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쿠팡플레이 'SNL6' 캡처


쿠팡의 자회사인 씨피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SNL 코리아'가 한강 작가와 뉴진스 하니를 희화화해 비판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아무런 입장도 변화도 보이지 않으면서 스스로 비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쿠팡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과로사 등으로 문제가 됐었다. 진지해야 할 국정감사를 희화하하는 내용의 방송이 쿠팡 자회사를 통해 나온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쿠팡플레이 'SNL6' 캡처


'SNL 코리아' 시즌6'가 지난 19일 한강 작가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하니를 희화화한 패러디로 인해 파장을 일으켰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국감에서 피해자 발언을 한 하니를 우스꽝스럽게 다룬 이 사안은 대중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쿠팡은 사회적으로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택배기사들의 과로사와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 체불 문제 등으로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그런 가운데 쿠팡은 최근 열린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한 강도 높은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홍용준 대표이사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정종철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새벽 배송을 위한 밤샘 노동 중 심근경색으로 숨진 쿠팡 CLS 특수고용직 배송기사 정슬기 씨의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원들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사진=TV조선 방송화면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씨의 과로사에 대해 질의했고, 홍 대표는 "고인과 유가족분께 진심으로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를 표명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이 정 씨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승인한 이후 나온 첫 사과였다. 그동안 쿠팡은 정 씨의 죽음과 자신들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으나, 이날 국감을 계기로 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야당 의원들은 쿠팡의 '클렌징 제도'와 물품 분류작업을 택배기사들에게 부과함으로써 발생하는 업무 과중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제도는 배송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이는 택배기사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더욱이 쿠팡 CLS는 다른 택배사들과 달리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서도 홍 대표는 합의 참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가중됐다.

사진=쿠팡 제공
쿠팡 CFS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 지급 문제도 지적받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는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쿠팡 CFS는 두 차례에 걸쳐 취업규칙을 변경, 1년 넘게 일용직으로 근무했어도 한 달 이상의 단절이 있는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항을 추가했다. 노동부에는 쿠팡의 퇴직금 체불 관련 진정만 160여 건이 접수된 상황이다. 노동부가 퇴직금 지급 시정지시를 내렸지만, 쿠팡 CFS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정종철 대표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노동부와) 견해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으나, 김 의원은 쿠팡 CFS가 노동부의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노동부가 형사처벌을 미루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사진=쿠팡플레이 'SNL6' 제공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쿠팡플레이나 관련 자회사에 대한 관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책임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국정감사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쿠팡이 정작 자회사에서는 국정감사를 희화하하는 콘텐츠를 제작한 건 비판의 소지가 있다. SNL이 스스로 적정선을 못 지킬 땐 모회사로서 나서야 할 필요도 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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