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연중일기≫
'청순돌' 시조새 이지연, 두 번째 파경
문근영도 따라 했던 '청순 가련' 여자 솔로
하이틴 스타에서 성공한 셰프로…'파란만장'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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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스타에서 성공한 셰프로…'파란만장' 인생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가요·방송계 이슈를 분석하고 끄집어낸 기억을 더해봅니다.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청순돌'의 족보를 거슬러 가다보면 맨 위에는 가수 이지연 이름이 나온다. 중장년층에겐 '책받침 여신'으로 익숙하고 MZ세대에겐 '원조 아이유'로 통한다. 하얀 피부와 긴 생머리, 청초한 얼굴과 가녀린 몸매로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불렸던 이지연.
겉모습만 보면 온실 속 화초 같지만 실제 그의 인생은 그렇지 못했다. 데뷔와 동시에 정상에 올랐지만 활동 내내 악성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으로 사랑의 도피까지 했던 남자와의 이혼, 미국 레스토랑의 성공 그러나 두 번째 결혼의 실패. 이지연의 기록은 짧지만 굵은 존재감이다.
1988년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로 데뷔한 이지연은 후속곡 '난 사랑을 아직 몰라'까지 연이어 히트하며 신인 가수상을 차지, 하이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난 사랑을 아직 몰라'는 문근영이 영화 '어린 신부'에서 리메이크해 역주행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음 해 발표한 '바람아 멈추어다오'는 이지연을 적수 없는 최고의 스타로 올려놨다. 이 곡은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큰 사랑을 받았다.
이지연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 이미연, 이상아, 김혜수와 함께 '책받침 여신'이 됐다. 청순가련한 외모 때문에 남성 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지연은 팬만큼 안티가 많아 시기 어린 질투의 대상이 됐다. 이상은 폭행설, 제작자였던 유현상과의 동거설, 기타리스트와 불륜설 등 심각한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1990년, '늦지 않았어요'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을 무렵 이지연은 11살 연상의 가수 정국진과 미국으로 도망갔다. 청순 톱가수의 사랑의 도피는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사랑의 도피이기도 했지만 그를 괴롭히던 루머, 연예계로부터의 도망이기도 했다. 이지연은 23년이 지난 뒤 SBS '땡큐'에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그때는 눈이 뒤집혀서 부모님의 반대에도 결혼을 강행했다"며 당시의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이지연은 연예계를 은퇴하고 미국에 뿌리를 내렸지만 2008년 남편과 이혼했다. 사유는 성격 차이. 이지연은 당시 팬카페를 통해 "편안하다. 서로 이해하고 노력했지만, 세상엔 노력해도 안되는 일도 있다"고 고백했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이지연은 요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했다.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이지연은 미국 애틀란타에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을 차렸다. 비슷한 시기 9살 연하의 미국인 셰프 코디 테일러를 만났다.
부친의 지병으로 결혼식은 생략했지만, 2018년 JTBC '슈가맨2'에 함께 출연할 정도로 사랑을 과시한 바 있다. 이지연은 코디 테일러를 '마음이 맞고 내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면서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 사람'으로 소개했다.
"가수 생활을 짧게 했어요. 그만두고도 (루머 때문에)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있었어요. 루머로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잘 안됐다. 이혼을 하게 되면서 내 인생의 홀로서기를 결심하게 됐고 그러면서 38세에 요리 공부를 시작했죠." (2018년 1월 14일 '슈가맨2' 1회) 코디 테일러는 든든한 사업 파트너이기도 했다. 이지연은 코디 테일러와 함께 컬리너리 로컬에서 선정한 '애틀랜타 100대 셰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월 2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유명 셰프가 됐다. '슈가맨2'에서 밝혔던 "30대 후반부터 제 모든 것을 바친 제 셰프 직업을 더 성공시키고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끊임없이 요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이지연의 인생 목표·계획의 조력자였던 셈.
이지연은 코디 테일러와 9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지연은 지난 2일 "2013년에 약혼한 우리는 파혼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가수의 인생이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는 속설이 맞아 들어가는 파란만장한 인생이다. 이지연은 두 번째 파경으로 또 다시 홀로서기에 나선다. 그는 아직도 사랑을 모르고 바람이 멈추길 바라고 있지 않을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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