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예능 부진 끊어낸 양대산맥
기안84의 라이벌로 등장한 '독박투어'팀
출연진 사비로 여행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도
<<류예지의 예지력>>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미래와 그 파급력을 꿰뚫어봅니다.

여행 예능의 침체기를 끊어낼 양대 산맥이 등장했다. 이미 연예 대상 후보로 여러 차례 점쳐진 기안84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와 최근 정규편성에 올라탄 '니돈내산 독박투어'가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가 점차 잦아들면서 각 방송사는 그동안 쌓아뒀던 여행 콘텐츠를 한꺼번에 풀어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너무 많고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여행 콘텐츠가 쏟아지며 시청률 하락세를 걸어왔다. 지상파와 종편을 막론하고 시청률은 1~3%대를 맴돌았다. 요즘은 여행 예능 시청률 3%대만 나와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

낮은 시청률과 화제성에도 대부분의 프로그램 포맷은 언제나 그렇듯 비슷했다. 작가진이 어느 정도 스케줄과 컨셉을 정해주고 출연진들은 제작비를 가지고 호화로운 여행을 다녀왔다. "연예인 공짜로 여행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비판 의견도 나왔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악화일로였다.

그러던 중 침체기에 빠졌던 여행 예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기안84가 '태계일주2'에서 날 것의 매력을 뽐내며 인도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 보통의 연예인들이 5성급 호텔에 가고, 미쉐린 레스토랑에 방문하고 럭셔리한 여행을 하는 것과 정반대였다. 순수한 여행가였던 기안84는 인도인의 문화를 존중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에 집중했다.

여행 예능의 부진을 끊은 또 다른 이들은 바로 베테랑 개그맨들이다. 김대희, 김준호, 장동민, 유세윤, 홍인규가 출연하는 '독박투어'는 출연자 사비로 경비를 결제하는 초유의 리얼리티 여행 예능. 여행의 모든 과정이 ‘복불복 게임’을 통해 진행되는데 항공료를 제외한 모든 여행 경비를 출연자가 사비로 낸다.'독박투어'를 연출한 박승호 PD 역시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인들이 제작진 돈으로 좋은 곳 가고 좋은 것 먹으면서 '연예인 참 좋겠다' 생각하지 않나. 사실 우리는 거기서 조금 비틀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장동민은 100만원대 풀빌라 독박자로 선정되어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다. 베트남 여행 당시 독박자로 가장 많이 지목됐던 유세윤은 벌칙으로 머리를 밀기도 했다. 고급 바버샵이 아닌 베트남 길거리 이발사에게 머리를 맡긴 유세윤의 모습은 뼈그맨 그 자체였다. 47세 김준호는 대만 여행 당시 돈을 내기 싫어 동생 장동민의 지갑에 손을 대기도 했다. 사비를 쓰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평균 나이 44.4세 개그맨들의 발악은 웃음과 차별점을 동시에 잡았다.

그 결과 '독박투어'는 8일 파일럿 방송을 마지막으로 정규 편성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MBN 외에도 채널S, 라이프타임 공동 제작 프로그램으로 정규 또한 세 개 방송사가 합작한다.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이들의 여행 스타일은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연예 대상 후보로 손색없는 기안84에 대적할 수 있는 여행 예능 라이벌은 이제 '독박투어'가 거론되고 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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