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연극의 선구자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신작, 넌버벌(Non-Verbal) 마스크 연극 <11월 32일>이 오는 15일 막을 올린다.

이번 연극은 오래된 사진관을 배경으로 한다. 사진관 주인인 할아버지가 비밀스럽게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 출근하는 사진관 직원 김양과 티격태격하며 시작되는 사진관의 하루. 할아버지는 치매환자인 할머니를 보살피느라 산더미 같은 일들을 하면서도 결혼식 준비를 계속한다. 그 사이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사진관을 오고 가며 소소하고 소란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사람이 할머니를 찾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되고 할아버지는 어떠한 결심을 내리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오직 3명의 배우를 통해 진행된다. 넌버벌 마스크 연극 <11월 32일>은 배우들이 ‘풀 마스크(Full Mask, 얼굴 전면을 가리는 통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장해 대사 대신 마스크와 몸짓으로모든 사건과 상황을 표현한다. 단 3명의 배우가 마스크를 쉴 새 없이 바꿔가며 25명의 다양한 인물들을 표현해내는 것이 극의 묘미다. 이런 퀵 체인지는 마스크 연극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목소리와 표정을 마스크로 가림으로써 오히려 배우들의 표현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다. 대사 없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만큼 배우들은 평소보다 과장된 몸짓으로 캐릭터를 표현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마스크와 딱 맞아떨어지며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황혼 로맨스, 늘상 티격태격하는 김양과 할아버지, 지상으로 내려온 어딘가 어설픈 저승사자 등 각자 다른 사연과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좌충우돌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품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창작집단 거기가면’은 2008년 창단 이래 14년 간 다양한 창작 마스크 연극을 꾸준히 작업해왔다. 2009년 국내 최초로 넌버벌 마스크 연극 <반호프>를 무대에 올렸고,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한 <소라별 이야기>도 마스크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롱런하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연극제들에 다수의 초청 및 수상 이력으로 작품성도 인정 받고 있는 극단이다.

이런 활발한 활동의 중심에는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대표이자 마스크 아티스트인 이수은 대표와 독일 폴크방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신체극을 전공하고 중앙대 연극학과 전임교수로 재임 중인 백남영 연출이 있다. 공연에 사용되는 마스크는 모두 이수은 대표가 직접 만들고 디자인한다. 극단의 모든 공연을 연출하는 백남영 연출은 다수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도 마스크를 쓰고 관객들과 만나왔다. 이번 <11월 32일> 공연에서도 백남영 연출의 내공 있는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마스크 연극 <소라별 이야기>를 통해 나이의 한계를 뛰어 넘으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해줬던 배우 안도엽, 를 통해 데뷔하며 탁월한 몸짓과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배우 강장군이 출연하며 독창적이고 섬세한 마스크에 생명을 불어넣어 줄 예정이다.

한편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공연되는 넌버벌 마스크 연극 <11월 32일>은 인터파크 티켓과 예스24 티켓을 통해 예매를 진행 중이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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