 얼굴도 가릴만한 큼지막한 빵에 마요네즈, 양상추, 양파, 피클, 순닭가슴살 패티, 소스를 넣으면 완성! 군 요리 전문가 류수영 일병은 여기에 ‘군퍼’라는 이름을 붙였고, 샘 해밍턴 일병은 “크기는 두 배, 맛은 세 배 좋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류수영 일병은 ‘군퍼’에서 미국 서부 고속도로의 이미지를 끄집어냈고, 때마침 흐르는 ‘캘리포니아 드리밍’ 수색대대에 찾아온 미국 서부의 향기는 브라운관을 넘어 시청자들에게까지 전달된 듯합니다. 매회 화려한 볼거리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는 ‘진짜 사나이’표 먹방. 그들이 꿈꾸는 다음 맛 여정 지는 어디일까요?
MBC ‘무한도전’ 무도를 부탁해 편 방송 화면 캡쳐
4. ‘쇼크(Shock)’ – 비스트 2집 ‘SHOCK OF THE NEW ERA’“Every day I shock (shock)/Every night I shock (shock)/I’m sorry 제발 내게 다시 돌아와 줄래/Every day I shock (shock)/Every night I shock (shock)/난 너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oh”
10. MBC ‘무한도전’ 무도를 부탁해 편. ‘무도’를 찾은 12살 예준 군은 말 그대로 ‘쇼크(Shock)’입니다.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는 구성은 ‘무도’가 종종 사용해온 포맷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토록 시청자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이 진행된 적은 무척 드물었습니다. 거기에는 예준 군이 어린아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물론 통통 튀는 아이디어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방송의 중심에 서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예준 군이 보여준 ‘무도’에 대한 순수한 사랑은 감정이 무뎌진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부담되지 않느냐”는 MC 유의 질문에 “부담되지 않는다. 너무 즐겁다”고 대답한 예준 군. 그 순간 가슴 찡한 울림을 느낀 건 저 혼자뿐일까요. 예준 군의 순수함에 동화된 어른들의 배려가 훈훈하게 가슴을 덥힌 한 회였습니다. 앞으로도 ‘무도’에 매일 신선한 쇼크가 가득하길 바랍니다.
SBS ‘슈퍼매치’ 첫 회 방송 화면 캡쳐
5.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 ‘Eden’“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chiaro(환상 속에서 나는 밝은 세계를 봅니다)/Li anche la notte e meno oscura(그곳에서는 매일 밤이 거의 어둡지 않습니다)/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난 하늘을 나는 구름처럼)/Come le nuvole che volano(항상 자유로운 정신을 꿈꿉니다)”
10. SBS ‘슈퍼매치’ 첫 방송. 높은 관심 속에 데뷔전을 치른 ‘슈퍼매치’ 첫 방송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씨엘(CL)이었습니다. 그녀는 선배 가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배를 고르는 영광까지 누렸습니다. 선택받은 이승환은 기뻤겠지만, YB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밴드의 어떤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을 거다’고 생각했던 윤도현의 생각은 이내 상상으로 드러나고, 어느 시 구절처럼 그녀는 떠났고, 결국 왕자에게로 갔습니다. 이때 울려 퍼지던 음악은 ‘넬라 판타지아’ 씨엘은 다음에는 YB와 함께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 YB가 꿈꾸던 ‘환상 속의 밝은 세계’가 꼭 현실이 되길 소망합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tvN,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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