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함부로 대해줘' 첫방 2.3%
익숙한 웃음 코드, 식상한 전개…설레는 케미 역시↓
사진제공=KBS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억지스럽고 과장된 코미디, 뻔한 전개뿐이다. 시청률 불모지가 된 KBS 월화극이라고는 하나, 사극도 현대극도 아닌 애매한 장르가 뒤섞인 내용에는 웃음도 설렘도 없었다. 주인공들의 케미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 같은날 경쟁작인 tvN '선재 업고 튀어'의 인기와는 무관하게 '함부로 대해줘'의 2%대 저조한 시청률은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함부로 대해줘'는 인의예지를 장착한 MZ선비 신윤복(김명수 분)과 함부로 대해지는 삶에 지친 여자 김홍도(이유영 분)의 무척 예의바른 로맨스를 담은 작품.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사진제공=KBS


작품 설명만 보면 얼핏 타임슬립물로 착각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사람이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넘어와 분투하는 내용은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다룬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부로 대해줘'는 지금까지도 조선 시대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이어오는 폐쇄적인 '성산 마을'을 설정해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뼛속까지 선비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설정은 다르지만, 전개는 다를 게 없었다. 키오스크 작동법을 몰라 목소리로 말을 하고, 한복을 입고 클럽에 가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뻔한 코드는 전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사진제공=KBS


여기에 여주의 초반 서사 역시 남자친구의 양다리에 배신당하고, 화장이 다 흘러내리도록 울면서 술을 마시는 등 어디서 본 듯한 그림들뿐이다. 넘어지는 이유영을 김명수가 잡는 장면이 두 번이나 나왔지만, 몽글몽글한 설렘이나 임팩트 역시 없다. 문화재 가품을 만드는 감쪽이를 찾는 김명수의 서사도 한 축을 담당했지만, 1회에서 보여진 건 어설픈 '킹스맨' 패러디 뿐이었다.

시청률 역시 처참했다. 1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2.3%를 기록했다. ENA '크래시' 시청률인 2.2%보다 0.1% 포인트 높은 수치이나, 지상파라는 점은 감안하면 가장 굴욕적인 결과다. '선재 업고 튀어'는 4.7%를 기록, 여전히 높은 화제성을 증명했다.
사진제공=KBS


물론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젊은 시청층을 노리는 작품의 경우, OTT 순위나 화제성등으로 측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함부로 대해줘'는 이마저도 감감무소식이다. '함부로 대해줘'는 14일 기준 웨이브 오늘의 TOP20 안에 들지 못했고,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발표한 5월 2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에도 찾을 수 없다. 아직 공개도 되지 않은 디즈니+ '삼식이 삼촌',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가 9위와 10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KBS는 줄곧 월화극에서 참패 성적을 기록해왔다. 시청률 10% 이상을 기록한 건 '연모'(2021) 이후 전무하다. 지난해 방송된 '순정복서'는 최저 시청률 0.9%를 찍었다. '함부로 대해줘'도 전작 '멱살 한 번 잡힙시다' 첫회 시청률보다 0.5% 포인트 낮다.

지금까지 KBS에서 강세를 보인 건 '사극', '시대극'이었다. 청춘물이나 로코는 대부분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채 쓸쓸히 막을 내렸다. 갈 길이 먼 '함부로 대해줘'의 앞날이 어둡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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