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아. /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루샤오위(원작의 여주인공)에게는 지병이 있지만 정아(한국판 여주인공)에게는 그런 게 없어요. 정아는 성격도 적극적이에요. 원작과 차별화하기 위해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을 만들었어요."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정아 역을 맡은 배우 원진아의 얘기다. 이 영화는 2007년 나온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원진아는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정아는 대범한 장난을 치기도 하고, 통통 튀는 면모도 있다"며 "류사오위와 대비되는 인물을 만든 건 원작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아는 유준(도경수 분)을 먼저 찾아가거나 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 /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하이브미디어코프

원진아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정아의 옷이나 화장, 머리스타일 등에 대해서도 제작진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의상 시안을 찾는 일이나 신바이신(촬영 때 필요한 것을 사전에 정리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서유민 감독과 의상팀이 원진아의 의견을 흔쾌히 받아줘서 옷을 당초 계획했던 것에서 다른 걸로 많이 바꿨다고 한다. 원진아는 "외적으로 묘한 느낌을 주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심지어 촬영 현장에서 바로 옷이 바뀌기도 했다"고 말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 /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하이브미디어코프

원진아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미대생인 정아를 이해하기 위해 집에 실제로 피아노를 들이기도 했다. 그는 "피아노 전공생을 완벽하게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태도와 마음가짐을 조금이라도 배우기 위한 것"이라며 "작품 출연을 마음 먹은 날부터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눈만 뜨면 피아노를 쳤다"고 했다. 원진아는 "그러다 보니 실력이 늘어 나중에는 클래식 한 곳을 외워서 다 칠 수 있는 정도가 됐다"며 "악보도 볼 줄 몰랐던 내가 이렇게 발전한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다"고 했다.

심지어 영화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피아노를 계속 치고 있다. 원진아는 "최근 동네에 피아노 학원이 생겨서 등록했다. 바이엘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며 "피아노 선생님이 '영화가 곧 개봉하는데 당시의 마음가짐을 상기해 보라'고 해서 요즘 더 열심히 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항상 속으로 생각한다. 피아노에게 '열심히 칠 테니까 나 좀 도와줘'라고 빈다"며 웃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 /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하이브미디어코프


원진아는 남자 주인공을 맡은 도경수 배우에 대해 "촬영 기간 내내 서로 의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경수도 나처럼 악보조차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위로가 됐다"고 했다. 원진아는 도경수와 함께 찍었던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유럽 민속음악 '고양이 춤'을 연주했을 때를 꼽았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피아노까지 하는 게 부담이었다. 그래도 고양이 춤 연주 장면은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파트너(도경수)와 같이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라 즐거웠다"며 "혼자라면 조바심 나고 걱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함께 연주하니까 틀려도 재밌고 못 쳐도 웃겼다.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촬영하면서 깨달았다"고 했다.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원작에 비해 멜로에 더 비중을 뒀다는 게 원진아의 설명이다. 그는 "원작은 음악에 무게중심을 뒀다면 한국판은 멜로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며 "사랑을 위해 다른 모든 걸 버린 유준과 정아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김자윤 텐아시아 기자 kj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