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 오컬트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 장재현 감독이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파묘'의 장재현 감독을 만났다.'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최민식은 조선 팔도 땅을 찾고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았다. 유해진은 베테랑 장의사 영근으로 분했다.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을 연기했다. 이도현은 화림의 제자 무당 봉길 역으로 등장한다.
장 감독은 "처음에는 하드한 호러영화로 기획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마스크를 끼고 어렵게 극장 가서 영화 보는데, 답답하고 싫더라.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화끈하고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어보자, 방향을 바꿨다. 심지어 주인공도 바뀌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이 어릴 적 자주 놀던 뒷산의 한 묘를 이장하는 경험에서 이번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무덤에서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무속인이 굿을 하고 땅을 파는데, 너무 충격이었다. 그 흙냄새부터, '뭐가 나올까' 궁금증까지. 100년 된 다 썩은 관을 사람들이 줄에 묶어서 끌어올리는데, 복합적 감정이 들었따. 궁금하기도 하고, 관 안을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보고 싶고…. 그런 이상한 감정들이 (들었다)"고 말했다.장 감독의 작품에는 꾸준히 종교가 등장했다. '사바하'는 토속적, 불교적 색채를 가미해 창작했고 주인공은 목사에 사이비 종교가 소재로 사용됐다.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은 가톨릭 사제이고, 퇴마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파묘'에서는 주인공들이 굿판을 벌이고 이장을 하는 등 동양 무속신앙과 관련된 장면들이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장 감독은 기독교인이다.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은 장 감독은 여러 무속인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꾸준히 오컬트 장르를 선보여온 장 감독은 사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긴장감을 좋아한다"며 "무섭게 찍기보다 신비롭게 표현하려고 했다. '귀신 잡으러 가자'고 하면 쉬워질 거 같았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포영화의 무서움, 답답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포영화가 극장에 나오면 안 본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며 웃었다. 이어 "이번에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아 갔다가 제 작품을 다 봤다는 외국인 기자를 만났다.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이라고 표현하더라. 내가 좋아하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번에는 동아시아적인,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에 몰두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파묘'는 22일 개봉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