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너무 많아" 도망친 유아인, 반성에 진정성이 있긴 한가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으러 왔다가 유턴해 돌아갔다. "성실하게 경찰 조사 받겠다"던 유아인은 경찰 조사에 '당일 펑크'를 내면서 제 입으로 한 말을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유아인은 11일 오전 10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두 번째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유아인은 조사 예정 시간에 앞서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인근에 도착했다가 포토라인을 만들어 진 치고 있는 취재진들을 보고 일방적으로 출석을 거부했다. 유아인은 변호인을 통해 "기자가 많아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경찰에 전달하고 차를 돌렸다.
유아인은 지난 3월 1차 소환 당시에도 출석일자가 언론에 알려졌다고 반발하며 조사를 미뤄달라 요구한 바 있다. 경찰과 협의해 맞춘 단 2차례의 소환 일정 동안 2번의 조사 거부가 있었던 것.마약 투약 혐의 이후 유아인과 소속사가 밥 먹듯이 내 놓은 입장은 "성실하게 조사 받겠다"는 것이었다. 유아인의 마약 혐의에 대한 추가 보도가 이어지자 소속사는 '경찰 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사실관계를 소명할테니 조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유아인 측은 지난달 12일 몇몇 언론사의 보도에 유감을 표하며 "사실확인 조차 되지 않은 혐의가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확산되고 있다"며 "보다 더 명백하게 사실관계를 전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는 수사 기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유아인 측은 비공개 출석을 하고 싶었지만, 경찰이 이를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경찰과 날선 대립을 드러낸 셈이다. 명백한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며 성실한 수사 협조를 장담했던 유아인은 담당 경찰들을 두 차례나 바람 맞추며 애를 먹이고 있다. 수사 기관에 대한 예의를 운운했던 유아인 측이 보여주고 있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아인 측은 두 차례나 경찰 조사 거부를 한 근거로 '경찰수사사건 등 공보에 관한 규칙',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용수 변호사는 텐아시아에 "유아인의 경우 준공인의 위치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연예인 아니냐"며 "공익에 대한 알 권리보다 규칙이 우선이라고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위치를 고려한다면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유아인의 마약 혐의가 이미 다 알려진 상황이고, 취재진은 대중의 알 권리를 위해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에 반성한다면 고개를 숙이면 될 일이고,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입장을 소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유아인의 노쇼가 경찰의 조사 업무에 상당한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보통 정치인이나 유명인, 연예인 등을 소환할 때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모든 증거를 다 준비했고, 본인 확인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할 때를 대비해 공범을 대기시켜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로서는 증인이나 참고인 조사, 또 기소 일정 등을 고려해서 소환 날짜를 정했을 텐데 모든 것이 어그러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유아인 측과 다음 소환 일정을 다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경찰 조사라는 게 기차 놓쳤으니 다음 차를 바로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찰 근무 체계상 당장 내일은 어렵고, 모레나 토요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이어 유아인이 계속해서 경찰 소환에 불응하게 되면 체포영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경찰의 소환에 3번 이상 불응하게 될 경우 체포영장 발부 사유가 된다"며 "아마 이번 소환의 일방적 불응으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구속영장 신청 사유가 하나 늘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유아인이 총 5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유아인의 모발·소변에서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 등 4종의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넘겨받았고, 이후 유아인의 의료기록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의료 이외 목적으로 처방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해 왔다.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오늘 날의 자리까지 오른 유아인이다. 준공인인 연예인의 위치에서 막대한 부와 인기를 누리며 호의호식했던 유아인은 마약 투약 혐의로 팬과 대중을 실망시킨 것도 모자라 비겁하게 소환 조사를 거부하며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반성하겠다"는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중의 사랑은 좋지만, 알 권리가 있는 대중의 비판은 피하고 보겠다는 유아인.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는 비겁의 극치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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