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천우희 인터뷰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은 자신에게서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의 배우 천우희(36)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터뷰를 하며 천우희에게서 받은 주요한 인상은 '주체적'이었다. 삶이 심심하다고, 집에 누워있는 날이 많다고 했지만 연기를 포함한 자신의 삶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롭고 자주적인 태도였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천우희가 맡은 역할은 작은 회사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평범한 회사원 나미다. 이 영화는 나미가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연쇄살인마 준영(임시완 분)이 손에 쥐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렸다.
천우희가 나미를 선택하게 된 것은 캐릭터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다. "작품에서 그리는 현실적인 공포가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나미라는 인물도 매력적이었죠. 나미에 대한 설명으로 '평범한 직장을 다닌다'는 거였어요. 평범한 직장인 나미가 어떤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하고 타게팅 되면서 인생이 망가졌지만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현시대를 살아가는 2-30대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천우희는 극 중 나미가 자신의 인생을 흔들어 놓은 준영을 주체적으로 처단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나미가 주체적으로 행동하려고 하고 독립적인 부분이 좋았어요. 저 스스로도 나미라는 인물과 동질감을 느꼈죠. 유약하지만 강단있는 힘 조절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미의 감정 변화에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함께 인도해 나가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나쁘지 않게 그려낸 거 같아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나미는 준영을 향해 두 발의 총을 쏘면서 스스로 준영을 심판한다. 다만, 총을 쏘는 설정이 한국적이지 않아 고민했지만, 논의 끝에 이 결말로 정했다.
"'총을 쏜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자기 인생을 망가뜨리고 자기 아버지의 숨이 넘어가는 것까지 보게 된 상황에서 이 엔딩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되려 우리가 작품을 볼 때 너무 수동적인 인물을 보거나 하면 '나 같으면 저렇게 안할 텐데' 할 때가 있잖아요. 나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 인물을 어떻게 처단하느냐 했을 때 총을 쏠 수 있다고 봤어요."개연성을 위해서도 신경 썼다. 천우희는 "'나미가 어떻게 총을 쏘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미의 SNS에 보시면 사격장에 가서 총을 쏘는 장면이 있다. 실제 권총을 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설정이 나온다. 그런 디테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사 중에 와 닿았던 게 경찰을 향해서 '저 평생 지켜줄 수 있으세요?' 하는 게 있어요. 저는 이게 되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구원은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란 메시지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했죠. 물론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자기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나미가 준영을 쏘지 않았어도 그 결말에 대해서 '흐지부지 끝났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봐요. 결국 나미 선택의 문제겠죠."
여러번 작품에서 고생하는 캐릭터를 맡았던 천우희는 이번에도 연쇄살인범에게 잡혀 물고문을 당한다. "엄마가 보시고 '너무 좋은데 이번에도 묶이고 또 물에 들어가고 고생 많이 했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약간은 저한테 고생이 있어야 어떤 서사가 있어야 재미있게 다가오는 거 같기도 해요. 하하!"다음 작품은 고생하는 역을 하고 싶지 않다며 농을 던진 천우희는 "체력이 많이 떨어져 마음이 좀 서글프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엄마한테 '엄마 나 좀 갔지?' 그러니까 '쉬어서 그래 퍼져서' 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하기엔 체력적으로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질 때가 너무 많아요. 체력은 원래도 약한 편이었지만 정신력으로 되게 밀어붙이는 편이었고 그게 잘 되어왔는데, 요즘에 '잘 안 먹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확 서글퍼졌어요."
호흡을 맞췄던 임시완에 대해서는 "잘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천우희는 "임시완이라서 더 이 인물이 잘 묻어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맑은 눈으로 그런 행동을 할 때 섬뜩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평소에도 맑은 눈의 광인이다. 얘기할 때 정말 똑똑하다. 생긴 건 예쁘장하게 생겼다. 되게 독특하다는 포인트가 있는데 감독님이 그걸 캐치해서 캐스팅을 잘 해주신 거 같다. 역할에 딱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천우희는 또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음악 프로듀서 코드쿤스트가 자신을 두고 이상형이라며 공개 인증한 것과 관련 "감사하다"며 "지금 맞팔이긴 하다. 정서적인 친근감은 있다. 실제고 봰 적은 없지만 (이)주승이 연락을 받았고, 팬이라고 전해달라고 하셔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혼자 산다' 출연 가능성에 대해선 "출연하는 건 고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주승에게도 '그건 생각해 볼게'라고 했다. 혼자 살고 있는데, 집 공개는 원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사실 제 일상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 생각도 많아요. 저는 맨날 집에 누워 있거든요. 하하! 딱히 보여드릴 게 없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연기가 정말 좋고 작품 속 인물로서 보여지는 게 좋았어요. 나를 지우고 인물로 존재했을 때가 가장 만족감이 컸죠. 그래도 요즘은 저도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원하고, 많은 분들이 제 개인적인 일상 궁금해 하시니까 노력하고 있어요."
천우희는 새롭게 의외의 콘텐츠를 통해 인사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제 인생이 심심하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도전해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우니까 일적으로 좀 더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특히, 천우희는 다나카가 유명해 지기 전부터 좋아했었다며 인기가 너무 많아진 걸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나카가 그 전에 물 밑에 있을 때 좋아했었는데 너무 인기가 많아져서 내심 서운했어요. '내가 먼저 알았는데!' 했죠. 아, 레전드 라이브도 좋아해요. 최근에 김종서 선배님이 20분 동안 라이브로 노래하시는 걸 보고 정말 감동 받았어요. 대체로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좋아해요."
여리여리한 외형의 천우희는 인터뷰를 통해 단단한 내면을 보여줬다. 캐릭터와 그 서사를 분석하는 모습, 자신의 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 좋아하는 콘텐츠 등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며 자신만의 주체적인 태도가 무엇인지 느끼게 했다.
2월 17일 넷플릭스 공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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