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콘서트 D-4, BTS 출연 가능성 대두
논란은 정부와 주최 측, 수습은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
성범죄→기간 공무원 해외 출장 99번, 졸속행정의 표본
논란은 정부와 주최 측, 수습은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
성범죄→기간 공무원 해외 출장 99번, 졸속행정의 표본
《윤준호의 불쏘시개》
연예계 전반의 이슈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논란과 이슈의 원인은 무엇인지, 엔터 업계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BTS)이 '잼버리 사태'의 중심에 휘말렸다. 1100억원이라는 예산 규모와 상반된 졸속행정으로 논란을 키운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주최 측이 K팝 콘서트 출연 가수로 방탄소년단을 들먹이면서다.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당초 6일 오후 8시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개최될 K팝 콘서트였다. 다만, 여러 문제로 인해 오는 11일로 날짜가 변동됐다.
날짜 변경과 함께 정부가 내세운 것은 '방탄소년단 출연 카드'였다. 숱한 논란이 터지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라는 판단에서다. BTS로서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충분한 사전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논의중인 것처럼 언급했다. 정부가 사실상 BTS 출연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BTS 출연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연예계 중론이다. 우선 촉박한 시일 때문이다. 11일까지는 7일 기준 4일이 남았다. 이 기간 BTS 멤버들의 스케줄 조율은 물론이고, 공연 기획, 공연 장비 마련 등이 모두 필요하다. 현재 솔로 활동하거나 군 복무 중인 이들의 스케줄을 맞추는 것 자체가 어렵다. 특히, 뷔의 경우 솔로 앨범 발매 준비에 한창이다. 또한 출연이 확정되더라도 무대 준비 시간이 너무 짧다. 무대 장비를 설치하는데도 통상 3~4일의 시간이 걸린다. 태풍까지 겹쳐 무대 설치가 제대로 될지도 미지수다. 무대에 오르더라도 안무 숙지나 리허설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BTS같은 톱가수들은 무대 장비와 기획 등에 예민하다. 이름값에 걸맞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부 멤버만 무대에 올리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진과 제이홉은 현재 국방부 소속이다. 정부가 잼버리 콘서트를 위해 군인 신분인 멤버들을 부를 수 있다. 다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 군인 신분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개인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북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잼버리 주최 측은 생각 없는 대처와 계획안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연기된 콘서트 장소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바꿨다고 알렸다. 이후 제6호 태풍 카눈이 잼버리 야영장을 지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7일 갑작스럽게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 개최 확정됐다. 실제로는 현재 K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축구단 전북현대모터스가 홈구장인 전주경기장을 사용하지 못하자, 팬들이 반발했기 때문.
콘서트 일정이 연기되면서 출연 아티스트도 변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출연하기로 했던 아티스트는 아이브, 제로베이스원, 엔믹스, 스테이씨, 피원하모니, 앤팀, 베리베리, 이채연, 네이처, 에이티비오, 싸이커스 등이다. 인기 안무가 아이키가 출연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엔믹스나 베리베리는 일정상의 이유로 출연일 불발됐다. 이외의 그룹들은 주최 측의 입장에 따라 출연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는 여러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부실 운영과 열악한 환경, 여기에 성범죄 의혹으로 파문이 일었다. 지난 2일 잼버리 야영지 내 여자 샤워실에 30∼40대로 추정되는 태국 남성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됐고, 100여명 정도의 목격자가 이를 고발했다.
태국 남성 지도자의 궤변도 충격적이었다. 현장에서 붙잡힌 태국인 지도자는 '샤워하러 들어왔다'는 말을 했다고. 이 사태를 방관한 정부 또한 물의를 일으켰다. 여성가족부와 조직위 측은 경미한 사안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 등 현장을 살피지 않았다.
이 사태와 별개로 잼버리 개최 이후 온열질환 및 피부병변 등 누적 내원 환자는 4400명을 훌쩍 넘었다. 더불어 해사 초기 준비 부족으로 일부 국가 대표단이 조기 퇴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국제적 망신'이란 비판과 함께, 지난 8년간 잼버리 탐방 목적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다녀온 해외 출장 횟수가 99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졸속행정.
정부는 모든 악재 속 방탄소년단 출연 가능성을 들먹였다. 마치 BTS만 나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 같은 믿음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옅어졌고 방탄소년단의 출연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다. 행사 성공 여부의 키를 방탄소년단에게 던져버린 꼴이다. 전시 상황에서나 볼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BTS는 잼버리에 출연해서도 안되고, 출연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BTS 출연을 반강제하는 것은 국가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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