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용의 출현' 이순신 역 박해일 인터뷰

"'불' 같은 최민식 선배님, '한산'은 물의 기운으로"
"출연 제안에 '제가 장군감입니까?'라고 역질문"
"부담감 털어내려 마음 수양 많이 했다"
"할리우드 영화로 봤으면 좋겠다"
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제승당에서 바다를 보고 '고생의 시작이구나', '힘든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민식 선배님이 '명량'에서 불같이 전투에 임해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물의 기운으로 모두가 함께 이순신 장군뿐만 아니라 왜군인 상대 배우까지 잘 보일 수 있는 그런 기운으로 뚫고 나가려고 한다. '한산: 용의 출현'을 할리우드 영화처럼 봤으면 좋겠다."

배우 박해일이 '헤어질 결심'으로 관객과 만난 지 약 한 달 만에 이순신 장군으로 돌아온다. 그는 '한산: 용의 출현'을 할리우드 영화처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오는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 항포 해전 이후 약 한 달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린다.

2014년 개봉한 '명량'은 1761만 명을 불러 모았다. 이는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성적으로 현재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 '명량'에서는 최민식이 용렬한 장수의 모습을 보였다. 박해일은 "최민식 선배님과 저라는 배우를 놓고 다른 기질의 사람이라고 마침표를 찍고 이 작품을 대했다. 최민식 선배님을 따라가고 싶지만 역량이 안 된다. 이건 당연한 것"이라며 "최민식 선배님이 '명량'에서 불같이 전투에 임해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물의 기운으로 모두가 함께 이순신 장군뿐만 아니라 왜군인 상대 배우까지 잘 보일 수 있는 그런 기운으로 뚫고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어 "감독님과 '한산: 용의 출현'을 처음 하자고 했을 때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그 부분이었다. 최민식 선배님의 결을 가져가되 못 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일 차분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잡아간 뒤 보여주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박해일은 조선 최고의 명장 이순신으로 분했다. 이순신은 굳건한 신념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로운 성정을 지닌 조선 최고의 장군이자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전라좌수사. 그는 신중하면서도 대담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순신 장군의 모습과 젊은 시절의 패기를 표현했다.
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박해일은 "톤을 달리한 방식 자체가 캐릭터를 대하는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한산: 용의 출현'은 이순신 장군이 드러나는 장면도 중요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장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드러나지 않아도 첩보전, 정보전 등은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시작하는 걸로 받아들였다. 감독님 역시 이순신 장군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림자들로 이순신 장군으로 구현되고,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이게 전작과는 차이가 있는 점"이라고 짚었다.

박해일은 "김한민 감독님이 '네가 이순신 장군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을 때 '제가요?', '왜요?'라고까지 물어봤다. 역으로 '제가 장군감입니까?'라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몇 번 했다"고 했다.
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또한 "감독님께서 제게 웃으면서 '너는 최민식 선배님 같은 장군감이 아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어쩌라고요?'라고 했다. 그런데 최민식 선배님 같은 용맹스러운 용장은 아니지만 '한산: 용의 출현'에서 보여줄 이순신은 주도면밀하게 전략을 짜서 수군과 함께 압도적인 전투를 승리의 쾌감을 보여줄 수 있는 지혜로운 장수, 덕장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서 너한테 제안하는 거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흥행적인 측면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입장"이었다던 박해일. 그는 "캐릭터를 연기 해야 한다는 마음에 구체적으로 (부담감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무엇인지 잡히지도 않는 기분부터 털어내려고 했다"며 "최민식 선배님이 '얼굴을 보고 촬영을 할 수 있더라면'이라고 인터뷰하셨다. 이순신 장군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저는 초라해져 가기만 했다. 배우로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히고 채워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김한민 감독님이 나를 앉혀 놓고 몇 시간씩 역사 선생님 같은 태도로 도움이 될만한 걸 말씀 해주셨다. 도움은 되지만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은 안 되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박해일은 "준비할 때 이순신 장군이 수양을 많이 쌓은 군자이자 도인 같은 분이라는 자료를 찾아냈다. 마음 수양부터 하자고 했다. 동네에 있는 절도 갔었다. 앉아서 염불 소리도 듣고, 마음 수양을 많이 했다. 숙소에서 있을 때도 자세를 똑바로 하고 일정 시간 혼자 있을 때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 어떤 작품보다 마음을 좀 비워내려고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야가 좁아지는 욕심이 생기더라. 전체를 봐야 하는 시야가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내 연기만 해야 한다는 기분을 경계했다"고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이 '명량'과 다른 점은 바다에 배를 띄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해일은 "영화 '괴물'에서 하나의 크리처를 두고 배우들이 상상하면서 리액션하는 부분도 새로웠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전투 자체를 상상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며 "또 제 앞에는 와키자카를 연기한 변요한 씨를 비롯해 왜군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등 실시간으로 머릿속에서 체크하고 믿어 의심치 않게 눈빛으로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박해일은 '한산: 용의 출현' 촬영 전 김한민 감독의 제안으로 PD와 함께 최소한의 인원으로 제승당을 방문했다고. 그는 "저한테 제승당은 인상적이었고, 성스럽더라. 그 느낌이 이 작품을 태도이기도 했다. 제승당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고생의 시작이구나', '힘든 프로젝트를 맡았구나'는 생각이 들더라. 판옥선 위에 올라가 있는 느낌으로 섰는데 사뭇 다르더라. 마음가짐을 단단히 잡았다"고 했다.

박해일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을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역사적인 사실로 보겠지만 관객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봤으면 좋겠다. 이순신 장군이 해외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여졌으면 좋겠다"며 "촬영 전에 감독님과 많은 부분을 이야기했다. (명량 속 국뽕처럼) 과하게 하지 않아도 버텨내는 걸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의 톤, 연기의 톤, 감정의 수위를 최대한 차분하게 가져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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