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연 'ABCD' MV 갈무리

두 번째 솔로 활동에 나선 트와이스 나연이 Y2K에 섹시를 한 방울 더한 콘셉트로 돌아왔다. 아티스트로서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유의미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신으로 색이 모호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에 이번 콘셉트가 나연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연은 솔로 가수로서 2년 만에 새 앨범 'NA'(나)와 타이틀곡 'ABCD'(에이비씨디)로 컴백했다. 타이틀곡 'ABCD'는 'A부터 Z까지 내 타입인 상대를 향해 사랑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고 유혹하겠다'는 매혹적인 자신감을 담은 노래다.

1집 'POP!(팝)'으로 좋은 성적을 냈던 만큼 이번 앨범도 비슷한 콘셉트로 나왔다면 흥행은 보장된 셈이었다. 그러나 나연은 도전을 택했다. 전작 'POP!'은 물론, 평소 나연의 이미지와도 정반대인 콘셉트로 대중 앞에 섰다. 아티스트로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장르를 택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기도 했다. 나연은 1995년생으로, 올해 30세다. 이효리가 'U-Go-Girl'(유 고 걸)을 낸 나이와 같다. 선미가 '꼬리'를 발매했던 때와도 같은 나이다. 두 아티스트 모두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며 다채로운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앞선 사례들을 고려했을 때, 솔로 가수로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상큼발랄 외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나연의 상황은 이효리나 선미와는 다르다. 여전히 그룹이 건재하다. 그만큼 여전히 솔로 가수 나연보다는 그룹 트와이스 나연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트와이스의 색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근래 이효리의 '텐미닛'이 틱톡을 기반으로 재유행하고 있다. Y2K 유행 역시 몇 년째 식을 줄을 모른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나연이 Y2K 콘셉트를 시도하며 쿨하고 힙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다만 여기에 꼭 노골적인 섹시를 더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이번 컴백에서 화제가 됐던 부분 중 하나는 안무다. 뮤직비디오에서 나연은 다리를 벌리는 것과 동시에 손으로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가린다. 특히 이 동작을 취할 때 비트도 강렬해 안무에 더욱 시선이 집중된다. 과거 화사가 대학축제에서 했던 19금 퍼포먼스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과즙미'의 대명사인 나연이 소화해 크게 선정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안무만 놓고 보면 다소 선정적인 동작이었다.

올해 '서머 퀸' 자리를 두고 여성 솔로 가수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컴백을 했고, 또 컴백을 앞두고 있다. 선미와 권은비가 각각 신곡을 발매했고, 이달의 소녀 출신 츄도 새 음원 공개를 앞두고 있다.

현시점 대중이 나연에게 기대했던 이미지는 '섹시'가 아니다. 나연은 솔로 가수로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나연의 대중적 이미지는 큐티나 상큼에 가깝다. 컴백 후 홍보 차 나온 웹 예능 댓글창에도 이를 증명하듯 여전히 그의 '과즙미'를 언급하는 댓글이 이어지는 중이다. 섹시 콘셉트를 하더라도 노골적인 느낌이 아닌 큐티섹시 정도로 노선을 잡는 게 더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Y2K로 분위기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는 좋았지만, 거기에 섹시를 더할 필요까진 없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으며 조금씩 이미지를 바꿔 나가는 방법도 있었다. 이번 앨범으로 나연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역량을 입증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과즙미의 정석' 나연의 다소 갑작스러운 변신은 당혹감을 안겼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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