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사진=텐아시아DB


'오은영'이라는 이름값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육아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며 대중에게 올바른 훈육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오은영 박사. 그러나 '육아 전문가'의 대명사가 되면서 언제부턴가 오은영의 이름을 내세워 무차별적인 저격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교권 침해 논란부터 저출산 원인까지 '오은영 예능' 책임 탓으로 돌리는 동료 전문의들과 정부의 입장이 부적절한 이유다.

25일 소아청소년과 의사이자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 하정훈 원장은 2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쪽이 육아법'에 대해 일침하며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새끼' 프로그램이 전국민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그러면서 "'금쪽같은 내새끼' 프로그램의 문제는 '육아는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기본만 갖추면 육아를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 육아'에 대해서도 "솔루션 육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신발달 과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에겐 필요하다"면서도 "일부 아이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전체가 따라 하는 게 문제다. 솔루션 육아를 다루는 방송에 '일반적인 아이에겐 이런 육아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넣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채널A '금쪽상담소' 방송 화면.


오은영의 육아 솔루션은 틀렸다는 하정훈 원장. 그러나 그의 인터뷰를 보면 다소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그는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아이에게 규칙과 한계를 정해주면 아이를 키우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은영은 아이에게 규칙과 한계를 정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나. 오은영 역시 아이 중심으로 맞추는 육아는 옳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라고도 했다. 그런데 오은영의 교육관은 육아는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가스라이팅이고, 자신의 솔루션은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까. "기본만 갖추면 육아를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은, 다른 말로는 기본적인 환경이 갖춰 있지 않으면 힘들다는 이야기다. 현실 육아에서 기본조차 갖추기 힘든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다양한 환경과 형태, 성향들이 있기에 그만큼 여러 '금쪽이' 케이스를 보여주는 거기도 하다.

또 하 원장은 "이달 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이 프로그램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도 언급했다. 지난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변화와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소위 '금쪽이 류 프로그램'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저출산 극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

오은영./사진=텐아시아DB
그러나 오은영은 최근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금쪽'이는 육아의 길을 잃은 부모가 문제를 공개하고, 문제의 원인과 이유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앞으로의 육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금쪽'이 프로그램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저출생 정책 실패에 대한 정부의 책임 꼬리자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은영이 애꿎은 욕받이가 된 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 교사 폭행·사망 사건 등으로 교권 추락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오은영에게 때아닌 책임론이 불거졌다.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 서천석 박사가 '금쪽이' 프로그램이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하면서다. 여기에 '체벌 금지'를 강조해온 그의 교육관이 수많은 '금쪽이'를 만들어냈다는 누리꾼의 의견까지 더해지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오은영./사진제공=ENA

그러나 문제는 오은영의 조언을 듣고 싶은 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오은영은 체벌을 지양했을 뿐, 감정을 뺀 엄격한 훈육의 필요성은 늘 강조해왔다. 때리는 방법을 통해서만 훈육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며 제대로 된 훈육에서 부모의 권위가 나온다고 했다. "매로 때리는 걸 통해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는 건 폭력"이라며 훈육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은영의 외침에도 일부의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를 한다. 그리고는 오은영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한 분야의 유명한 전문가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는 하지만, 원색적인 비판에 욕받이가 되는 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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