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가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이어 영화 '검은 수녀들'로 또 한 번 '장르물 필모그래피'에 방점을 찍는다. 10년 전 작품인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인 만큼, '검은 사제들'과 세계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송혜교, 전여빈의 워맨스 케미가 돋보인다.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검은 수녀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권혁재 감독과 배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이 참석했다.'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544만 명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2015)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권 감독은 "'검은 사제들'을 만든 영화사 집(제작사)에서 오랜 시간 대본을 기획해온 것으로 안다. 대본을 휩쓸리듯 봤다. 강렬했다. 결말에서 오는 여운도 대단했다.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권 감독은 "한 소년을 살리기 위한 숭고한 행동에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연대 의식이 좋았다"며 이 작품의 매력을 짚었다. 그러면서 "구마라는 긴 호흡에서 잊지 않으려 했던 건 특유의 리듬과 긴장감이었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팽팽하게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송혜교는 굽히지 않는 기질과 강한 의지를 지닌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유니아 수녀는 말과 행동도 거침없다. 송혜교는 "부담도 있지만 설레는 마음"이라며 개봉을 앞둔 마음을 털어놨다.
출연 계기에 대해서는 "인연이 닿았던 작품이다. '더 글로리' 후 여러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듯 다시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거의 장르 위주로 보며 고르고 있었다. 마침 '검은 수녀들'을 읽었다. 힘든 도전이고 어렵겠지만 이 작품을 하면 나한테 몰랐던 새로운 표정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궁금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저는 원래 무서운 거 잘 본다.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영화 잘 보고 오컬트도 어머니가 좋아해서 함께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극 중 악령이 든 소년을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니아 수녀. 송혜교는 "가족도 아닌데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더라. 그런데 수녀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저는 수녀님으로 살 수 없었을 것 같다. 유니아 수녀만 봐도 대단한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유니아 수녀는 고민이 있을 때나 심란할 때 흡연하곤 한다. 송혜교는 "제가 비흡연자라 고민이 많았다. 캐릭터만 생각하면 꼭 필요한 일이더라. 영화 들어가기 전 6개월부터 담배를 태우며 연습했다"고 밝혔다. 이어 "첫 신이 빅클로즈업으로 시작되지 않나. 거짓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진 않았다"면서 "영화 찍는 동안 연기 연습도 많이 했지만 담배 피우는 연습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전여빈은 구마에 의심과 호기심을 품은 미카엘라 수녀를 연기했다. 전여빈은 "연기가 액션과 리액션의 향연이지만 미카엘라는 더더욱 리액션이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 상황을 잘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든다"고 자평했다. 또한 "감정적으로 오열하는 신은 그 누구보다 유니아 수녀에 감정 이입을 해가고 있었다. 어려웠지만 감정의 발현이 억지스럽지 않게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송혜교와 전여빈은 함께한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송혜교는 "내용은 행복하지 않지만 현장은 행복했다. 영화처럼 점점 가까워졌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이 신뢰로 하나가 된다. 실제로 가까워지면서 영화에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전여빈은 "미카엘라는 유니아와 다른 신념을 갖고 있던 사람이다. 처음엔 강한 반발심을 갖고 있지만 유니아의 행동을 보며 어느 순간 그녀가 필요하다는 마음,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여성으로서 연대도 있지만 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것에 있어서 둘이 한 마음이 된 것 같다"며 "혜교 선배님을 보며 많이 배웠다. 아마도 미카엘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진욱은 구마를 반대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바오로 신부로 분했다. 이진욱은 "부담감보다 멋진 배우들과 작업하는 기대감이 컸다.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며 "방금 봤는데 괜찮을 것 같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구마 의식을 행한 유니아, 미카엘라를 두고 이진욱은 "처음에는 그런 고귀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유니아, 미카엘라처럼 고귀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우진은 악령에 사로잡힌 채 고통받는 부마자 희준 역으로 출연한다. 문우진은 "'검은 수녀들'에 폐 끼치지만 않고 연기하자고 생각했다. 부담보다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악령에 들린 희준은 욕설, 독설을 쏟아내기도 한다. 문우진은 "대사에 욕설도 있다. 연기에 임할 때는 '영화의 한 장면일 뿐이다' 생각하며 악령에 든 연기를 했다. 침 뱉는 장면이 있는데 노심초사하면서 '이걸 진짜 뱉어야 하나' 했다. 결국 (몸을) 사렸다. 그런 부분이 걱정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번 영화에는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 강동원이 우정 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권 감독은 "'검은 수녀들'이 '검은 사제들'의 스핀 오프 격 아닌가. 관객들도 (강동원 출연을) 연상할 수 있을 텐데, 실제로 이뤄지니 저도 반갑고 놀라웠다. 영화사 집과 오랫동안 신뢰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검은 수녀들'만의 유니크함을 우정 출연으로 작품을 풍부하게 해줬다. 연출자로서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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