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 사진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


"어이쿠, 와이프한테 혼나겠다. 결혼 반지 빼놓고 왔네."

평소 결혼 반지 착용도 깜빡할 만큼 액세서리를 즐기지 않는 송중기가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에서는 '치장'에 도전했다. 콜롬비아 현지에 정착하는 인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해사한 분위기가 여전했다. '보고타' 속 거친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진 까닭이다.'보고타'는 IMF 여파로 한국을 떠난 국희(송중기 분)네 가족이 콜롬비아 보고타에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송중기는 가족을 지키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도맡는 국희로 분했다. '보고타'는 국희가 19살 소년에서 30대 청년이 되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송중기가 국희의 10대부터 30대까지를 모두 연기했다. 송중기는 "솔직히 얘기하면 더 나이들기 전에 풋풋한 거 하고 싶었다"며 쑥스러워했다.

"민망했어요. 가장 긴 분량으로 나오는 시기가 국희의 21~22살 때예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35살이었어요. 제작사 대표님에게 '저 말고 더 어린 애들이 해야할 것 같다'고 하기도 했죠. 하지만 '나이들면 시켜주지도 않을 테니까 하자. 어려보인다는 얘기 들을 때 하자' 싶었죠. 하하. 국희가 어렸을 때와 그곳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배우로서 욕심났기도 했어요."

'보고타'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현지에 적응해가는 국희의 모습을 드러낸기 위해 송중기는 외상, 분장에도 신경썼다. 송중기는 "평소 시계, 귀걸이, 목걸이 같은 걸 하는 성격이 아닌데, 프리 프로덕션 갔을 때 현지 남성 분들이 여러 액세서리를 화려하게 착용하고 계시더라"며 "의상 실장님은 저와 작업을 많이 했던 분인데 제가 '귀걸이 어떠냐'고 하니까 '네가 웬일이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귀걸이를 귀에 본드로 이어붙여 봤는데 어색했어요. 저한테는 큰 결심이었죠 현지 타투숍에 가서 귀를 뚫었어요. 갖가지 무지개 색깔 의상에는 '이걸 어떻게 입나' 싶었는데, 현지 갔더니 그렇게 입으시더라고요. 귀걸이를 착용한 채 몸싸움 (액션) 장면을 찍다가 몰랐는데 (귓볼이) 찢어져 피가 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오래 착용 안 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막혀도 뚫은 흔적이 남더라고요. 사극할 때 걱정입니다."

송중기 / 사진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
송중기는 최근 '화란', '로기완' 같은 예술성 있는 영화나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과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가고 있다. '보고타'도 날것과 같은 거칠고 어두운 매력이 있는 작품. 도전정신이 있는 편이냐는 물음에 송중기는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안 해보고 후회하는 성격은 아니다. 평소에도 그런 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예상과 다른 선택들을 한다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저는 흔히 말하는 '떠서 변한 케이스'는 아니예요. 신인 때도 작품을 선택할 때 그랬어요. 또래 친구들, 대학 동기들이 군대에 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는데, 그때도 의외라는 반응이었죠. 저는 항상 벗어나있는 선택을 했던 삶이었어서 놀랍진 않아요."

이번 영화에서 송중기의 또 다른 도전은 스페인어 대사였다. '외국어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생길 법도 한데 송중기는 "무서웠다면 지금 와이프도 만났겠나"라며 웃었다."겁나기보다 걱정되는 건 있었겠죠. 하지만 뭐든 해보는 걸 좋아해요. 걱정보다 그게 커요. 저는 꽤 재밌게 찍었어요."

송중기 / 사진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


송중기는 2023년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와 결혼, 그해 6월 아들을 얻었다. 올해 11월에는 어여쁜 딸도 얻으면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39살에도 소년미 가득한 송중기지만 딸아이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할 만큼 '팔불출 아빠'의 면모는 감추지 못했다. 아이가 2명이 된 만큼 기쁨도 2배가 됐겠다고 하자 송중기는 "기쁨은 2배가 아닌 200배는 되는 것 같다. 힘든 건 전혀 없다"며 미소 지었다.

"저나 와이프나 워낙 아기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둘째까지 생겼겠죠. 팔불출같이 들리겠지만 감사하게도 충만하게 지내고 있어요. 첫째는 1년 8개월이고, 둘째와는 연년생이죠. 첫째는 이제 조금씩 말도 해요. 아빠라고 하기도 하고 대디라고도 해요. 딸과 아들은 완전 달라요. 갓난아기가 별다르겠냐 싶었는데, 쏙 안기는 느낌이 또 달랐어요. 여자애는 뼈대가 달라서 그런 걸까요. 와이프가 출산할 때 두 번 다 같이 들어가 있었는데, 처음 안을 때 남자애와 여자애가 다르더라고요. 여자애는 뭔가 동그란 게 쏙 안기는 느낌이었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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