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2 '영복, 사치코' 제공


'드라마 스페셜 2024'의 세 번째 단막극 '영복, 사치코'가 완성도 높은 연출력과 스토리, 배우들의 명연기로 완벽한 3박자의 합을 이루며 단막극 명가의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KBS 2TV '영복, 사치코'에서는 영복(강미나 분)과 사치코(최리 분)의 국적을 뛰어넘은 뜨거운 우정과 인류애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영복, 사치코'는 한국전쟁 발발 1년 전, 작은 산골 마을에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편 임서림(하준 분)을 기다리는 영복의 모습으로 포문을 열었다. 영복은 위안소로 잡혀가지 않기 위해 연고 하나 없는 마을로 시집을 왔다. 일본으로 유학 간 그의 남편은 5년째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그 사이 나라는 광복을 맞았고 영복은 홀로 친정 부모와 시부모의 상까지 치르며 생과부가 됐다.

영복과 혼인 사실을 몰랐던 서림은 일본인 아내 사치코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사진으로만 보던 남편을 마주하게 된 영복은 그와 함께 온 일본인 아내 사치코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서림은 영복과의 결혼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집에서 떠나 달라고 했다. 그러나 영복은 "저 보고 떠나라고요? 서방님이 무슨 자격으로 제게 떠나라 마라세요?"라고 선전포고해 보는 이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본의 아니게 두 아내의 남편이 된 서림과 영복, 사치코는 한 지붕 아래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영복과 서림의 아이를 임신한 사치코는 남편을 차지하기 위해 연적 관계에 놓였고, 중간에서 난처한 처지가 된 서림은 어쩔 줄 몰라 했다.서림은 자신이 고향을 떠난 사이 집안일을 도맡아준 영복에게 애틋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앞으로 뭐든 같이 하자는 서림의 말에 영복의 볼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졌고,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사치코는 바다 건너 서림의 고향으로 온 것을 후회하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서림이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도 밝혀졌다. 일본에서 조선어를 공부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했단 이유로 형무소에 끌려간 그는 폐병을 얻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영복은 사치코에게 분노와 원망을 토해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진=KBS2 '영복, 사치코' 제공
사치코의 아이가 태어난 날, 병세가 악화된 서림이 병세가 악화된 서림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깊은 슬픔에 빠져 서로의 품에 기대 서럽게 우는 영복과 사치코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남편을 잃은 슬픔을 거둘 새도 없이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새벽부터 들리는 폭격음과 총소리에 영복과 사치코는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였다. 마을 사람들과 오두막에 몸을 숨긴 영복은 사치코에게 "세상이 아무리 난리 쳐도 너나 나나 씩씩하게 헤쳐 나가고 살 팔자야"라며 아기 품에 서림의 사진을 안겼다.

오두막에 들이닥친 인민군이 사치코의 머리채를 잡으며 끌어당겼고, 영복은 안간힘을 써 사치코와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쫓고 쫓기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 영복은 홀로 인민군을 따돌리기로 결심, 보물처럼 여기던 은가락지를 사치코에게 주며 일본으로 가는 배삯에 보태라고 말했다. 그는 펑펑 우는 사치코에게 "잘 가 남행자. 행자 언니"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홀로 인민군과 필사의 추격전을 벌이던 영복은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일본에 가지 않고 영복이 남긴 유품인 은가락지를 평생 간직하기로 결심했다. 노인이 되어서도 영복과 함께한 순간을 그리워하는 사치코의 추억 엔딩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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