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였으면 '불륜 연기 왜 하나' 했을 겁니다. 나이가 드니 그런 연기도 좀 해보고 싶더라고요. '인간중독' 하고 작품 선택에 있어서 좀 더 풍부해지고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불륜이라는 게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일탈이잖아요. 물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하하. 배우로서 좋은 점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걸 연기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스스로도 재밌다고 느꼈어요."
송승헌에게 '인간중독'(2014)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던 터닝 포인트였다. 과감한 19금 연기를 펼첬던 송승헌. 이번에 영화 '히든페이스'로 또 한 번 19금 연기에 도전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밀실 스릴러. 송승헌은 약혼녀 수연이 실종된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 역을 맡았다. 금수저 약혼녀 덕에 '신분 상승'을 이뤄내는데, 자신의 욕망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의뭉스러운 인물이다. 그간 바르고 정의롭고 멋있는 캐릭터를 주로 선보여온 송승헌에게는 '인간중독' 이후 또 한 번의 도전이다."속물 같기도 하고 욕망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송승헌이 저런 연기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을 때 뿌듯했어요. 그 동안 했던 어떤 연기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 캐릭터라서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좋았습니다."
송승헌에게도 노출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송승헌은 "'인간중독' 때도 그렇고 처음부터 김대우 감독님 작품이 아니었다면 못 했을 거 같다. 감독님의 작품들 속에서 노출은 단순히 노출을 위한 노출이 아니다.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능적인 배드신 완성을 위해 3주간 다이어트도 했다."감독님이 촬영할 때 '운동하지 마라. 많이 먹고 배 좀 나오면 어떠냐'고 편하게 말하셨지만 결과물은 제가 받아들여야 하잖아요. 하하. 성진은 지휘자니 너무 근육질 몸매도 안 어울릴 거 같았어요. 적당히 슬림해야할 것 같았는데, 그게 더 어렵잖아요.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몸무게를 재진 않았는데 지방을 많이 뺐어요. 평소엔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요. 노출하는 촬영이 있는 기간에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견과류, 물만 조금씩 먹었죠. 배고프니 사람이 예민해지더라고요. 하하."
송승헌은 '인간중독'에서 부하 군인의 아내 역을 맡은 임지연과 배드신을 선보인 바 있다. 임지연은 데뷔작부터 파격적인 연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송승헌은 "임지연 배우가 당시에는 신인이었다. 낯도 많이 가리고 수줍음도 많고 소심한데, 촬영 들어가면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이번 영화 '히든페이스'의 박지현에 대해서는 "사석에서 수줍음 많았는데 촬영 들어가면 변하더라"며 "그런 점은 비슷했다. 놀란 포인트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둘의 다른 점을 묻자 "두 사람이 차이점이 있었다기보다는 캐릭터가 달랐다"고 말했다. 또한 "두 사람 다 당시 신인이었지만 연기를 오래 준비했다"며 임지연, 박지현을 모두 칭찬했다.
송승헌은 '인간중독'에 이어 조여정과도 '히든페이스'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인간중독'에서도 부부 사이였다. 송승헌은 "'인간중독' 때는 여정 씨가 부인이었다. 사랑하지 않는 부인과 살아가다가 권태를 겪는데, 부하의 아내를 좋아하게 되지 않나. 큰 틀에서 보면 불륜인가 싶은데, 영화를 막상 보면 또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여정씨와는 우스갯소리로 '왜 이런 역할로만 보지?' 그랬다"며 웃었다. 조여정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여정 씨가 워낙 베테랑이고 현장에서도 든든하고 상대를 편하게 해준다. 좋은 배우라는 소리를 괜히 듣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송승헌은 이번 영화에서 노출 연기 외에 또 다른 고충이 있었다. 지휘자 캐릭터였기 때문에 지휘하는 법을 익혀야 했던 것.
"여정 씨, 지현 씨는 극 중 첼리스트인데, 3~4개월 만에 악기를 연주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쉽지 않잖아요. 사실 그 친구들에 비해 지휘는 쉽게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진짜 지휘자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1대 1 레슨을 받게됐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됐죠. 악기가 나오는 순서부터 음악을 다 파악해야 했어요. 감독님께 '솔직히 나 소리 모르겠다' 그러기도 했어요. 하하. 리허설 때 제가 지휘를 안 하면 연주자들의 연주가 시작되지 않았어요. 식겁했죠. 제가 느리면 음악이 느려지고 빨라지면 음악도 빨라지더라고요. 승마도 네가 하는대로 말이 움직이잖아요. 말을 탄 느낌 같았어요. 지휘라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괜히 지휘자가 아니구나 싶었죠. 지휘자의 손끝에 음악이 달려있더라고요."
1976년생인 송승헌은 올해 48살. '원조 한류스타'이던 시절의 과거 작품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비주얼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관리 비결을 묻자 "메이크업이다. 관리 비결은 무슨"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담배 끊은 건 잘한 것 같아요. 담배를 2004년인 20년 전 끊었어요. 운동이야 너무나 좋아해요. 그거 말고 별로 없어요. 비타민 정도 챙겨 먹어요. 테니스를 가끔 하고 골프도 좋아해요. 달리기도 좋아하고요. 요즘엔 스키에 재미를 좀 느껴서 겨울에 스키도 타요. 운동을 기본적으로 좋아하죠."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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