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연희, 고아라. / 사진=텐아시아DB


'예쁜 얼굴'로 연예계에 입문했지만 연기력 논란이 뒤따랐다. 하지만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연기 역량을 기르며 이제는 어엿한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다. 배우 이연희와 고아라의 이야기다. 모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함께했던 SM과 이별 후 연기자로서 한층 다채로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연희와 고아라는 SM이 연기 매니지먼트 초창기 내세운 연기자다. 둘은 SM의 '대표 얼짱' 배우로 꼽혔다. 이연희는 2001년 캐스팅 오디션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입상하면서 SM 연습생으로 발탁돼 2004년 KBS 드라마 '해신'으로 데뷔했다. 고아라 역시 2003년 이연희와 같은 대회를 통해 대상 격인 '외모짱'으로 선발됐고, 같은 해 KBS2 드라마 '반올림'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특출난 외모의 두 사람은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데뷔에 성공했다.하지만 예쁜 얼굴은 오히려 독이 됐다. 예쁘장한 이미지가 부각된 역할을 주로 맡았고, 그 탓인지 연기력 논란도 불거졌다. 게다가 SM이 배우보다는 가수 매니지먼트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SM 연기자'라는 수식어는 이들에게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귀공자' 고아라. / 사진제공=NEW


게다가 고아라와 이연희는 배우 매니지먼트와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SM과 함께 좌충우돌해야 했다. SBS 드라마 '눈꽃'(2006)에 이어 SM이 지원제작한 MBC 드라마 '맨땅에 헤딩'(2009)에 주연으로 연기한 고아라는 캐스팅 메우기를 비롯해 아이돌 출신 SM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던 터라, 연기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 여기에 해당 작품의 개연성 부족과 헐거운 서사로 인해 혹평까지 받으면서 상황은 부정적으로 흘렀다. 이연희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SBS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주연을 맡은 이연희는 최강창민과 호흡을 맞추며 또 한번 사내 캐스팅의 한계를 겪어야 했다. 이연희는 이후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으로 '첫사랑 아이콘' 이미지를 얻긴 했지만, 연기적으로는 주목받지 못했고,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에서도 섹시한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레이스' 이연희. / 사진제공=디즈니


'SM 연기자'였던 둘은 각각 고아라는 2016년, 이연희는 2020년 SM을 나오게 된다. 고아라는 아티스트컴퍼니를 거쳐 지난 1월에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과 전속 계약했다. 이연희는 VAST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배우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한 것.이후 두 사람은 탈SM을 통해 '해방'된 연기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고아라는 '해치'를 통해 걸어다니는 인간 병기지만 마음만은 여린 열혈 다모 역으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정의로운 열혈 초임 판사 박차오름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호평 받았다.

오는 6월 21일 개봉하는 영화 '귀공자'에서는 복싱선수 마르코와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는 미스터리한 인물 윤주로 분했다. 공개된 스틸에서는 흡연하는 모습이 담겨 색다른 연기 변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고아라는 "박훈정 감독님 작품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부터 어떤 역할이건 설렜다. 이번 작품은 그 동안 내가 했던 작품들과 톤이 달랐다. 작업 하기 전에도 촬영하면서도 흥미롭고 즐거웠다"며 도전의식을 내비쳤다.

'레이스', '귀공자' 포스터. / 사진제공=디즈니, NEW
이연희는 2021년 연극에 도전했다. '리어왕'으로 무대에 오른 이연희는 첫 연극에 1인 2역이라는 까다로운 환경에도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카카오TV 드라마 '결혼백서'에서는 30대 예비신부의 결혼 준비 과정을 실감나게 담아 자연스럽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최근 디즈니+ '레이스'에서는 채용 비리 누명을 쓴 '무스펙' 계약직 역으로 청년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연희는 이번 작품을 위해 숏컷 스타일로 머리도 짧게 잘랐다.

이연희는 최근 '레이스' 인터뷰에서 연기에 뒤늦게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극도 좋은 경험이었다. 무대에 선다는 게 조금은 떨리고 긴장도 되는 일인데, 왠지 모르게 즐겁더라. 연기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었다. 설레고 재밌고 흥분 됐다"고 말했다. 또한 "20대에는 무수한 경험이 남았다면, 이제는 좀 더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즐거운 작업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연기를 오래했지만 만족한 적은 별로 없다. 도전이 원동력이고 또한 도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원동력이기도 하다. 도전하지 않으면 안주하는 느낌도 든다. 연기는 저를 성장시킨다"라고 말했다.

출중한 외모에 가요 기반 소속사라는 배경은 두 사람에겐 양날의 검이었던 셈이다. 데뷔 시절부터 주목 받을 수 있는 이유였던 한편, 선입견을 만들어낸 이유이기도 했다. SM에서 '해방'된 두 사람은 이제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한 선택을 하고 있다. 고아라와 이연희는 한 작품 한 작품 필모그래피를 통해 실력을 쌓으며 연기력 논란을 씻어내고 있다. 배우로서 두 사람의 진가는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선택에서 발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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