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국내 음원 차트를 올킬하더니 해외 차트 상위권까지 거머쥐었다. 어쩌면 그룹 활동 때보다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로제다.
29일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발표한 최신 차트(11월 2일 자)에 따르면,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APT.)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 8위로 진입했다. K팝 여성 가수로서는 최고 성적이다.
지난 18일 발매된 이 곡은 발매 직후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 지니, 벅스, 바이브의 실시간 차트, 일간 차트, 'TOP 100'(톱 백)에서 1위를 석권하는 'PAK'(퍼펙트 올킬)를 달성했다. '아파트'는 오는 12월 6일 로제의 정식 컴백을 앞두고 발매된 선공개 싱글로, 첫 번째 정규 앨범 '로지'(rosie)에도 수록된다. 로제는 선공개곡으로 제대로 히트를 치며 첫 정규 앨범을 향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유의미한 성적을 쓰며 연일 커리어 하이를 달성 중인 로제다. 그럼에도 로제의 이번 성과를 두고 오직 브루노 마스 덕이라며 깎아내리는 이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곡 발매 초반에는 브루노 마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세계적인 팝 스타와 함께 작업한 덕에 이 곡은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세상에 나왔다. 두 사람의 시너지도 좋았던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곡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는 데는 로제의 몫이 컸다.
로제는 뉴질랜드 국적임에도 멤버들 가운데 가장 한국적인 곡으로 솔로 활동에 나섰다. '아파트먼트'가 아닌 한국식 발음 '아파트'를 가사에 썼다. 인트로 부분과 '아파트 아파트', '건배' 외 모든 가사가 영어였지만 한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아파트'가 반복되는 후렴구는 높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따라 부르기에도 어렵지 않아 떼창을 유발한다.
로제는 곡에 술 게임 인트로 곡인 "00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을 그대로 쓰면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 본인의 한국 이름인 '채영이'를 가사에 넣기도 했다.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챌린지 안무도 인기에 힘을 보탰다. 챌린지를 타고 곳곳에 곡이 닿았고, 전 세계에서 '아파트 게임'을 즐기고 있다. 뮤직비디오도 '아파트'의 흥행을 이끈 주역 중 하나다. 뮤직비디오 속 로제와 브루노 마스는 바닥에 앉아 술 게임을 한다. 한국인이 아닌 이들에겐 생소한 풍경이라 눈길을 끌 테다. 뮤직비디오는 작은 세트장만을 활용해 찍었지만 단조롭지 않게 전개된다.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가 블랙과 핑크 두 가지 색상을 포인트로 활용한 점도 흥미롭다다, 너무 공들이지 않은 느낌을 주며 B급 감성 노린 것도 통했다. 브루노 마스가 뮤직비디오 디렉팅에 참여했는데, 영상 속 로제는 매력적으로 연출됐다. 두 사람의 시너지가 폭발했고 이날 기준 '아파트'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1억 9천만 회에 달한다.
브루노 마스는 어떤 이와 컬래버를 해도 늘 호성적을 내는 흥행 보증 수표다. 그러나 이 사실이 로제의 성과를 지울 근거가 될 순 없다. 그런 브루노 마스가 택한 게 로제다. 로제는 같은 레이블(애틀랜틱 레코드) 소속인 브루노 마스에게 협업을 제안했고 '아파트'를 포함해 포함 세 곡을 전달했다. 그 가운데 아파트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반한 브루노 마스가 이를 택해 지금의 '아파트' 열풍까지 오게 됐다. 이 과정에는 로제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 추진력이 뒷받침됐다. 블랙핑크로서 쌓아 온 실력과 이름값도 물론 작용했다. 로제니까 가능했던 일이다.
브루노 마스도 로제 덕을 봤다.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브루노 마스로서도 신선하고 유쾌한 경험이다. 브루노 마스는 SNS를 통해 "첫 음방(음악방송) 1위 해서 아침 내내 울었다. 1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로지 너무 고맙고, 아파트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한국어로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흥미로운 그림이 입소문을 타며 '아파트'의 인기에 더욱 불을 지폈다.
브루노 마스 효과로 초반 화제성을 끌어올린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화제성을 흥행으로 이어간 비결은 '아파트 게임'이라는 소재를 음악적으로 풀어낸 로제의 음악성에 있다. 보석 같은 솔로 아티스트 로제의 재발견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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