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을 여는 법'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나오며 겪는 각종 고충을 뜨겁진 않지만 은은한 온도로 바라본다. 서글플지도 모를 현실을 판타지 드라마 장르로 풀어내 불편감을 덜었다. 지나치게 신파적이거나 희망적이지도 않아 오히려 관객들이 그들의 현실을 직감하게 만든다.
스무 살이 된 하늘(채서은 분)은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정착금 1000만 원을 들고 세상에 홀로서기 첫걸음을 내디딘다. 먼저 해야할 일은 당장 살 집을 구하는 것. 어렵게 조건에 맞는 집도 구하고 살림살이도 장만했다. 하지만 돈 나갈 일은 끝이 없다. 각종 공과금에 식비까지 1000만 원으로 어림없다. 통장 잔고가 바닥날 쯤 하늘이는 괴상한 일을 겪게 된다. 바로 월세방이 줄어들어 하늘이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것. 그때 하늘의 보육원 옛친구 철수가 나타나 '노랑새를 찾아라'는 조언을 건넨다. 하늘은 집을 찾기 위해 이세계(異世界)로 향한다.
'문을 여는 법'은 독립을 위한 첫 걸음이었던 내 집이 하루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진 자립준비청년 하늘(채서은 분)이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문화예술NGO 길스토리 대표인 배우 김남길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자립준비청년들과의 문화적 연대를 이루기 위해 만든 단편영화다. 채서은, 심소영, 노이진 등이 출연했다. 제작자 김남길과 배우 고규필은 특별 출연으로도 힘을 보탰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소재로 한 기존 콘텐츠들은 그들의 연민과 동정의 시선에서 조명한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문을 여는 법'은 다른 선택을 했다. 판타지 드라마라는 장르로서 유쾌하고 엉뚱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때문에 영화에는 추상과 은유가 많다. 그 방식이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계속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그 덕분에 자립준비청년들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만 밑바탕에는 온정이 깔려있다.
극 중 하늘은 분실물센터, 세차장, 미아보호소, 놀이동산 등 여러 공간을 이동한다. 집을 잃을 위기의 하늘은 분실물센터에서 정신 차릴 새도 없이 각종 서류를 작성하느라 바쁘다. 세차장에서 알바하던 중 함께 외출한 단란한 친구네 가족을 마주하게 된다. 노랑새를 찾다가 뜻하지 않게 절도범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영화는 판타지적 공간 안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하늘 역의 배우 채서은은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영화의 분위기를 균형감 있게 조절해낸다. 특별 출연한 김남길의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고, 고규필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위트를 더한다.
영화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회적 제도가 개선되고 그들을 향한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자립준비청년 스스로도 마음속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문을 여는 법'은 오는 20일 개봉.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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