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기다리며 요리 준비를 하던 박세리가 “두준이는 요리 좋아하지?”라고 묻자, 윤두준이 “좋아했는데, 군대 다녀온 다음부터는 좀…”이라고 말을 흐리자, “그럼 창민이는? 창민이도 요리 잘한다고 들었는데?”라고 최강창민을 쳐다보니, 그 역시 “저도 군대 다녀온 다음부터는 좀…”이라고 말을 흐렸다. 아니 둘 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최강창민은 “누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군대 다녀오면 말 못 할 그런 게 좀 생긴다”라며 안 그러고 싶어도 군대가 ‘요리 싫어증(?)’에 걸리게 한다는 강한 뉘앙스를 흘렸다.
스몰 토크가 이어지던 그때, 첫 번째 손님으로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윤사봉이 세리네 밥집으로 들어왔다. 거의 20년 만에 만난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박세리와 옥주현은 자리에 앉자마자 센(?) 입담을 자랑했다. 같은 뮤지컬에 출연하게 됐다는 동갑내기인 옥주현과 윤사봉은 걸쭉한 사투리 교육을 시작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고충을 얘기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해산물을 잘 먹지 못한다는, 체질마저 같다는 둘에게 세리네 밥집이 준비한 요리는 윤두준표 ‘밤다식’부터 박세리표 ‘배&무생채무침’, 최강창민표 ‘미나리 스테이크 솥밥’. 옥주현과 윤사봉은 3MC의 요리를 직관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특히 상상을 뛰어넘는 박세리의 손(?) 스케일에 세리네 밥집은 웃음꽃이 터졌다. 집안 식구들 모두가 손이 커서 양 조절은 항상 실패라는 박세리는 커다란 김장용 대야에 그득히 무생채를 해두고는 “이봐 이봐, 이게 김장이지 어디 손님 한 팀 접대하는 양이냐”라며 스스로를 타박했다.
식사를 하며 박세리는 어려운 얘기지만, 궁금하다며 2년 전 뮤지컬계가 발칵 뒤집혔던 ‘인맥 캐스팅 논란’에 대해 묻자, 옥주현은 "당시 무대에 오른 후배를 몇 년이나 열심히 연습시켰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연습해서 데뷔한 본인은 축하를 받지 못하고, 일이 꼬였다. 하지만,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 그런 일을 겪다 보니, 내가 뿌린 씨앗도 있겠거니… 삶에 대한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그러면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생각도 바뀌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얘기를 듣던 윤사봉은 “그런데 뮤지컬 계가 한 사람 때문에 그렇게 영향을 받는 곳도 아니고, 연출도 있고 작가도 있는데… 그리고, 얘(옥주현)가 그렇게 영향력 있는 얘도 아니고..”라고 옥주현을 쳐다보자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윽고 두 번째 손님을 마중 나가라고 박세리가 윤두준의 등을 두드리자, 최강창민은 밥을 먹다 벌떡 일어나더니, “다음 손님을 위해 이제 그만 가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라고 외쳐 눈칫밥을 먹던 옥주현과 윤사봉이 당황한 듯 유쾌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 떠밀 듯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에게 며칠을 먹을 수 있을 법한 양의 음식을 쟁여주는 사장 박세리.
한편, 두 번째 손님을 마중 나갔던 윤두준이 손님과 함께 도착했다. 낯선 인물의 등장에 당황한 박세리와 최강창민에게 윤두준이 대기업 ‘S사’의 재벌 3세이자 기부 플랫폼 대표 이승환이라고 소개하자, 재벌 3세는 처음 본다며 급 겸손한 자세를 취한 최강창민. 박세리 역시 재벌 1,2세들과 골프를 쳐보긴 했지만 재벌 3세는 처음 본다며, 이승환 대표가 골프 3년 차라고 밝히자, 박세리는 “저하고 골프 치는 거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레슨 한 번 해줘야 하나”라고 말해 이승환 대표가 처음으로 활짝 웃기도 했다.
세리네 밥집에 오긴 전 선호하는 요리를 주문했다던 이승환 대표에게 박세리는 “준비는 했는데, 취향은 모른다, 그냥 우리가 준비한 걸 먹어야 한다”라며 거침없는 사장의 모습을 보였다. 3MC가 이승환을 위해 준비한 요리는 육회 비빔밥과 시래깃국. 육회 비빔밥을 힘들게 비비는 모습을 보던 윤두준은 참다못해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대표님은 비비느라 아직 한 숟가락도 못 드셨는데, 우리만 먹고 있다”라고 하자, 박세리는 “숟가락으로 퍽퍽 잘 비벼요, 내가 거기 특별히 육회를 얼마나 많이 넣었는데”라고 이 대표를 타박했다. 겨우 한 숟가락 뜨는 이 대표가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3MC는 저마다 “요리가 어떻냐, 맛은 있냐”라며 계속해서 묻는 통에 먹느라, 답하느라 바빴던 이 대표였다.
이후, 이승환은 재벌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3MC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며 ‘재벌 클래스’를 입증했다. 회사에 입사해 나름 재벌 교육도 받았지만 창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고, 솔직히 자신이 가진 환경적 장점을 보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부’라는 아이템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이승환 대표는 “남을 돕는 것도 단계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을 정하고 한 단계 한 단계 목표를 이루어 나가면 생각보다 늦지 않은 시간에 큰 목표를 이루고, 또 20년쯤 후에는 단체 이름으로 노벨상을 받는 게 목표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또한, 재벌가와 관련된 드라마를 본 적 있냐는 질문에 이승환은 ”재밌게 봤다“라며,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배우 송중기로 태어나고 싶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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