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인터뷰
육상효 감독. /사진제공=(주) 쇼박스


"3일의 휴가'를 보면서 가족 간의 쌓인 스트레스가 풀렸으면 좋겠어요. 원래 (자신의) 손으로는 가장 가까운 팔꿈치를 못 만지잖아요. 오히려 먼 곳은 만질 수 있는데. 그런 것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가족들에게 더 많이 표현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육상효 감독은 본인이 연출한 영화 '3일의 휴가'와 닮아있었다. 관객들의 눈가에 눈물을 짓게 만드는 모습과 그 과정 안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 그러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 복자(김해숙)이 3일간의 휴가를 받으면서 진행되는 영화는 가장 보편적인 소재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어쩌면 가깝기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육상효 감독의 말처럼 지금 곁에 있는 이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처음 공개된 이후,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묻자 육상효 감독은 "'우느라 정신 못 차렸다'는 것이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사실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늘 궁금하다. 쉽게 예상이 안 되니까. 어떤 때는 직접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속에는 속절없이 눈물짓게 만드는 순간과 예상을 깨는 웃음 포인트도 더러 살펴볼 수 있다. '복자' 역의 김해숙은 통통 튀는 입담으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순간을 유하게 만든다. 육상효 감독은 "(웃음 포인트는)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지점이었다. 물론 김해숙 선생님이 유머적으로 강화하신 부분도 있다.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나 보다. '스트레스받네'라는 대사는 애드리브였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각본은 영화 '좋아해줘', '형', '82년생 김지영', 드라마 '서른, 아홉', '신성한 이혼' 등을 집필했던 유영아 작가가 맡았다.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던 순간에 대해 육상효 감독은 "모르는 PD한테 전화가 왔다. 감독님한테 연출 제안을 한다고 하더라. 그냥 무심히 사무실에서 읽었다가 다 읽는데 처음에 4시간 정도 걸렸다. 덮어놓고 울고 또 보고 그러기도 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집사람도 시나리오를 읽고 많이 울더라. 단순히 슬픔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이 있구나라는 생각했다. 사실 유영아 작가 이름도 잘 몰랐다. 알고 보니 되게 유명하신 작가분이시더라(웃음)"라고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답했다.

모녀 서사를 스크린에 옮기는 과정에서 남성 감독으로서 표현법을 고민했다는 육상효 감독은 "유영아 작가님이 자신이 경험했던 부분들을 가지고 시나리오에 녹이셨다. 나는 그것을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여자 감독님이 하셨어도 좋았겠지만, 결이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남자 관객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극 중에서 '복자' 역의 김해숙과 '진주' 역의 신민아는 현실 모녀를 연상케 하는 케미로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캐스팅에도 고민이 많았을 터. 육상효 감독은 "신민아 배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생각한 이미지랑 제일 비슷했다. 시골 언덕에 서 있으면 보기가 좋은 이미지고, 서늘한 아름다움을 가진 이미지다. 슬픈 연기든 코미디 연기든, 원래 요란한 연기를 하는 분이 아니지 않나. 김해숙 선생님 같은 경우, 도둑, 소매치기 등의 다양한 연기를 하시기는 했지만 어머니 하면 누구나 1번으로 선생님을 생각하지 않나"라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말했다.

'가이드' 역의 배우 강기영은 복자가 부여받은 3일간의 휴가를 안내하는 역할이지만, 톰과 제리처럼 대사를 주고받으며 재미를 더한다. 육상효 감독은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강기영 배우를 처음 보고 재능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사람 보는 눈이 있던 것 같다. 첫날 촬영이 시골집에 둘이 도착하는 장면이었다. 그때, 대본에도 있는 대사지만 "아 맞다 나 죽었지". "네. 죽으셨어요"라는 타이밍이 좋더라. 한 배우의 연기를 보면 상의해서 감독과 같이 만드는 때가 있고, 설명할 수 없이 배우가 만드는 순간도 있다. 작업하기 좋은 배우다"라고 답변했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연상시킬 만큼, '3일의 휴가'에는 입김을 호호-불어먹어야 하는 음식들이 대거 등장한다. 음식에는 함께 한 사람과의 추억이 새겨져 있듯, 육상효 감독 역시 이를 통해 모녀 서사를 확장하려고 했다고. "시나리오에 기본적인 음식들은 세팅이 되어있었다. 음식을 찍을 때, 임순례 감독님이 만드셨던 '리틀 포레스트'나 요리 예능 '스트리트 푸드 파이트'가 멋지게 촬영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하려고 했다. 우리 영화를 관통하는 정신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인위적인 앵글이 아니라 편안한 앵글로 찍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모녀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을 증폭시키는 노라 존스의 음악 'Don't know why'는 컬러링,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삽입되며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는 육상효 감독은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이 두 달 가까이 됐다. 촬영 전에 음악이 픽스되어야 했기에 초조했다. 음악 감독이 계속 '최종적으로 직접 노라 존스 본인이 승인해야 한다'고 말하더라. 마침내, 허락받았다. 사실 영어 노래여야 복자와 진주의 거리감이 부각된다고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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