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씨왕후
정사신, 성관계, 레즈비언, 가슴 노출. '우씨왕후'를 표현할 수 있는 4가지 단어.

티빙이 내놓은 첫 사극 '우씨왕후'가 베일을 벗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종서, 지창욱, 김무열, 이수혁, 정유미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주목받은 만큼 부담감이 컸던 걸까. 지난 29일 첫 공개 이후 작품에 대한 혹평과 함께 결국에는 19금 노출 베드신만 관심을 끄는 처지에 놓였다.
텐아시아 DB

'우씨왕후'는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으로 왕위를 노리는 왕자들과 권력을 잡으려는 다섯 부족의 표적이 된 우씨왕후가 24시간 안에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추격 액션 사극이다.

전종서가 원톱 주인공이다. 고구려 왕후 우희로 분했다. 우희는 왕이 죽자 궁 밖으로 나가 직접 다음 왕을 선택해 그를 왕위에 올리면서 스스로 왕후의 자리를 지켜내는 인물. 강인하고도 주체적인 여성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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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어도 역대급 여성 서사 사극이 탄생했을 것이다. 제 손으로 왕을 선택하고 그를 왕위에 올리는, 이제껏 보지 못한 왕후의 캐릭터가 탄생하는 순간을 맞이했을지도.그러나 베일을 벗은 '우씨왕후'는 우희의 긴박한 24시간보다도 다른 것에 더 집중했다. 1~4화가 공개된 상황, 3화를 제외하고는 매회 노출과 베드신이 등장한다. 짧게 보여주거나 느낌만 표현하는 보통의 사극과는 달리 멜로물보다도 더 긴 정사신이 나온다.

배우 정유미는 제작발표회에서 반라 노출신을 두고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에 꼭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했다. 몇몇개의 노출신은 도대체 왜 넣은 것인지 감독의 연출이 의심될 정도였다.

먼저 1화 초반부터 대신녀 사비(오하늬 분)가 가슴 노출을 한 채 등장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무당이다. 하늘을 보며 신내림을 받고 미래를 점치는 모습에서 굳이 옷을 벗었다.
우씨왕후

우씨왕후
이후 왕인 고남무(지창욱 분)가 전쟁에서 돌아와 상처를 치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고남무는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시녀 3명과 성관계를 하면서 치료받게 된다. 이 장면은 무려 3분 23초, 즉 203초가량 보여졌다.
우씨왕후

우씨왕후
우씨왕후
2화에서는 정유미의 가슴 노출만이 남았다. 동생 우희의 왕후 자리를 질투하던 언니 우순(정유미 분)은 사비로부터 묘약을 받게 된다. 이 약을 먹은 고남무는 사망하고 또 다른 묘약을 마신 우순은 사비와 여성 간의 관계를 가지게 된다.지금으로 생각하자면 마약 성분에 빠지게 된 우순은 고남무와 사랑에 빠진 줄 착각하며 사비와 은밀한 시간을 보낸다. 이 역시 1분 54초의 긴 정사신을 보여준다.

이어 마부 모치(이해우 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역시 관계를 가지는 남녀가 등장한다.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모치가 한 가게로 들어갔는데 그 가게가 바로 성관계가 가능한 술집이었던 것.
우씨왕후

4화에서는 졸본의 대가 연비(박보경 분)가 등장한다. 역시 마찬가지로 부하와의 베드신을 보여주며 나온다. 이 장면 역시 39초가량으로 꽤 길게 표현됐다.

4화에는 왕이 죽고 형사취수혼(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을 대신해 형수와 부부 생활을 계속하는 혼인 풍습)을 선택한 우희가 결국 셋째 왕자 고발기(이수혁 분)를 찾아가는 모습도 그려진다. 우희는 고발기의 폭력적인 모습 때문에 다른 왕자와 혼인하려 하고 이를 알게 된 고발기는 어떻게 해서든 왕후를 차지하려 한다.
우씨왕후

이 과정에서 고발기는 자신의 아내를 찾아가 성관계를 가진 뒤 칼로 찔러 죽인다. 아내가 있으면 왕후를 차지할 수 없다는 조언을 들어서인데, '굳이' 베드신을 보여준 후 아내를 죽였다. 이 베드신 역시 47초가량 보여졌다.작품성을 뒤로 하고, 그저 19금 노출만 남았다. 야한 장면들로 화제를 끌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면 성공이다.
연인

동시에 지난해 MBC 드라마국을 살려냈던 '연인'을 떠올려본다. '연인'은 역사 고증과 사극 로맨스를 절묘하게 섞은 웰메이드 스토리로 강한 흡인력을 선사했다.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으로 큰 전쟁을 그려냈고 그 안에서 연인을 향한 지독한 순정이 돋보였다. 길채(안은진 분)에 대한 장현(남궁민 분)의 사랑이 아름답게 전달됐고, 그로 인해 애절하면서도 절대적인 사랑이 잘 드러났다.

장현을 향한 각화(이청아 분)의 짝사랑과 질투 역시 안쓰럽고 애절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때로는 서늘하고 맹렬하기도 했다. 배우의 연기력과 탄탄한 대본이 만나 우아하고 강렬한 각화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우씨왕후' 역시 충분히 '연인'처럼 노출 하나 없이도 웰메이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여성의 강인함, 남자의 순정 등을 그려내며 따뜻하고도 멋있는 그리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극을 기대했다.

뚜껑을 열고보니 베드신으로 점철됐다.지창욱, 정유미, 오하늬 등의 노출만 기억에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 정도다. 남은 6개 회차에서 베드신이 아닌 작품성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할 기회는 남아 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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