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해온 윤종빈 감독,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드라마 첫 도전
"영화와 다른 파급력"
5번째 호흡 맞춘 하정우 "한두 번째 테이크의 연기가 좋아"
드라마 같은 실화 바탕 "실존 인물 만나보니 납득"
"시리즈물 또 도전? 생명 담보로 하는 것"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 / 사지제공=넷플릭스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 한다면 부담을 덜 가질 것 같았고, 감독이자 작가로서 욕심 같은 것도 내려놓고 하면 재밌게 즐길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윤종빈 감독은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드라마에 첫 도전했다. 자신의 첫 드라마가 세상에 나온 소감은 "영화와는 파급력이 다른 것 같다. 전화를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 초등학교 동창도 전화 왔다. 접근성이 극장과 다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공개 닷새 만에 글로벌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윤 감독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만든 거니 많은 사람들이 봐서 기분 좋다. 플랫폼의 힘이 있다고 체감했다"며 "주위에 안 본 사람이 없더라. 영화와는 보는 속도가 차원이 다르더라"면서 얼떨떨해 했다.지난 9일 공개된 '수리남'은 한 민간인 사업가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국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 작전에 협력하는 이야기로, 실화가 모티브다. 약 7년 전 배우 하정우가 실화를 접한 뒤 윤 감독에게 작품화를 제안했다. 거절한 바 있는 윤 감독은 "이야기가 흥미로웠지만 거절했던 가장 큰 이유는 범죄물을 한 지가 얼마 안 돼서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실 주위에서 하라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에 영화인이 아닌 다른 분들을 만나면 듣는 얘기가 '감독님, '범죄와의 전쟁' 같은 거 또 언제하나요?'더라고요. 대중들이 나한테 원하는 게 이런 류의 것이구나 싶었어요. 한 지 꽤 된 것도 같고, '할까?' 하다가 시작한 거죠."

'수리남'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정우는 '수리남'에서 국정원의 마약왕 체포 작전에 협력자가 된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 역을 맡았다. 윤 감독과 하정우는 '수리남'까지 5개 작품을 함께하게 됐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로 인연을 맺은 둘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를 함께 작업했다. 그 만큼 돈독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깊다.

"하정우 씨의 큰 특징은 1번, 2번 테이크가 좋다는 거예요. 연기를 많이 시키면 뒤로 갈수록 안 좋아져요. 테이크마다 연기가 다른데, 의도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연기를 자신이 계획한대로 하는 배우가 있고, 그때그때 상대 배우에게 받은 느낌만큼 하는 배우가 있는데 하정우는 후자죠. 처음 한두 번, 날이 딱 서 있을 때 연기가 가장 좋아요. 하정우가 예전과 달라진 점은 그땐 안 유명했고 지금은 유명하단 거 정도죠. 하하."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극적 설정을 더해 만든 캐릭터. 모델이 된 인물을 만나본 적 있냐는 물음에 윤 감독은 "3번 정도 만났다. 군인 같은 느낌이다. 하사관, 상사의 이미지다. 어디에 데려놔도 생존이 가능할 것 같은 분이였다"고 전했다."저도 이야기만 듣고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게 '아무리 그래도 민간인인데 무슨 깡으로 3년 동안 목숨 걸고 언더커버 생활을 했을까'였는데, 직접 뵙고 나서는 납득했어요. 강인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죠. 드라마에서는 하정우라는 배우로 이야기를 찍어야 하는데, 그대로 이미지를 가져오면 너무 거칠고 투박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강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건 동일하게 하되 좀 더 능글맞게, 영화적으로 치환했어요."

'수리남'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실제와 가장 다르게 각색한 부분은 극 중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이 목사로 위장하고 있다는 점. 윤 감독은 "직업만으로도 권위적이고 믿음을 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봤다. 그 부분이 대본 풀 때 어려웠다"며 "종교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뢰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종교 의식을 빙자한 '피지섬 강제 노역' 사건에서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단다. 피지섬 강제 노역 사건은 이단으로 분류된 교회의 목사가 2014년부터 4년간 교인 약 400명을 남태평양의 피지로 이주시킨 뒤 강제노역을 시키고 집단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다."전요환은 제대로 된 목사가 아니라 사이비인 거죠. 조직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카르텔이에요. 찾아보니 실제로 사이비 목사가 신도들을 피지에 데려가서 강제 노역 시킨 사건이 있더라고요."

윤 감독은 6부작으로 구성한 '수리남'의 빡빡했던 일정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영화보다 1.5배는 많더라. 왜 미국 감독들이 시리즈물 안 하겠다고 하는 줄 알겠더라. 불가능의 영역이다. 알았으면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다시 안 할 거냐는 물음에는 "한다면 나눠서 해야 하지 않겠나"며 "그냥 하는 건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온갖 병이 다 났어요. 소화가 안 돼서 밥을 못 먹었죠. (도미니카에서 촬영 후) 한국 와서 검사해보니 간수치부터 해서 몸이 난리가 났더라고요. 육체적으로 힘들었죠."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 / 사지제공=넷플릭스


최근 '오징어게임'은 에미상에서 감독상(황동혁 감독)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받았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역시 시리즈물을 또 안 하겠다고 했지만 시즌2를 준비하고 있지 않냐고 하자 "그건 너무 잘 됐으니까 해야하지 않겠나"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시리즈물 욕심에 대해서 묻자 "저는 올드한 제작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다. 스크린에서 보는 영화가 좋더라. 그걸 공부했고 하던 사람이라 여전히 영화를 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있다"며 영화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도 드러냈다. 시즌2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로는 없다. 닫혀있는 결말이지 않나"면서도 "전 세계인이 어마무시하게 '만들어달라!' 난리가 나면, 안 만들면 안 될 것 같으면 해야 하지 않겠나"며 웃었다.

최근 수리남 정부는 이번 작품으로 인해 국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며 '수리남' 제작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일에 대해 윤 감독은 "이 이야기는 노코멘트하겠다. 넷플릭스에 얘기해달라"고 짧게 답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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