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까지 잘하면 어쩌나. 52세 나이에도 자꾸만 새로운 도전을 한다. 연말, 박진영의 계절이 돌아왔다.
박진영은 새 디지털 싱글 'Easy Lover'(이지 러버)와 타이틀곡 'Easy Lover (아니라고 말해줘)'를 발매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Changed Man'(체인지드 맨) 이후 약 1년여 만의 신곡이다. '어머님이 누구니'나 '그루브 백'(Groove Back (Feat. 개코))을 배출한 가수답게 이번 곡도 중독성이 넘친다. '어머님이 누구니', '허니'에서 보여줬던 블루스적 요소와 '날 떠나지마', '너뿐이야'의 감성이 동시에 느껴지는 모던 소울 펑크 장르 곡이다.
신곡은 다양한 연령층의 팬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구성됐다. 박진영의 팬 연령대는 젊은 층부터 고령층까지 다양하다. 신곡의 가사는 대부분 한국어로 쓰였다. 영어도 사용했지만 '뷰티풀', '이지 러버' 등 복잡하지 않은 표현 위주라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 부르기 쉬운 것은 물론, 박진영의 명확한 발음 덕에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곡의 메시지에 몰입하게 만드는 뮤직비디오의 역할도 컸다.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차주영과 이이경이 출연해 힘을 보탰다. 박진영도 주연 배우로 출연했다. 5분 30초 분량의 뮤직비디오에서 박진영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표정 연기를 한다. 그는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재미 있는 리듬감에 박진영의 표정 연기가 더해져 곡의 성격을 극대화했다.
이병헌을 초청해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도 찍었다. 박진영은 데뷔 후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신의 작업물을 보여주며 설렘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박진영은 이병헌에게 뮤직비디오 내용을 설명했다. 창작자 본인이 직접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상 해석을 내놓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박진영과 이병헌은 오랜 친분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병헌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어색하다", "뮤지션을 선택하길 잘했다" 등의 농담을 하며 박진영의 연기를 혹평했다. 박진영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자신에게 가능성이 있는지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박진영의 대중 친화적 이미지에 부합하는 곡과 뮤직비디오이기도 하다. 박진영은 타 소속사 설립자들에 비해 미디어 노출이 잦다. 그는 자신을 소속사 설립자나 대표 프로듀서가 아닌 일반 가수처럼 포지셔닝하고 있다. 다른 아이돌들처럼 네컷사진 프레임도 선보였다.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엔믹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JYP 소속 가수들이 '진영네컷'을 찍어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JYP 사옥 내 임직원들은 무료로 찍을 수 있는 네컷 사진 부스가 설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부수적인 부분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노래 자체만으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박진영만의 색깔이 뚜렷한 신나는 곡이다. 30년째 댄스 가수로 활약 중인 그의 정체성이 물씬 풍긴다. 날씨가 쌀쌀해지며 발라드가 쏟아질 시점, 차별화된 선택이다. 박진영이 가수로서 활동한 지 30년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나이는 먹었을지라도 늙지 않는 열정이 박진영의 정체성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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