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심은석 역 김혜수 인터뷰
"가장 마음 담고 모았던 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진정성"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가장 큰 작품, 다른 작품에 비해 만드는 무게감 있어"
"늘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엔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했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 않아, 이 나이에도 스스로 성숙해지길 바라"
"가장 마음 담고 모았던 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진정성"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가장 큰 작품, 다른 작품에 비해 만드는 무게감 있어"
"늘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엔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했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 않아, 이 나이에도 스스로 성숙해지길 바라"
"소년 범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 같은 경우 판결이 현실에 따르지 못한다며 판사들 욕도 한다. 저 역시 '판사가 저 모양이니까 사회가 이렇다'고 이야기를 했다. '소년심판'을 통해 법적인 허용치와 판사들의 막중한 책임감과 고뇌를 실질적으로 느낀 게 많다. 법정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법관들이 정말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낀 지점이 있다."
배우 김혜수가 4일 텐아시아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판사 혹은 법정에 대해 바뀐 지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다.
이날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소년심판'은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7위에 랭크됐다. '소년심판'은 한국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방글라데시, 프랑스, 캐나다,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요르단, 터키, 폴란드, 카타르 등 33개국에서 '오늘의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소년심판'은 공개된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극중 등장하는 네 명의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 차태주(김무열 분), 강원중(이성민 분), 나근희(이정은 분)는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듯했다. 네 사람을 통해 지금까지 소년범죄의 이면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김혜수는 "이 작품을 준비할 때 가장 마음을 담고 모았던 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진정성이었다. 첫 촬영부터 후반 작업이 진행될 때까지 진심으로 다해 한마음으로 촬영했다. '소년심판'을 시청한 많은 분들이 메시지에 공감해 주셨다. 이건 저희가 실제적으로 저희가 바랐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작품을 통해서 소년 범죄나 소년범에 대해 다각적인 시각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이 형성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 참여한 사람으로서는 정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소년심판'이 공개되기 전 김혜수는 지인으로부터 '민감한 소재니까 재미로 접근하기에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까운 분들이) '혜수가 나오니까 결심을 하고 봐야한다'는 생각이 있더라. 그런데 '소년심판' 첫 회를 보고 극적인 재미와 정비례하게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고 하더라. 단순 재미가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저한테 '혜수야 이 작품 출연해 줘서 고마워'라고 이야기 하더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까운 분들이 '소년심판' 제작진에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해달라고 하더라. 마음이 찡할 정도로 감사했다. 저와 실질적으로 인연이 없는 분들도 이러한 이야기를 직, 간접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 우리 사회, 대중이 '소년범죄 등에 대해 관심이 있었구나', '이런 가이드가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실질적으로 이제는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도 감사했다"고 했다.
극중 김혜수는 심은석 판사를 연기했다. 심은석은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로 새로 부임한 인물이다.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고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김혜수는 냉철함을 잃지 않고 절제된 카리스마스부터 소년범을 향한 차가운 분노까지 심은석 판사의 고뇌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김혜수는 "'소년심판' 대본이 일찍 나와 다른 작품에 비해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출연 결심을 하는 것보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한순간도 쉽지 않았고, 쉬울 수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큰 작품이었다. 진심으로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고, 느끼게 됐고, 어떤 고민을 하게 됐는지 또 심은석을 통해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하는지 심은석의 말 하나하나 태도, 하나하나 피해자에 대해서 태도나 방식 같은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저한테는 다른 작품에 비해 만드는 무게감이 있었다. 공개된 '소년심판'을 보니 촬영할 때 느꼈던 마음들과 소년 범죄 등 저변에 대한 사회적 구조적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김혜수는 "미디어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다채롭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런 작품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소중하게 생각했다. 제대로, 잘 해야겠다는 부담은 늘 있었다. 다른 작품 할 때 최선을 다한다. 누구나 그렇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를 하고 나갔다"고 말했다.
또한 "촬영한 걸 확인하고, 준비하는 그 작업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제가 버틸 수 있는 건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메시지였다. 우리 현실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자 하는 주제를 던지는 작품이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많은 분들이 봐줄 만하고 드라마로서의 흥미뿐만 아니라 의미를 공감하고 실제 인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컸다. 이 작품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김혜수는 '소년심판'에서 호흡을 맞춘 김무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SNS에 '최고의 파트너'라고 적기도. 김혜수는 "저도 좋은 배우들과 많이 작업을 해봤다. '정말 이 배우가 대단하다'는 건 연기를 해봤을 때 느낀다. 배우들끼리는 실제로 만나면 왜 좋은지를 안다.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까 유기적으로 상호 교류가 있어서 함께 시너지가 있는 게 아니라 '참 잘하지만 힘이 안 모아지는 경우'도 사실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열 씨가 가장 좋은 건 작품 전체의 흐름을 잘 보더라. 무열 씨가 연기한 차태주 판사는 굉장히 부드럽고 진지하지만 조용하다. 그러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스스로 다른 상대 배우들만큼 에너지를 올리게 된다. 하지만 무열 씨가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내적으로 집중하고 차태주 판사의 디테일이 있다. 대본을 봤을 때도 물론 있었지만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까 정말 작고, 사소한 거 하나하나 신경 써서 연기를 하더라. 강한 판사들 사이에서 판사들의 대립이나 융화를 보이는데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 건 무열 씨였다"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 때 조우진 씨한테 정말 감동했었다. 실제 조우진 씨의 연기를 모니터 하면 옆에 가서 어깨라도 주물러주고 싶지만 배우의 집중이 깨질까 봐 손을 올리기가 힙들더라. 결이 전혀 다르지만 무열 씨는 정말 스마트한 이상적인 접근과 진심으로 집중해서 하는 좋은 파트너였다. 참 많이 느끼고 배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소년심판' 촬영을 위해 리허설을 하던 중 김무열의 연기에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심은석에 집중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심은석은 가정폭력 피해자 청소년인 동시에 비행 청소년인 서유리를 대하면서 차태주와 대립한다. 타채주는 심은석에게 '왜 이렇게 잔인하냐'고 한다. 저는 설득이 되더라도 심은석은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 리허설을 하다가 제가 실제로 마음이 흔들렸다. 양해를 구하고 리허설을 중단할 정도로 심은석의 신념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통해 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어른의 태도에 대해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라는 물음에 "어때야 한다는 것을 강요할 의도가 없는 작품이다. 나도 그럴 수 없다. 나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 작품을 선택할 때만 해도 나는 지속적으로 청소년 범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비하면서 법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 법정을 겪고, 손년범들과 보호자들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보니까 그동안 나의 관심은 이를테면 소년범에 대해 분노하고 안타깝고 슬퍼하는 감정적인 접근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혜수는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너무 편협했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아마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희 작품을 보고 나서 부부든 친구든 소년범에 대한 의견 등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는 것 같다. 저희가 가장 바랐던 방향이기도 하다"며 "저 역시 변화된 부분이 당연히 있다. '소년심판' 이전에는 소년범죄, 청소년 범죄 등을 바라보는 입장과 시각이 있었다. 이 작품 준비하고 촬영하는 기간동안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느끼고 얻게 된 게 있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촬영이 끝나고 몇개월 뒤에 시리즈 전편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제 스스로 다짐을 하는 게 있었다. 인식이 달라져야겠다고 가장 먼저 생각했다. 일시적으로 불편했다가 일상생활을 하며 쉽게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려면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회적인 시스템,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고 밝혔다.
"저 역시 판사들 욕도 한다"고 말한 김혜수는 "제가 오래 연기를 하고 배우로서 여러분들 앞에 드러내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역할들, 어떤 어른으로서의 이상적인 모습이 제시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실제 김혜수도 그렇지 않나 생각을 해주시는 분들이 만다. 실제로 저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 않은 면이 많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제 태도나 행동에 대해 일관되지 않을 때도 참 많다. 어떠한 어른이 되야겠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는 않는다. 다만 제가 살아가면서 그 순간, 그 순간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집중하면서 스스로 성숙해지길 바란다. 이 나이에도 아직 그런 단계다"라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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