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할 때 힘든 거요? 다른 건 없었고 여름에 찍었는데, 패딩 입고 겨울 촬영을 하는 게 힘들었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주역인 배우 이병헌과 박서준, 그리고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다른 배우들 역시 '촬영 중 어떤 점이 힘들었냐'는 질문에 여름 촬영에 겨울 배경의 영화를 찍는 것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여름에 촬영했으나, 작품 속 배경은 입김이 두드러지는 혹한의 한겨울이다.

이 탓에 '콘크리트 유토피아' 배우들은 푹푹 찌는 더운 여름의 날씨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연기에 임해야 했던 것. 이에 감독인 엄태화에게 촬영을 여름에 할 수는 없었는지, 아니면 날씨 배경 설정이 여름이었으면 안 됐는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원작은 여름이 배경입니다.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겨울로 바뀌었죠. 영화 속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걸 고려할 때 여름보다는 겨울이 더 좋았어요.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이 황궁 아파트로 굳이 들어오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할 때 겨울이어야 했어요. 여름에는 아파트에 굳이 있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잖아요. 사람들이 황궁아파트로 몰려든 이유가 효과적으로 납득돼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명확한 이유가 있었지만, 폭염의 날씨에 패딩을 입고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의 컨디션과 건강 걱정이 앞섰다. 엄 감독은 "배우들의 건강이 가장 걱정됐다. 주연 배우들 뿐 아니라 보조 출연자들, 그리고 그 중에는 어린 아이도, 연배가 있으신 어르신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앰블런스가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름에 찍은 겨울신인 탓에 촬영 당시는 물론이고 후반 작업시에도 디테일한 터치가 필요했다. "빛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서 다 막기도 하고, 반투명 물질을 사용하기도 했죠. 후반 작업 할 때는 입김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말할 때 호흡이 들어가고 나가고를 정확하게 고려해서 작업해 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다 하나하나 호흡까지 생각해서 맞춰서 해주셨어요. 사실 한 신에 100명 정도 나올 때도 있고 수많은 인물의 얼굴이 잡혀요. 그래서 그 화면을 보면서 누구누구의 입김이 보이면 좋을 거 같다고 체크해서 공유했어요. 디테일을 살려서 컷바이컷으로 작업했어요. 덕분에 최종본이 리얼하게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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