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볼버' 스틸./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무채색의 전도연은 누구보다 화려했으며 집요했고 독했다.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크 셔츠, 딱 붙는 H라인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출소하는 하수영(전도연).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정윤선(임지연)이다.2년 전, 경찰 하수영은 의도치 않은 비리에 엮이게 된다. 돈을 줄 테니 죄를 다 뒤집어쓰라는 임 과장(이정재), 앤디(지창욱)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감옥에 들어갔으나 그사이 임 과장이 죽고 출소하니 약속을 지키는 이는 없었다.

하수영은 자신 몫의 아파트와 돈을 받기 위해 앤디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의도를 알 수 없는 정윤선의 도움을 받는다. 다만 앤디 뒤에는 더 큰 세력이 있었고, 대가를 받아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영화 '리볼버' 스틸./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전도연의 품위와 품격

'무뢰한' 이후 9년 만에 전도연과 재회한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만의 품격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오 감독이 전도연을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쓴 만큼 전도연의 매력이 돋보인다. 리볼버를 쥐고서도 끝내 살인은 저지르지는 않는, 선을 넘지 않는 게 하수영만의 품격이었을까.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감정표현을 거의 하지 않지만, 독기 찬 눈빛과 미묘하게 움직이는 눈썹에서 하수영의 의지가 느껴진다. 칼도 아닌 삼단봉을 휘두르면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영화를 이끌고 간다.

영화 '리볼버' 스틸./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리볼버' 스틸./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의외의 코믹요소

포스터, 예고 영상만 봐도 진한 누아르 냄새가 느껴졌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클래식 누아르의 느낌은 아니다. 악독하고 비열하며 최종 보스일 것 같았던 '향수 뿌린 미친개' 앤디 역의 지창욱은 평소 젠틀한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찌질했다.전도연과 워맨스를 그린 임지연 물오른 연기력을 입증하듯 섬세한 표정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정만식과의 '덤앤더머' 티키타카 호흡이 웃음 포인트다.

#반가운 손님들

주연배우 외에 스타 배우들이 나오면 왜인지 괜스레 반갑고 시선을 확 끈다.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등 탄탄한 배우들이 등장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뻔하면서도 어딘가 색다른 '리볼버'.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퍼즐을 꿰맞추는 맛도 있다. '리볼버'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정도의 액션 영화가 아닐 수는 있으나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의 앙상블만으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여름 관객들을 저격하기에 충분한 전도연의 '리볼버'다.

오는 7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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