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와 ‘지석’ 섹션 선정작을 발표했다.
■ '뉴 커런츠' 부문 선정작'뉴 커런츠'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경쟁부문으로, 아시아 신예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는 한국, 일본, 방글라데시, 인도 등 다양한 국가를 아우르는 신인 감독들의 작품 10편이 선정됐으며, 그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두 작품에 뉴 커런츠상을 시상한다.
일본영화는 두 편이 소개된다. '1923년 9월'(2023)은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됐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 사회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해 온 모리 다츠야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은다.야마모토 아키라 감독의 '열병을 앓고 난 뒤'(2023)는 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 극단적 감정 상태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충격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불규칙하고 폭발적이며 동시에 파격적인 연출로 감탄을 자아낸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신인감독의 데뷔작 두 편이 선정됐다. ‘지석’ 섹션의 '자서전 비슷한 것'(2023)과 함께 총 세 편의 방글라데시 영화가 경쟁 섹션에 이례적으로 초청되어 방글라데시 영화의 약진을 보여준다.이퀴발 초두리 감독의 '더 레슬러'(2023)는 어촌 마을의 한 노인이 레슬링 챔피언에게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정적인 배경 속, 동적인 캐릭터의 절묘한 배치를 통해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비플랍 사르카 감독의 '스트레인저'(2023)는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소년과 그의 가족들의 성장담을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표현했다.
한국영화 두 편도 뉴 커런츠 섹션을 통해 소개된다. '부모 바보'(2023)는 사회복무요원 ‘영진’과 그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진현’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묘한 연기, 계통 없는 유머, 예상치 못한 침묵과 대사 등 지금껏 보지 못한 영화 문법이 신선함을 배가시킨다.
'그 여름날의 거짓말'(2023)은 여고생 ‘다영’이 지난 여름 남자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시작되는 청소년 멜로드라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가운데, 사태의 심각성과 해결의 미숙함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을 섬세한 연출로 그려내 눈길을 끈다.
장편 다큐멘터리 '화장터의 아이들'(2008)로 지난 2008년에 부산을 찾았던 인도의 라제쉬 잘라 감독이 첫 장편 극영화 '스파크'(2023)로 돌아온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미장센과 밀도 높은 스토리가 관객들을 매료시킬 전망이다. 중국 초이 지 감독의 '빌려온 시간'(2023)은 홍콩의 곳곳을 누비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유영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유연한 촬영으로 담아냈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 '만타 레이'(2018)의 조연출을 맡았던 태국 파티판 분타릭 감독의 데뷔작 '솔리드 바이 더 씨'(2023)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 후반작업지원작으로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이 돋보인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출신의 말레이시아 감독 치아 치섬의 '지금, 오아시스'(2023)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비밀을 간직한 소녀를 섬세한 연출로 그려냈다.
■ '지석' 부문 선정작
2022년에 신설된 ‘지석’은 아시아영화의 성장과 지원에 헌신해온 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정신과 뜻을 기리기 위해 수여하는 지석상의 후보작을 한데 모은 섹션이다. 세 편 이상을 만든 아시아 중견 감독의 신작 총 10편 가운데, 두 편이 지석상을 받게 된다.
먼저,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시이 유야 감독의 '달'(2023)은 장애인과 노인을 돌보는 요양원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미야자와 리에, 오다기리 조 등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도다 아키히로 감독의 '이치코'(2023)는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했던 한 여자의 슬픈 사연을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일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배우 스기사키 하나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남아시아의 작품 두 편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먼저 스리랑카 영화계의 중심인물인 프라사나 비타나게 감독의 '파라다이스'(2023)는 작은 소동이 엄청난 소요로 번지게 되면서 정치적, 계급적 이해관계로 얽히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힘 있게 담아냈다. 방글라데시의 '자서전 비슷한 것'(2023)은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과 티샤 배우 부부가 공동 각본 및 연출과 제작으로 참여했으며, 주인공 부부로도 출연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책에서 빌려온 제목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거대하고 씁쓸한 농담이다.
중앙아시아에서는 키르기스스탄의 미를란 압디칼리코프 감독의 '신부 납치'(2023)가 초청되었다. 전작 '달려라 소년'(2019)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했던 미를란 감독은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묵직한 문제의식을 벼려 내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인도네시아 독립영화의 기수인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이 도전한 장르 영화 '가스퍼의 24시간'(2023), 태국 논타왓 눔벤차폰 감독이 치앙마이의 어두운 현실을 감각적으로 그린 '도이 보이'(2023), 필리핀의 거장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비극적인 드라마 '모로'(2023) 세 편이 공개된다.
한국영화는 '그녀에게'(2023)와 '이 영화의 끝에서'(2023) 두 편이 선정됐다. 이상철 감독의 '그녀에게'(2023)는 전직 정치부 기자였던 ‘상연’이 발달 장애아를 낳아 돌보게 되는 양육 일기를 그린 작품이다. 힘 있는 이야기와 인물을 중심으로 강인한 삶의 태도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끝에서'(2023)는 '파스카'(2013)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안선경 감독의 신작이다. 한 영화감독의 고된 영화 준비 과정을 배경으로 영화와 현실, 픽션과 논픽션을 자유로이 오가는 해방적 영화를 선보인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흘간 개최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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