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대중의 니즈는 무엇인지,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엔터 업계가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여러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아이유 콘서트에 보호자 없이 초등학생이 혼자 갔다거나, 다른 가수의 경우 콘서트 자체를 취소하는 등의 사례가 전해졌다. 암표 근절을 위해 1인 1표 예매라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부작용도 따르는 모양새다.
아이유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KSPO DOME(체조경기장)에서 월드투어 '2024 IU H. E. R. WORLD TOUR CONCERT'를 열었다. 지난 2일을 시작으로, 3일, 9일에 걸쳐 10일까지 진행됐다. 본 공연에는 약 6만 명의 관람객이 함께했다.
아이유는 약 1년 6개월 만에 팬들과 만났다. 다수의 히트곡과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 등으로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이와 별개로, 안타까운 소식 역시 전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유 콘서트 내 옆에 아기 혼자 왔는데"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작성자 A씨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였는데 나한테 간식 주면서 콘서트 처음이라 잘 부탁드린다 했다. 콘서트 엄청 재밌게 잘 즐기더라. 끝날 때 짐 챙기는 거 좀 도와주고 보호자 오는 거 기다린다길래 즐거웠다고 조심히 들어가라고 인사하고 집 왔다. 근데 간식에 어머니가 써준 편지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어린이 관람객의 어머니 B씨는 손 편지를 통해 "이번에 처음으로 아이유 님의 콘서트를 오게 된 어린이 팬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운이 좋게 티켓팅에 성공하게 됐는데요. 콘서트가 1인 1석 예매인지라 부득이하게 아이를 혼자 보내게 됐습니다. 엄마(저)는 티켓팅에 실패했습니다"고 전했다.
또 "솔직히 보내기까지 너무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직 어린데 혼자 보내는 게 위험하진 않을지.. 다른 분들께 불편을 드리는 건 아닌지.. 하지만 아이유 님을 너무 좋아해서 기뻐하는 딸을 보며 차마 취소는 못하겠더라구요. 아이에게 최대한 콘서트장 에티켓을 알려줬습니다"고 밝혔다.마지막으로 "혹시나 아이가 모르고 실수하는 부분이 있다면 불편해 마시고 딸 아이에게 다정하게 한 번만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이가 실수를 했다면 콘서트장은 처음이라 모르고 한 실수일 거예요. 죄송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콘서트 관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이유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 측은 고가의 불법 암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공연 회차별 1인 1매 매수 제한(선예매 회차별 1인 1매 포함) 제도를 세웠다. 그 때문에 지인과의 연석 거래가 어려워졌다.
EDAM엔터테인먼트 측은 텐아시아에 "아이유 콘서트는 1인 1매 티켓 구매를 원칙으로 두고 있다. 연석 구매가 어려우니 깊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향후 콘서트 진행에 있어 해당 기조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례는 오는 22일부터 적용될 공연법 개정안을 따른 것은 아니다. 다만, 공연법 개정안에는 암표 근절에 대한 여러 차단 항목이 있어 비슷한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공연법 개정안에는 관계 부처가 부정 판매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의무가 생겼다. 1인 1표 예매같은 규제가 계속될 수 있고, 추가 규제도 가능해지면서 부작용 가능성도 커질 수 있는 이유다. 또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해서는 안 된다. 해당 규정을 위반한 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 규정도 더해졌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이 고도화하고, 암표 판매가 더 음지화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모든 규제가 갖고 있는 양날의 칼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암표 근절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업계는 개정 공연법을 통해 암표 근절의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앞으로 암표상이 설 자리는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아티스트의 정당한 이익과 순순하게 공연 등을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엔터 업계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암표 근절'은 필요하다. 다만 단속 등을 통해 후속조치하는 방향이 맞다. 팬들의 선택지 자체를 줄여버리는 규제적 대응은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최소한 1인 2표는 예매 가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귀 기울 필요가 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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