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2521' 남주혁♥김태리 이별, 허망한 새드엔딩
현실적인 결말이라기엔, 캐릭터 붕괴→실패한 공감
방송 전 김연아-아사다 마오 빗댄 소개로도 '눈살'

'스물다섯 스물하나' 메인 포스터./사진제공=tvN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모든 드라마가 해피엔딩일 순 없다. 새드엔딩도 먹먹함과 애틋함을 자아낼 수 있다. 그러나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결말이 허망하게 다가오는 건 그간 촘촘히 쌓아놨던 남주혁과 김태리의 캐릭터가 '이별'이라는 장치를 위해 붕괴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고난에도 방법을 찾아내던 김태리는 연락이 안 돼 지친다는 이유로 쉽게 이별을 말하는 아이가 됐고, 영원히 사랑하자던 남주혁은 뉴욕 특파원 지원으로 한순간에 야망가로 변질됐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를 언급하며 '실패'한 공감을 끌어냈던 작가는 엔딩마저도 공감을 자아내는 데 실패했다.지난 3일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막을 내렸다. 시청률 10%대를 웃돌며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인 만큼 결말을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 역시 컸다. 무엇보다 14회 엔딩서 백이진(남주혁 분)이 나희도(김태리 분) 선수에게 화상 인터뷰로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면서 두 사람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안긴 터. 시청자들은 이 역시 반전이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방송 화면.


그러나 결말은 반전 없는 새드엔딩이었다. 고유림(보나 분)과 문지웅(최현욱 분)은 결혼을 준비했고, 지승완(이주명 분)은 백이진의 동생 백이현(강훈 분)과의 러브라인을 예고했지만, 백이진과 나희도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어. 안녕"이라는 말과 함께 첫사랑을 묻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틸컷./사진제공=tvN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러한 결말은 그간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던 시청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여자친구와 어떠한 상의도 없이 뉴욕 특파원을 지원한 백이진의 행동, 열병 같았던 첫사랑을 떠나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품절녀가 된 나희도의 선택 등은 그간 보여준 캐릭터들의 성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1화부터 촘촘하게 쌓아왔던 이들의 신뢰와 사랑이 한 번의 이별로 완전히 물거품 되는 상황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고유림과 문지웅은 7년 가까이 러시아-한국 장거리 연애를 했는데, 바빠서 연락이 힘들다는 이유로 지친다는 나희도와 너의 응원이 이제는 힘에 부친다는 백이진의 날 선 말은 공감을 자아내는 데 실패했다.'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집필한 권도은 작가는 라이벌 관계인 나희도, 고유림의 관계를 소개하면서 전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를 언급해 방송 전 논란을 빚은 적도 있다.

사진='스물다섯 스물하나'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현재는 지워졌지만,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관전 포인트 '숙명의 라이벌전' 키워드에서 작가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서로에게 서로가 없었다면 두 선수 모두 지금보다 빛날 수 있었을까"라며 두 주인공을 김연아, 아사다 마오에 빗댔다. 같은 학교 펜싱부 동료로서 경쟁하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제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실존 인물과 비교하는 것은 대중의 정서를 생각지 못한 분명한 실책이었다. 이는 방송 후 더욱 뚜렷해졌다. 극 어디서도 나희도와 고유림의 관계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찾을 수 없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틸컷./사진제공=tvN


공감을 얻으려다 오히려 낭패를 본 상황. 이는 결말까지 이어졌다. 로맨스 드라마를 원했지만, 결과는 다큐멘터리인 셈. 권 작가는 결말이 너무 슬픈 것 아니냐는 배우들의 말에 "그게 현실이라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현실이 세월이 지나 친구들과 수학여행 갔던 추억은 까먹으면서도 아틀리에 공방 이름은 '2521'인 42살 여자의 이야기인 걸까. 드라마는 끝났고, 결말은 바뀌지 않는다. 작가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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