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30대 남성 A씨는 최근 디즈니+ 가입을 하려다 난처한 일을 겪었다. 디즈니+ 가입할 당시 기재해야 하는 이메일 주소 중 끝자리를 실수로 오기재했는데, 결제가 이뤄지자 가입이 완료되며 덜컥 로그인이 됐다. 가입 후 계정등록을 위해서는 메일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데, 오기재된 메일 주소 탓에 확인이 불가해 계정을 등록할 수 없었다. 해결을 위해 디즈니+ 고객센터에 연락했으나, '그냥 한달 쓰고 해지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20대 여성 B씨는 예전에 쓰던 디즈니+ 계정을 되살려 구독을 재개하려 했지만, 도통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결국 고객센터에 연락해 문의하니 휴면 계정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B씨는 디즈니+로부터 계정이 휴면 전환된다는 사실을 고지 받은 적 없다. B씨는 휴면 계정을 풀기 위해서는 직접 고객센터에 전화해야 하는데다, 휴면 상태가 해지되어도 당장 사용하지 못하고 시일이 소요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최근 디즈니+는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분위기가 좋다. 단비같은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덕이다. 디즈니+는 이 작품을 통해 국내 상륙 약 1년 9개월 만에 대박 콘텐츠가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빙'을 보기 위해 이탈했던 구독자들이 속속들이 돌아오며 구독자들 수가 늘고 있다는 관계자 전언이다. '무빙'은 앞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시즌1과 시즌2의 성적을 뛰어 넘고, 국내 서비스작 중 한국과 글로벌 콘텐츠 통틀어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간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디즈니+ 아태지역에서 공개 첫 주 시청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시리즈에 랭크됐다.

소프트웨어 격인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디즈니+는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하드웨어인 디즈니+의 기능적인 불편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용자들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는 것. 큰 맘 먹고 가입을 시도했다가도 여러 면에서 불친절한 디즈니+의 서비스 탓에 '이것만 보고 해지해야지'하는 구독자들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많은 지적 사안은 사용자 경험 관련 기술적인 문제다.(이하 디지털 TV 시청 기준) 디즈니+는 검색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 보고 싶은 작품 제목의 일부만 기입하거나, 감독의 이름을 입력하면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빨리 감기 기능이 없어 정속으로만 시청이 가능하다. 쇼츠 시청에 익숙한 MZ세대들을 유입하기 어려운 지점 중 하나다. 최근 '무빙'의 강풀 작가는 "디즈니+는 배속 기능이 없어 좋았다"며 이를 디즈니+의 장점 중 하나 꼽기도 했지만, 이는 지극히 창작자 입장이다. 게다가 디즈니+ 기능적인 면을 종합할 때 배속 기능은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란 게 시청자들의 추측이다.

자막의 싱크가 안 맞는 경우도 다반수다. 또 되감기하거나 건너 뛰기를 할 때 영상 지연 정도가 심하다. 같은 기기 기준 넷플릭스나 웨이브, 티빙, 쿠팡 플레이는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것을 고려할 때 인터넷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플랫폼 자체의 완성도에 비해 무겁다는 인상도 준다.

디즈니+ '무빙'/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디즈니+는 국내 상륙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며 고전했고 그 탓에 한국 철수설까지 돌았다. 이 상황 속 미국 블록버스터인 마블 시리즈 부럽지 않은 K-히어로물 '무빙'을 만난 디즈니+다. 지금 디즈니+는 웰메이드 콘텐츠에 걸맞는 똑똑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은 조악한 시스템 탓에 '이것만 보고 해지해야지'라는 구독자들의 볼멘소리를 시정하고 개선해야 롱런할 수 있다. 디즈니+가 '무빙'을 통해 맞이한 반등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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