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당당+섹시 아이콘' 김혜수, 엄마 역할도 소화
'슈룹'에서는 '왕세자 아들 자리 굳히기' 계획 실현 '열혈맘'
'열한번째 엄마'·'차이나타운' 등 '독특한 엄마' 역할 맡기도
'슈룹' 김혜수./사진제공=tvN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김혜수 하면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김혜수는 다양한 엄마 역할로 대중들을 만났다. 평범한 엄마가 아닌 매번 '독특한 엄마' 캐릭터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김혜수. 최근에는 드라마 '슈룹'을 통해 '열혈 엄마'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슈룹'은 자식들을 위해 기품 따윈 버리고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리는 작품. 제목인 '슈룹'은 우산의 옛말로, '우산이 비를 막아주듯 자식들에게 닥쳐오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엄마의 사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슈룹' 스틸 /사진제공=tvN


김혜수는 중전 임화령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화령은 자식들이 친 사고를 수습하러 다니느라 궁에서 가장 빠른 걸음을 갖게 된 인물. 화령의 장남인 세자는 총명하고 어질지만 허약하다. 왕은 세자가 폭넓은 사고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왕자들 가운데 배동을 뽑아 세자와 함께 수학시키고자 한다. 후궁들이 자신의 소생인 왕자들을 배동에 앉히려 온갖 '사교육'에 열중하는 가운데, 화령은 세자를 비롯해 대군 세 명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일타강사'에 버금가는 '핵심요약집'을 밤새 만들기도 한다.

시어머니인 대비는 후궁들 앞에서 보란듯이 화령과 묘한 기싸움을 벌인다. 화령의 아들들이 후궁 소생 왕자들과 주먹다짐하자 대비는 후궁 아들 편을 들으며 대군들을 흙바닥에 꿇어앉힌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화령은 선대의 폐비를 찾아가 무릎 꿇으며 왕실의 비밀을 알려달라 간청하기도 했다. 성실한 줄 알았던 사남이 여장에 취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기도 한다. 엄마로서 겪는 여러 고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것.
'슈룹' 포스터 /사진제공=tvN


김혜수는 기존의 무겁고 정적인 사극 화법에서 벗어나 유쾌하면서도 재치 있는 연기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종학에 가기 싫어 늦장 부리는 왕자를 깨우려 등짝을 내리치고 세자가 회강에서 통의 성적을 받자 체통을 내려놓고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현대의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은 모습. 중전이라는 체면도 잠시 잊고 화가 날 때는 욕을 하기도 한다. 시어머니인 대비 역 김해숙과 팽팽한 갈등 구도는 향후 궁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슈룹'은 지난 15일 방영된 1회를 평균 7.7%, 최고 9.4%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다음날인 2회차는 평균 9.1%, 최고 10.4%로 대폭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다. 시청률 상승의 요인은 김혜수의, 지엄한 국모 연기보다 현실감 넘치는 '열혈 엄마' 연기였다. '열한번째 엄마'(2007)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열한번째 엄마'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열한번째 엄마'는 서른 셋의 한 여자가 술집 포주의 아들 재수(김영찬 분)의 열한 번째 엄마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작품. 포주인 아버지는 도박에 빠져 아이의 생활 지원 보조금을 폭력으로 뺏어가고, 아이는 학교에서 주는 식권을 아껴가며 생활한다. 아이는 아빠가 데려온 여자를 익숙한 듯 '엄마'라고 부른다. 서른 셋의 여자와 열한 살의 소년은 외로움과 절망이라는 같은 상처를 공유하며 '엄마와 아들'로 인연을 맺는다. 암 선고를 받은 여자는 문득 아들을 향한 모성을 느낀다.

김혜수는 화장기 없는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 욕설을 서슴지 않는 '이상한 엄마'로 파격을 선사한다. 김혜수는 퍼석한 얼굴에 질퍽한 인생을 살아왔을 인물의 곡절을 담았다. '차이나타운'(2015)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차이나타운' 포스터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진 일영(김고은 분)이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김혜수 분)라고 불리는 여성 보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느와르 영화. '엄마'는 이민자 출신 차이나타운에서 사채업자 대모다.김혜수는 생존을 강요당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 캐릭터의 내외적 피폐함을 부각했다. 머리는 새하얗게 새어버렸고 머리카락은 윤기 하나 없이 구불구불하다. 피부 역시 기미, 주근깨, 각질로 볼품없다. 불룩 나온 배와 앙상한 팔도 캐릭터를 향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김혜수는 절제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엄마'라는 호칭을 가진 이가 자신의 '아이'에게 '쓸모를 증명하라는 요구'를 하는 잔인함이 배가되는 이유다. '굿바이 싱글'(2016)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굿바이 싱글'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굿바이 싱글'은 톱스타인 싱글 주연(김혜수 분)이 임신 스캔들을 벌이는 작품. 온갖 소문과 스캔들에 시달리는 톱스타 주연은 점차 떨어지는 인기에 전전긍긍한다. 그런 와중에 남자친구의 공개적 배신에 충격까지 받는다. '배신하지 않는 영원한 내 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바로 '자식'이라 생각한다. 폐경기가 와서 임신할 수 없는 상황에 낙담하던 중, 같은 병원에서 만나게 된 여중생 단지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되고, 단지에게 낳기만 하면 키워주겠다고 설득한다.

김혜수는 엄마가 되고 싶은 주연의 천방지축 철부지 면모를 실감 나게 표현했다.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외롭고 공허한 스타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 김혜수이기에 설득력을 높인다. 대리모, 미혼모라는 사회적 화두를 던지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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