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늦여름 극장가 트렌드는 '현실 공포'다.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은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우리의 일상 속 스며든 공포 이야기가 우리를 떨게 만든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

같은 날 개봉한 '타겟'(감독 박희곤)과 '신체모음.zip'은 현실 속 밀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타겟'은 중고 거래라는 소재를 활용해 현실 공포를 느끼게 한다. 영화는 중고 거래를 하다 사기를 당하고, 의문의 범인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적인 극적인 장치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등장인물이나 상황 등이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익숙한 것이라 관객들의 몰입감을 자아낸다.

/사진 = '타겟'-'신체모음.zip'-'차박'-'치악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신체모음.zip'은 '타겟'이 다루고 있는 중고 거래를 비롯해 사이비 종교, 학교 폭력,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 1인 가구 등 현실 속 익숙하고 공감이 가능한 주제를 공포물로 풀어냈다. 특히 각 신체 조각에 얽힌 6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독특한 구성이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6일 개봉한 '잠'(감독 유재선)은 신혼 부부라면 절대 웃어넘길 수 없는 이야기다. 매일 밤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하며 몽유병 증세를 보이는 남편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끔 한다. '잠'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미스터리한 요소가 더해져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다.

오는 13일 개봉을 예정한 '치악산'(감독 김선웅)도 치악산에 산악 바이킹을 하러 간 동호회의 이야기를 그린다.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로, 15세 관람 등급을 받았다. 이 영화는 치악산 소재지인 원주시의 거센 항의 속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상황. 그만큼 영화 속 공포가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같은 날 개봉하는 '차박-살인과 낭만의 밤'(감독 형인혁)이 이 작품은 평온한 일상 속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차박 여행에서 낯선 인기척과 함께 순식간에 악몽 같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스릴러. 코로나 시국 MZ세대 사이 큰 반향을 일으킨 차박과 관련된 소재를 차용해 공감 지수를 높였다.

귀신이나, 의문의 존재를 통해 공포감을 자극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우리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소재로 현실 공포를 자아내는 것이 늦여름 극장가의 트렌드로 분석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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