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얼굴의 주인공은 영화 '잠'의 유재선 감독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의 김성식 감독이다.

여기에 배우 강동원, 허준호, 이동휘, 이솜, 김종수, 박소이 등 여러 배우들의 앙상블과 호연, 또 '기생충' 지하실 커플 이정은-박명훈과 박정민, 블랙핑크 지수 등 화려한 특별출연 라인업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호평에 힘입어 '천박사'는 추석 3파전 속 예매율 1위로 순항을 시작했다. 유재선과 김성식 감독의 연결고리는 봉준호 감독이다. 유재선 감독은 '옥자' 연출부 출신이고, 김성식 감독은 '기생충'을 비롯해 여러 영화 현장에서 조연출을 맡아 왔다.
제자의 입봉 소식에 봉준호 감독도 확실하게 끌어줬다. 봉준호 감독은 유재선 감독의 '잠'에 대해 "10년간 본 공포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하다"고 극찬을 전했다. 또, '천박사'의 김성식 감독에겐 1시간이 넘는 시간 세심한 모니터링을 해주며 영화 속에서 유머를 활용하는 법, 악인을 묘사하는 법 등에 대해 섬세한 조언을 전했다고.
김성식 감독은 26일 진행된 영화 '천박사' 관련 인터뷰에서 영화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영화 일이 너무 하고 싶어서 고향 울산에서 아침 첫 차를 타고 봉 감독님 영화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그리고 무작정 봉 감독님께 다가가서 제가 쓴 시나리오를 건넸다. 당시 '이걸 왜 저한테 갖다주냐'고 하셨지만, 그 일을 계기로 감독님 영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 감독은 유재선 감독에 대해 '데뷔 동기'로 유대감이 있다며 "봉준호 감독님이 '유재선 감독 시나리오 죽인다, 너 잘 만들어야 된다'고 하시면서 경쟁을 붙이시더라"고 전하기도. 그러면서 "저도 '잠'을 봤는데 정말 잘 만들었더라. 탐나는 재능이다"고 칭찬했다.
오랜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한국 영화계 새롭게 대두된 어려움은 전체 관객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는 가운데, 세계 영화 시장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한국 영화 시장의 파이는 심각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파이를 다시 예년 수준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결이 필요하고, 신선한 작법의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봉준호의 후예라고 볼 수 있는 새 얼굴 유재선과 김성식 감독은 스승의 길을 따라 한국 영화계 유의미한 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되길 기대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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