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앵커' 스틸./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극적인 반전이라도 있었더라면.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빛을 잃었다. 연출이 아쉬운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다.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 분)는 생방송 5분 전, 한 여성으로부터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여성은 자신이 곧 살해당할 거라면서 구하러 와달라고 부탁한다. 세라는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고 이를 무시한 채 방송에 임한다. 하지만 지금껏 실수 한 번을 안 해 인간미 없다고 소문난 세라는 멘트를 절고 만다. 조금 전 전화가 계속 찝찝하다.

세라는 엄마 소정(이혜영 분)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평소 자신의 꿈을 세라에게 대입해 집착하는 엄마는 진정한 앵커가 될 기회라며 취재하라고 한다. 세라는 직접 제보 전화한 사람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모녀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 후 세라에게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영화 '앵커' 스틸./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앵커' 스틸./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앵커'는 여성 캐릭터가 서사를 이끌어간다. 모녀가 서로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감정을 세세하게 담아냈다. 여기에 결혼과 출산 이후 여성이 겪는 어려움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이러한 소재를 '스릴러'로 풀어낸 것이 신선하다.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천우희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며 시달리다가 무너져내리는 캐릭터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신하균은 세라의 불안감을 해소 시키는지 더 증폭시키는지 모를 정신과 전문의 '인호' 그 자체로 분해 극의 중심을 잡아줬다. 이혜영은 등장만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출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극 초반 쫄깃했던 분위기는 중후반으로 갈수록 밋밋해진다. 무엇보다 쉽게 예상되는 반전이 허무함을 안긴다. 관객들이 눈치챌 수 있는 복선을 계속해서 던졌기 때문이다. 엄마 소정, 세라의 관계가 '모녀의 죽음' 사건과 연관되면서 흔한 클리셰를 만들었다.

연차가 쌓인 앵커의 스타일링 또한 아쉬웠다. 성숙함을 표현하려 했지만 촌스러움이 앞섰다. 의상은 세련된 멋보단 올드함에 가까웠다. 앵커의 발성, 자세, 전달하는 방식까지 완벽히 구현해낸 천우희의 연기가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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