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관찰 예능인데 어쩐지 주객전도된 모습이다. 매니저보다 그의 연예인들이 더 주목받는 실정. '전지적 참견 시점'인지 '연예인 참견 시점'인지 알 수가 없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은 매니저의 제보를 시작으로 연예인의 일상을 살펴보는 프로그램. 매니저의 일과와 담당 아티스트와의 사이 그리고 연대에서 오는 재미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매니저의 출연은 수단이 됐고 분량은 실종됐다.'전참시'는 평균 4%대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2018년부터 토요일 밤 11시 황금시간대를 꽉 쥐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시청률에 안심했는지, 어느새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즉, '전참시'만의 매력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뜻.
지난 11일 방송에서는 이영자, 전현무, 권율, 송성호 실장의 제주도 먹방이 펼쳐졌다. 송 실장이 이영자의 매니저로 함께하기는 했지만 그저 먹방을 함께했던 멤버였을 뿐, 매니저로서 주도적으로 무엇인가 이끌어나가거나 케어하는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연예인' 전현무가 '파김치 보은로드'의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네 사람은 돼지생갈비 식당에서 경쟁하듯 고기 먹방을 펼쳤고, 전현무는 역시나 '파친놈'으로 활약했다.
이영자는 멤버들을 위해 생강라테, 설국향 콩포트 등을 만들었고 '바질김치' 레시피 촬영도 약속했다. 또 제주도 맛집 소개를 이어가며 요리 프로그램 혹은 먹방 예능에 출연한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이날의 방송은 먹방으로 시작해 먹방으로 끝났다. 먹방이 주가 되고 매니저와의 일상은 객으로 밀려난 상황이었다.
지난 4일 방송에서는 그룹 빅뱅의 태양이 매니저 김경래 씨와 함께 출연했다. 하지만 김경래 씨는 그저 '매니저의 제보'라는 전제 조건에 필요한 인물이었을 뿐, 실상은 태양의 6년만 신보 홍보를 위함처럼 보였다.
오랜만에 신곡 '바이브(VIBE)'로 컴백한 태양은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전참시'를 택한 것. 홍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참시'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 매니저는 그림자였고, 시청자들이 보게된 건 태양의 자기관리, 아내 민효린이 준비한 도시락, 군뱅 멤버들과의 추억거리였다.
특히나 군뱅 멤버인 빅뱅 대성, 배우 주원과 고경표가 함께 출연하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연예인들에게 쏠렸다. 더군다나 세 명 모두 오랜만이거나 혹은 예능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 스타들이기에 화제성을 모조리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태양의 매니저는 식당에서 그저 돈가스만 먹으며 전혀 대화에 끼지 못했다. 결국 방송이 끝난 뒤엔 군뱅 멤버들의 에피소드와 관련된 기사만이 잔뜩 쏟아졌다.
기획 의도는 곧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이자 시청자와 약속이다. '전참시'는 특정 연예인을 홍보해주려 만들어진 방송이 아니다. 또 연예인들끼리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기획되지도 않았다. 화제성만 좇다보니 주객전도가 된 셈.
시청률만 오른다면 기획 의도는 잊어도 되는 걸까. '전참시'의 출발점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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