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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다시 요리 예능의 시대가 오는 걸까.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인기에 요리 예능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한때 TV만 틀면 먹방, 쿡방이 나올 정도였던 것처럼, 요리 예능으로 쏠림 현상이 있진 않을지 우려스럽다.'흑백요리사'의 전편이 모두 공개되고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 따르면 10월 3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흑백요리사'가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OTT 예능 최초 한국 갤럽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9월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흑백요리사' 참가자들은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 TV 예능부터 '밉지않은 관종언니' 같은 유튜브 예능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심사위원 안성재와 백종원도 덩달아 바빠졌다. 안성재는 각종 인터뷰, 화보 촬영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백종원은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안성재와 함께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를 찍기도 했다.

과거 '올리브쇼'에 나왔던 안성재. / 사진=유튜브 채널 디글 영상 캡처
'흑백요리사'의 인기에 과거 방영된 요리 예능 '마스터셰프 코리아', '한식대첩', '냉장고를 부탁해' 등도 재조명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과거 방송을 정주행하거나 '짤'을 다시 보며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허세 가득한 캐릭터로 시선을 싹쓸이했던 최현석, 어수룩하지만 요리에 진심인 최강록, 심사위원들이 시식이 아닌 식사를 하게 만든 이영숙까지 그 시절부터 범상치 않았던 '백수저'들이 모습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안성재와 최현석의 역전된 관계성을 볼 수 있는 영상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올리브쇼'에서는 최현석에게 음식을 평가받던 안성재가, 2024년 '흑백요리사'에서는 최현석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이 된 것이다. 이외에 요리하는 첼리스트(이혜승), 본업도 잘하는 남자(강민주), 요리하는 돌아이(윤남노) 등 '흑수저'들이 과거 '마셰코'에 출연했던 모습도 볼 수 있다. 방송사들은 과거 영상을 재편집해서 클립 영상을 게시하고, OTT 플랫폼은 과거 요리 프로그램을 상단에 노출시키며 조회수, 시청수를 높이려 하고 있다.

과거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최현석. / 사진=JTBC 유튜브 영상 캡처
이처럼 10여년 전 방송들도 모두 소환할 만큼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흑백요리사'. 이에 힘입어 요리 예능 부흥 조짐이 다시 일고 있다.

먼저 JTBC는 2014년부터 2019년 방송됐던 '냉장고를 부탁해'의 재론칭을 결정했다. JTBC는 "연내 방송을 목표로 '냉장고를 부탁해'의 제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유명 셰프들이 스타의 냉장고 속 남은 재료들을 활용해 멋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최현석, 박준우, 오세득, 이연복 등은 스타 셰프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이었던 백종원은 '흑수저'들과 손을 잡았다. 고기깡패(데이비드 리), 철가방 요리사(임태훈), 요리하는 돌아이(윤남노), 그리고 '여의도의 용왕'으로 불리는 김민성 셰프와 예능을 선보이는 것. 올 하반기 공개 예정 ENA 신규 예능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은 '사회의 루저'들이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혹독한 스파르타식 미션과 백종원이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진정성이 담긴 성장 예능이다. 네 사람은 '담임셰프 군단 4인방'으로 함께한다.넷플릭스도 '흑백요리사'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김은지 PD는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적극 반영될 것이다. 선호하셨던 부분과 선호하지 않으셨던 부분이 있지 않나. 그 부분을 충분히 알고 있다. 셰프님들의 진검승부를 좋아하셨던 것 같고 팀전을 연속해서 진행하는 걸 선호하지 않으셨다. 잘 반영해서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학민 PD는 "시즌2에서 방출은 없을 것이다. 어떤 반응이든지 간에 주시는 피드백은 다 소중하다. 싫어하신 부분은 최대한 시즌2에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사진제공=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먹방, 쿡방이 방송가를 점령해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가 있었다. 요리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먹고, 또 요리하고 맛집을 찾고 먹었다. 반복되는 포맷과 내용에 시청자들은 지쳐갔다. 요리 예능이 쇠락한 이유다.

'흑백요리사'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신선한 포맷과 새로운 얼굴들이었다. 새롭게 나오는 요리 예능들이 롱런하기 위해선 각자의 개성이 필요하다. 베끼기에 급급하지 말고 세대 교체 된 스타 셰프들, 차별화된 포맷으로 다양한 장르로 선보인다면, '흑백요리사'가 틔운 요리 예능 부흥의 불씨를 뭉근하게 피워낼 수 있을 것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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