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권율 인터뷰
권율./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감독님이 촬영 중에 '배우님 얼굴을 봤는데 지금껏 본 적 없는 얼굴이어서 충격적이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장면이 나가고 나서 감독님이 권율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댓글들을 캡처해서 보내주셨어요. 현장에서 느꼈던 얼굴을 시청자도 느꼈다는 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9일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배우 권율이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에서 연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10화 엔딩에서 오윤진(전미도 분)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권율은 "이 장면을 생각보다 일찍 찍었다. 4화에 최지연의 목을 조르기 장면 전에 찍은 거라 자칫 톤이 과해지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최지연의 목을 조르는 게 박태진이라는 인물의 민낯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면, 오윤진의 목을 조르는 것부터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야 하는 거니까"라고 고민과 달리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반응들에 만족해했다.
권율./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커넥션'은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 장재경(지성 분)가 친구의 죽음을 단서로 20년간 이어진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추적 서스펜스 드라마다. 권율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안현지청 검사 박태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커넥션'은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14.2%를 기록하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올해 SBS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이에 권율은 "너무 감사하다. 다만 그런 거에 너무 신경 쓰거나 함몰되지 않으려고 했다. 감사한 마음을 갖되 너무 낙담하거나 하지 않으려고 했다. 시청률이라는 게 일희일비하면 안 되니까"라고 말했다.

변질된 우정에 관해 그린 '커넥션'. 권율은 박태진이라는 캐릭터가 생각하는 '우정'에 대해 "가족보다는 멀고, 남보다는 가까운 회색지대가 우정이라고 한다면, 박태진에게 우정의 개념은 회색지대에 있는 인물들을 자신의 이득과 이해관계, 계급에 따라 자기 입맛대로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양보하고 베풀 수 있는 진정한 친구는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이어 "태진은 모든 거에 진심이다. 그러나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 가차 없이 쳐버린다. 자기한테 피해가 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커넥션' 권율./사진제공=SBS

극 중 박태진은 친구 박준서(윤나무 분)의 아내 최지연(정유민 분)과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 그는 비밀번호 뒷자리를 불지 않는 내연녀에게 목을 조르는 등 가차 없는 악행을 저지르다가도, 비밀번호 앞자리를 그의 생일로 설정하는 등 진심을 알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최지연에 대한 박태진의 진심은 무엇일까. 권율은 "박태진은 하나로 정할 수 없는 오리무중 캐릭터"라며 "사랑이라고 바라보며 연기하지도 않았고, 사랑이 아니라고 바라보지도 않았다. 순간순간의 마음은 사랑했을 거다. 그러나 진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렸을 때는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박태진은 선택에 따라 기준을 달리 하는 인물이니까"라고 말했다.

나쁜 짓을 많이 한 캐릭터였던 만큼, 11화 엔딩에서 오윤진(전미도 분)에게 뺨을 맞는 엔딩은 통쾌한 '사이다'를 안겼다. 권율은 "실제로 때리지는 않았다"며 "대본으로 11부 엔딩을 보고 이거는 무조건 내가 시원하게 맞아야 시청자들이 대리 만족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진짜 맞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갔다"며 "전미도 씨와 연습하면서도 몸이 휘청일 정도로 임팩트를 주려고 했다. 완성된 영상 캡처 사진을 보니 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닌자처럼 나와 있더라. 그걸 보면서 재밌으면서도 시청자들께 위로를 드렸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만족해했다.
권율./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같은 맥락에서 정순원(허주송 역)은 앞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윤진의 목을 조르는 박태진을 들어 날려버리는 장면을 찍는 날만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이에 권율은 "인터뷰를 봤다. 불쾌하더라"고 농담하며 "제 캐릭터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박태진이라는 인물이 날아가고 휘청이는 게 시청자들에게 빠르게 드릴 수 있는 카타르시스 장면이라고 봤다. 내 캐릭터가 무너진다는 생각보다 박태진에 대해 넘치는 온도를 식혀주면서 이 인물을 오랫동안 따라가게 하는 동력이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사망 엔딩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도 많았다. 권율은 "박태진이라는 인물로 몰입해서 사는 세계관 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에 걸맞은 이별하고 싶은 부담이 있었다. 지성 선배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수정 과정도 있었다. 죽음에 대한 의미보다 어떻게 해야 내가 정상의(박근록 분)라는 인물이 쏘는 한 방의 총에 허무하게 떠날 것인가에 집중했다"며 "찰나의 교만함, 일련의 성공에 도취된 순간에 허무하게 죽는 것이 가장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의 톤을 평소보다 오버스럽게 연출했다"고 밝혔다.
권율./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드라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놀아주는 여자', '커넥션' 까지 연달아 세 작품에서 검사 캐릭터를 연기한 권율. 이미지 고착에 관한 걱정은 없냐고 묻자 권율은 "제가 법조계 이미지가 좀 됐죠?"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렇게 말했다.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연기가 똑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배우로서 두려운 지점이죠. 경계를 하는 건 저의 숙제고요. 검사 역할이 또 올 수 있지만, 캐릭터가 다르다면 법조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크게 거부감은 없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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