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 조용필 등 유명 가수들이 유명 배우와 협업해 영화급 퀄리티의 뮤직비디오를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K팝 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에도 배우 양조위, 박정민 등 유명 실력파 배우들이 나서면서 음악에 깊은 서사를 더했다.
백지영이 내달 2일 발매될 '그래 맞아'의 뮤직비디오 티저를 공개한 가운데, 배우 나나와 채종석이 호흡을 맞춰 시선을 끌었다. 티저 속 이들은 연인으로 나와 침대 위에서 서로의 콧잔등에 뽀뽀하고 포옹하는 등 실제 연인과 같은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두 배우의 다정한 시선 연기에 대중은 "둘이 정말 사귀는 것 같다", "보는 내가 다 설렌다'라며 전체 뮤직비디오 공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백지영은 이들의 연기에 대해 "바닷물 속에서까지 열연을 펼쳐준 나나와 종석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이들의 연기를 드라마, 영화와 같이 담아준 스태프들을 향해서도 "무엇보다 최고의 연출로 노래를 더 빛나게 해준 이응복, 박소현 감독님 모두 정성껏 도와주신 덕분에 멋진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를 '드라마타이즈'해 한 편의 영화와 같이 촬영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많았다. 하지만 유명 배우를 쓰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최근 이런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그래도 돼'의 뮤직비디오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조용필은 '그래도 돼'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전했다. 병에 걸려 자신을 젊은 날의 자신으로 인식하는 할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이솜이 극을 이끌어 나갔다. 그의 남편으로는 배우 박근형, 이들 부부의 자녀로 배우 전미도와 변요한이 참여해 열연했다.
조용필은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를 통해 인생을 담아냈다. 단순히 노랫말을 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메시지를 확장해 인생 전반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의식이 또렷하지 않아도, 과거를 천천히 돌아봐도 전부 괜찮다는 주제를 전하고 있다. 공식 뮤직비디오에서 별다른 대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솜, 박근형, 전미도, 변요한은 오로지 눈빛만으로 사랑과 애정 그리고 그리움을 표현해냈다.팬들은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곡 하나로 수많은 사람의 인생에 큰 위안이 되고,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의 희망이 되는 선생님이 존경스럽다", "우리 인생을 담은 한 편의 감동 영화. 가슴이 먹먹하다. 다들 너무 힘겨워하지 말자"라며 유튜브를 통해 댓글을 남겼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보통은 멤버들의 얼굴과 퍼포먼스 중심으로 뮤직비디오를 구성하기에 드라마타이즈 뮤비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 가운데 그룹 뉴진스와 (여자)아이들은 배우를 섭외해 높은 퀄리티의 영상 제작물을 내놨다.뉴진스의 'Cool With You'(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에는 모델 겸 배우 정호연과 배우 양조위가 등장한다. 팬들의 해석에 따르면 정호연은 큐피드를, 양조위는 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인물을 맡아 연기했다. 양조위와 정호연의 아슬아슬한 눈빛 연기에 팬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라며 감탄했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I Want That'(아이 원트 댓) 뮤직비디오에서 배우 박정민과 호흡을 맞춰 상대역으로 연기를 직접 선보였다. 뮤직비디오 초반 멤버들은 박정민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이후에는 갈등을 겪고 박정민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박정민은 멤버들과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장면에서 얼굴 피부가 떨리도록 열연했다. 나아가 멤버들이 모여 박정민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역시 강렬한 눈빛 연기를 선보였다.
솔로 가수들에게 배우와 함께하는 뮤직비디오가 노래 속 서사의 깊이를 더하는 장치라면, 아이돌에게는 멤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팬들은 퍼포먼스와 노래를 제외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돌 멤버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멤버들이 배우로 데뷔하지 않고서도 다양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자리는 오로지 뮤직비디오뿐이다. 뮤직비디오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해주는 배우들의 가요계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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