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갈 수도 없고 싸우기도 힘든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아동 학대 신고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호민의 상황이 그렇다.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이 탄원서를 내며 들고 일어섰고, 교육감까지 등판해 직위해제 된 특수교사를 복직시켰다. 여기에 방송가들도 줄줄이 대중들의 눈치를 보며 손절하기 시작했다.
온 사방에서 주호민을 향한 날선 지적을 쏟아낸다. 논란의 시작은 주호민이 자폐 증상을 지닌 아들의 담당 특수교사를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지난해 9월 주호민의 아들은 갑자기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학교폭력으로 분리 조치됐다.
이후 주호민의 아내는 아들이 불안 증세를 보인다며 가방에 녹음기를 넣은 상태로 등교시켰고, 증거를 모아 교사를 신고했다. 주호민은 "녹음기에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다만 해당 사건이 보도되고 여론은 주호민에게 등을 돌린 상황. 특수 교사의 경위서와 주호민의 입장문을 보면 아동학대라고 볼 점이 짜증 섞인 말을 했다는 것뿐이다. 특수교사의 동료들과 학부모들 역시 "존경받을 만한 선생님"이었다는 탄원서를 내며 주호민의 대처가 과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하 '교총')도 나섰다. 교총은 특수교사의 선처와 함께 "녹취 내용이 증거자료로 채택된다면 학교 현장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 비밀의 보호, 대화 비밀 침해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무단 녹음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며 대화 무단 녹음에 대한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요청했다.
여론에 힘입어 직위해제됐던 주호민의 아들 담당 특수교사는 복직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직접 움직인 것. 그는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생님들이 더 이상 혼자 대응하지 않도록 교육청이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전했다.결국 해당 사건의 쟁점은 '특수 교사의 아동학대 유무'다. 주호민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재판의 결과가 그의 손을 들어주면, 여론도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주호민과 더불어 과거 주호민의 아내가 그린 웹툰도 구설에 오른 가운데, 주호민은 입을 꾹 닫고 있다.
특수 교사의 유죄 판결이 나온다고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대중이 결과를 납득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 신고의 바탕이 된 녹취록 내용이 전부 밝혀진 것도 아니다. '아동학대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게 될 특수 교사를 향한 동정 여론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인기 웹툰작가로서, 방송인으로서 얻은 주호민의 호감 이미지가 날아간 지는 오래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주호민에게 선택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더 명확히 설명하고 여기서 멈추는 것, 둘 중 하나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