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이도현 /사진 = 넷플릭스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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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종종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단조로워 보였던 인물이 가면을 벗었을 때, 분명 착한 캐릭터였는데 천하의 몹쓸 악역이란 걸 알아챘을 때 찾아오는 얼얼한 기분. 갑자기 뒤통수가 당기는 그 맛에 우리는 새롭고 기발한 인물들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다음 전개가 눈앞에 뻔하게 그려지는 역할들, '설마 이러지는 않겠지' 했던 클리셰가 어김없이 이어지면서 허탈감에 빠지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얼개가 헐겁고 일차원적인 등장인물의 존재는 작품 전체의 퀄리티를 떨어트리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의 주여정(이도현 분)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적어도 시즌1에서 주여정은 문동은(송혜교 분)의 인물 관계도에서 개연성이 가장 떨어지는 인물이다.
'더 글로리' 이도현 /사진 = 넷플릭스
서울주병원의 병원장 아들인 주여정은 소탈하고 다정한 성격이나, 아버지의 죽음에 있어 모순적 상황을 겪으며 거대한 감정의 충돌을 품고 있다. 주여정은 아버지가 죽을 위기에서 살려낸 환자에게 되려 살해당하자, 내면 아픔과 분노를 숨긴 채 크게 방황하는 캐릭터.

주여정은 피멍투성이가 되어 주병원 응급실 베드에 누워있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져 실려온 문동은과 눈맞춤하며 처음 만난다. 우연히 문동은의 건강 상태를 알게 된 주여정은 무슨 바람인지 문동은의 학교까지 두 차례나 찾아가고 뜬금없이 바둑 선생까지 자처하며 인연을 붙잡는다.

응급실 베드 옆자리의 환자가 극심한 빈혈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해서 그 여자의 학교까지 찾아가 '빈혈약 꼭 챙기라'며 건강 관리를 당부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맥락도 없이 나온 '바둑 좋아하세요?'란 질문이 마침 과외가 필요할 만큼 바둑이 절실할 상대를 만날 확률은 더더욱 낮다.주여정은 복수를 위해 세명시로 내려간 문동은에게 일방적으로 바둑 과외 종료를 당하고 답장도 받지 못한다. 이후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는 문동은을 만나 "뭘 하고 싶든 다 하라. 대신 나랑 연애도 하자"고 한다. 주여정은 문동은이 교사로 있는 세명시까지 따라 내려가 개원하고, 문동은의 몸에 난 화상자국을 본 뒤에는 "칼춤추는 망나니 하겠다"며 복수의 조력자를 자처한다.

'더 글로리' 이도현 /사진 = 넷플릭스
시즌1을 기준으로 봤을 때 주여정은 갑자기 사랑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금사빠' 캐릭터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문동은과 처음 만난 응급실 베드에서 왜 주여정이 피멍투성이였는지, 어떤 이유로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시렸던 계절이었는지 등 주여정에 대해 부연 되지 않은 설명들이 남아있다는 걸 감안해도 개연성에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 23일 공개된 시즌2 예고편에서 주여정은 박연진을 향해 주삿바늘을 들이대고, 누군가에게 강펀치를 날린다. 또, 자신을 저지하는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불같이 화를 내며 달려드는 모습도 포착됐다. 문동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 만큼 주여정은 시즌1에서 학폭 5인방에 가려져 미미했던 분량 등을 떨쳐내고 존재감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더 글로리' 등장인물 소개에서 주여정 역의 이도현은 송혜교 다음 두 번째에 자리잡고 있다. 이 순서는 작품이 해당 캐릭터에 부여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시즌2에서 이도현에게 주어진 숙제는 '더 글로리'의 두 번째 캐릭터로서 요구된 역할을 깨끗하고 만족스럽게 해내는 것이다. 이도현이 반전의 얼굴을 들고 나타나 시청자의 뒤통수를 '세게' 때려주기를 기대한다.

'더 글로리' 이도현 /사진 = 넷플릭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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