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 인터뷰
"'헌트'로 이정재와 22년만 연기 호흡, 올해 개봉 목표"
"이정재와 1만원 출연 계약, 제작자로 캐스팅 의향 있어"
"좋은 스토리 제안하는 게 나의 숙제"
'고요의 바다' 정우성./사진제공=넷플릭스


"흥행 여부나 호불호 평가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요새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 세계에 동시적으로 공개되잖아요. 그게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부담되는 일인가를 지난 24일과 25일 절실하게 느꼈죠.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정우성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서의 고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 참여했다.

이날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가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3위까지 오른 성과에 대해 "성과에 대한 예상은 소용없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을지는 미지의 영역이지 않나. 많은 분들이 봐줌으로 인해 많은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건 바람직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작진의 일원으로서 에피소드를 완성 짓는 일련의 과정 속 우리가 놓친 부분이 무엇이고 장점이 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혹여 이런 단점이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자기반성을 많이 했다. 지금 역시도 스스로를 되짚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는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 한 작품으로, 지구에 물이 부족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원부족, 기후변화, 자원경쟁, 계급문제, 연구윤리 등 여러 주제를 건드린다.

정우성은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 부족해질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물이될 수 있는 무언가를 달에서 발견하고 찾아간다는 설정이 재밌다고 생각했다"고 제작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단편을 장편화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정우성은 "단편에서 다루지 못했던 세계관 이면의 여러 모습을 영상화해서 보이는 작업이었다. 단편에서 다루지 않은 인물의 서사와 관계를 타당하게 설정하는 작업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이어 "장편영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기승전결로 끝내는 스토리 구성인데, '고요의 바다' 같이 시리즈물은 한 시리즈에 몇 개의 에피소드를 구성하느냐가 중요하고, 또 각 에피소드의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에피소드가 끝났을 때는 다음편을 보고 싶게 끝내야 하는 구성을 넣어야 한다. 그런 부분이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요의 바다' 정우성./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는 정우성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자에 나선 작품이다. 제작자로서 이전보다 성장한 부분은 무엇이냐고 묻자 정우성은 "'나를 잊지 말아요'가 세상에 이 작품을 내놓고 싶은 영화인의 갈망에서 시작된 즉흥적인 도발이었다면, '고요의 바다'는 원작 단편 영화를 보고 좋다고 생각해서 스스로의 의지로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 때는 제작자이면서 배우로서도 참여했기 때문에 제작자로서 미숙한 점이 많았다. '고요의 바다'는 완성도나 호불호를 떠나 제작사로서 돌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충실히 임했던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이 제작자라서 가지는 기대만큼, 정우성이라서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을까. 정우성은 "당연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 해내야 한다는 긍정적 책임감이 나를 이끌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르겠지만, 항상 정우성이 제작자라 주어지는 무거운 채찍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다른 제작자분들은 자신의 작품을 많이 알리고 싶어도 기회가 없으니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제작자로서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게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고요의 바다'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즌2 가능성은 팬 여러분들이 결정지어 주지 않을까. 한윤재(공유 분) 대장이 과연 죽었을지,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에 대한 궁금증과 상상력을 일으키는 게 시즌제 엔딩이 가지는 절대 요소라고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의 앞으로의 여정을 얼마만큼 원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에 배우로 출연했다면 어떤 역할에 출연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묻자 정우성은 "시리즈 물로 결정되면서 출연 생각은 벗어던졌다. 누가 한윤재 대장을 할까 설레하며 기다렸는데 그 역할을 공유가 흔쾌히 응해줬다"며 "난 목소리로 출연 했다. 그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는 아직 숨겨져 있다"고 밝혔다.

'고요의 바다' 정우성./사진제공=넷플릭스


정우성은 올해 배우, 감독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간다. 최근 이정재 감독의 작품 '헌트' 촬영을 마쳤고, 오는 2월 영화 '서울의 밤' 촬영에 들어간다. 정우성이 연출한 영화 '보호자'도 올해 중순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헌트'는 정우성, 이정재가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2년만에 한 작품서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이에 정우성은 "'헌트'는 이정재 배우와 아주 긴 시간 끝에 재회하게 된,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의미인 것 같다. 이 작품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하면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느냐가 숙제였기 때문에 촬영 내내 치열하게 했던 것 같다. '헌트' 역시 올해 극장에서 보여드릴 목표로 이정재 감독이 후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밤'은 2월 중순 촬영으로 준비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 될지, 어떤 캐릭터 디자인을 해야될 지 요즘 한창 고민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이정재는 계약금 1만 원에 정우성 씨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최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정우성은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이정재에게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써먹을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도.

앞으로 연출 혹은 제작 작품에 '1만 원의 약속'으로 이정재 씨를 캐스팅 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정우성은 "당연히 있다"면서 "작품으로 배우를 설득해야지 계약서로 협박해서는 안 될것 같다. 1 만원의 계약을 잘 쓰기 위해 배우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안하는 게 나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이정재는 '고요의 바다' 스페셜 땡스투에도 첫 번째로 이름 올릴 정도로 정우성에겐 각별한 사람이다. 정우성은 "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행위를 넘는 커다란 힘이 된다. 이정재 배우는 친구로서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저에게 그런 지지를 해주는 사람이다. '고요의 바다'를 제작하며 피폐해진 모습을 보일 때도 큰 에너지를 북돋아주는 사람"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개인적인 소망을 묻자 정우성은 "내가 취미 생활이 없다. 많은 걸 배워보고 싶긴 한데"라며 이렇게 말헀다.

"최근 이정재 씨와 잠깐 만날 시간이 있었어요. 이야기 중에 악기를 배우고 싶은데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무엇을 배울까 고민하다가 휘파람이라도 잘 불어야겠다고 말했죠. 휘파람은 악기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호흡으로 리듬만 타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정재 씨가 엄청 웃더라고요. 하하."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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