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 '오펜하이머'를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10일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이하 '알쓸별잡')에는 영화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크리스토퍼 놀란은 3년만에 신작 '오펜하이머' 홍보 일정 중 한국 팬들의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MC 장항준은 "이 녹화 끝나고 친한 척하면서 사진을 찍어줄 수 있나"라고 물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건축가 유현준은 영화 '인셉션'(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을 보고 힘든 시기를 견뎌냈다고 말했다. 그가 건축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단했을 무렵, 용기를 얻었다는 것. 이어 유현준은 건축가와 영화감독의 공통점에 대해 언급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동의하며 영화 제작이 없었던 과거로 돌아간다면 자신은 건축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평소 크리스토퍼 놀란은 디지털 촬영 대신 필름 촬영을 선호하는 편. 영화 '인터스텔라' 속 옥수수 밭의 경우 직접 심었고, 모래 폭풍은 식용 분말을 날렸으며, '테넷'의 비행기 충돌 신은 실제 비행기를 들이받았다고.
장항준은 “굉장히 많이 들은 질문일 수 있는데 요즘엔 필름으로 촬영하지 않고 디지털로 촬영하고, 현대의 상업 영화들은 CG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데 필름 촬영과 CG를 거의 쓰지 않는 이유가 있나. 그리고 스태프들은 불평하지 않는지”라고 물었다.
이에 크리스토퍼 놀란은 CG를 지양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CG를 지양하는 이유는 필름과 관련이 있다. 필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필름의 화질과 질감이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세상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관객이 영화를 통해 현실의 감각을 느끼길 바란다"라며 자신의 연출 철학을 밝혔다. 또한 "이걸 시각 효과에 적용하면서 최대한 실제로 찍으려고 한다. 그래픽보다 더 공감되고 실제로 위협적이고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아날로그 촬영과 관련된 비하인드에 관해선 "스태프들은 내 생각에는 도전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내가 던지는 모든 도전을 즐기는 것 같아. 아마 날씨 빼고. 내가 비, 폭풍, 바람 속에서 촬영하는 걸 좋아한다. CG로 하기보다는 실제로 찍는 거다. 그건 스태프들도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특히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역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주인공으로 한 전기 영화다.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전기 영화를 만든 이유를 묻자 "늘 복잡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 끌렸다. 인간적인 결함을 가진 복잡한 상황에 부닥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년간 연구했는데 오펜하이머는 아주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미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모두를 대신해 핵폭탄 버튼을 누른 경험이 굉장히 드라마틱한 순간 같았고 영화로 구현하고 싶었다”라며 '오펜하이머'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천문학자 심채경은 "인간의 복잡성을 풀어내서 정리하고 싶은가, 아니면 복잡성을 탐구해 더한 복잡함을 찾아내고 싶나"라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강렬한 캐릭터가 주는 매력과 인간의 결점을 영화에 풀어내려고 노력할수록 풍성해지는 이야기에 대해 말했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같은 물리학자인 오펜하이머의 삶을 언급했다. 그는 “오펜하이머는 나 같은 물리학자한테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영화는 그들을 판단하기 위한 게 아니라 당시 최선을 다했음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들이 옳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심채경은 한국어로 '놀란'의 뜻을 알려줬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얼굴이 빨개졌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극장 상영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극장 관람은 소설이 주는 주관적 경험을 관객들과 공감으로 연결시킨다. 영화관 관람의 고유하고 소중한 요소다. 관객이 중요하다. 스크린 사이즈만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오는 8월 15일 국내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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