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옷소매 붉은 끝동' 방송 캡처
'옷소매 붉은 끝동' 이준호가 이세영과 가족이 됐지만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지난 1일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최종회가 방송됐다.

성덕임(이세영 분)은 화빈(이서 분)의 모략으로 인해 사통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사통의 상대로 오해 받는 상대가 친오빠인 성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산은 성덕임을 구하기 위해 그날 밤 침전에 들라고 명했다.이산은 "나는 널 참 여러 번 빼앗겼어. 그때마다 속이 타들어갔지만 아무 말 못했지. 더는 그리하지 않는다. 이제 두 번 다시 너를 빼앗기지 않아"라고 말했다. 또한 "날 연모하지 않는다 해도 넌 내 것이다. 더 이상 내가 없는 곳에서 홀로 울지 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상처받지도 마"라고 고백했다. 성덕임은 "저를 놓아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이산은 "오늘 밤 네가 정말로 나를 거부한다면 나는 너를 보내줄 것이다. 대신 두 번 다시 보지 않아. 오늘이 너와 나의 마지막이 되겠지. 내가 너를 연모한다. 너는 나를 연모하지 않아도 좋아"라며 성덤임의 손을 잡았다. 성덕임이 이산이 자신의 손을 놓으려던 걸 붙잡았다. 다음날 궐내에는 성덕임이 임금의 승은을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얼마 가지 않아 성덕임은 회임을 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산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성덕임에게로 달려가던 발걸음을 중궁전으로 돌렸다. 오래도록 자신과 함께해왔지만 자식을 보지 못한 중전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다음날 이른 새벽 이산은 성덕임의 처소를 찾았다. 이산은 "어제 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성덕임을 바라봤다. 이산은 "너를 닮은 딸이면 천지 분간도 못 하는 말괄량이 일 텐데 내 어찌 감당하겠느냐. 그래도 사랑스럽겠지. 너처럼. 의젓한 아들이든 천방지축 딸이든 정말 기쁠 거다. 아이와 함께 너와 내가 정말 가족이 되는 거니까"라며 성덕임의 회임을 기뻐했다. 성덕임은 "신첩은 제가 궁녀가 아니고 전하께서도 임금이 아니라면 어떨까. 그저 평범한 사내와 여인으로 만났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라고 물었고 이산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이산은 성덕임에게 마땅할 의(宜)를 써 의빈이라는 빈호를 내렸다. 성덕임은 "의에는 좋아한다는 의미도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이산은 "알면서 뭘 묻지? 너는 예전에 내게 말했지, 절대로 날 연모하지 않을 거라고. 지금도 그러하냐?"고 되물었다. 대답 없는 성덕임에게 이산은 "상관없다. 어차피 넌 내 것이니까"라며 끌어안았다.


성덕임은 아들을 낳았다. 아들은 세자가 됐지만 얼마 가지 않아 홍역으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성덕임은 이때 홀몸이 아니었고 홍역에 대한 면역이 없는 상태라 죽은 세자를 볼 수 없었다. 성덕임은 큰 슬픔에 곡기를 끊고 앓아 누웠다.


이산은 "아이를 잃은 건 너만이 아니다. 도성에서만 벌써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죽었어. 나라 전체에서는 얼마나 죽었는지 수도 세지 못했고. 이것이 아는 사람의 행동이냐. 네가 입는 것, 먹는 것, 머무는 모두가 백성들이 바치는 조세에서 나온다"고 괜히 더 나무랐다. 또한 "너는 세자의 친모이고 용종을 잉태한 정1품 빈이다. 어떤 슬픔을 겪든 백서들 앞에서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라. 그것이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니까"라고 말했다. 성덕임은 "신첩은 원한 적 없사옵니다. 정1품 빈이 되기를 원한 적 없사옵니다. 원치도 않는 것을 얻었다 하여 무조건 참고 인내해야 하옵니까. 제 배로 낳은 아이가 죽었는데 마음대로 슬퍼할 수조차 없습니까"라며 애원했다. 이산은 "세자만이 우리 아이가 아니다. 우리에겐 아직 아이가 있어. 배 속의 아이는 너만을 의지하고 있다. 친아비인 나조차 돌볼 수 없어. 그 아이에겐 오직 너뿐이야. 과인이 어린 세자를 지키지 못했지. 난 얼마든지 미워해도 좋아. 그래도 어미로써 해야 할 일을 해다오"라고 부탁했다.이후 성덕임은 이산을 찾아가 "아이를 잃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며 그를 위로했다. 이산은 그런 성덕임의 몸에 신열이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덕임은 그대로 쓰러졌고 며칠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성덕임은 서상궁(장혜진 분)에게 "시간이 없으니 빨리"라며 동무들을 불러오라고 시켰다. 하지만 서상궁은 이산에게 이 사실을 먼저 알렸고, 이산은 급히 성덕임에게 왔다. 성덕임은 "전하께서는 괜찮으실 겁니다. 지키셔야할 게 아주 많으니까요. 전하께서 지키셔야할 것들이 오히려 전하를 지켜드리겠지요. 제 동무에겐 저밖에 없는데 두고 가는 게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산은 "내가 잘못했다. 네가 여전히 궁녀였더라면, 후궁이 되라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성덕임은 "전하, 정녕 신첩을 아끼셨사옵니까?"라고 물었다. 이산이 "그렇다"고 하자 성덕임은 "그럼 부디 다음 생에서는 신첩을 보시더라도 모르는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 주시옵소서. 전하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미워하는 것도 아니옵니다. 그저 다음 생에는 신첩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것이 옵니다"라고 청했다. 이산은 눈물을 흘리며 "너는 나를 조금도 연모하지 않았느냐? 아주 작은 마음이라도 내게는 주지 않았어?"라고 물었다. 성덕임은 "아직도 모르시옵니까. 정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멀리 달아났을 것이옵니다. 결국 전하의 곁에 남기로 한 것이 제 선택이었음을 모르시옵니까"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이산은 "내가 잘못했다. 제발 가지 마라. 나를 두고 가지 마라"라며 오열했다.

이산은 성덕임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그를 잊지 못하며 괴로워했다. 성덕임을 다시 떠올린 건 잊고 살겠다 결심한 후 세월이 한참 흘러서였다. 제조상궁이 된 배경희가 가져온 의빈의 유품에는 온통 이산과 추억이 담긴 물건뿐이었다. 이산은 "나에게 다음 생에 아는 척도 하지 말라 그랬어. 그저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라고"라고 말했다. 배경희는 "전하, 의빈은 단지 작은 허세를 부렸을 뿐이 옵니다. 그 작은 허세라도 부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말하였나이다. 알고 계시옵니까. 분명 의빈 역시 진심으로 전하를"이라 전했다. 이산을 배경희의 말을 막으며 "내가 왜 네 입에서 그 사람의 진심을 들어야 하지? 다른 이의 입에서는 들을 필요 없어. 방자하게 굴지 마라"고 발끈했다.

이후 이산은 건강이 쇠약해졌다. 침상에 누워 치료를 받던 이산은 혼자 있고 싶다며 모두를 물렸다. 이산을 꿈에서 성덕임과 행복했던 과거 일들을 다시 겪었다. 처음에는 이 일들이 현실이라 여겼지만 얼마 가지 않아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덕임은 "모두가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했다. 하지만 이산은 가지 않았다. 이산은 "오랜 세월이 흘렀고 가끔씩 나도 잘 모르겠다 생각했어. 네가 정말 그리운 건지 지난 세월이 애틋하게 미화된 건지. 이제는 안다. 나는 널 그리워했고 너와 함께 했던 시절을 그리워했어. 두 번 다시 이 손은 절대 놓지 않는다"고 다짐했다. 성덕임이 "아직은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마땅히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시라"고 하자 이산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며 "날 사랑해라. 제발"이라고 답했다.

성덕임은 미소를 지으며 이산을 끌어안았고 입을 맞췄다. 이산은 '이것이 과거라 해도 좋다. 꿈이라 해도 좋아. 죽음이어도 상관없어. 오직 너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바랄 것이다. 이 순간이 변하지 않기를.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이라 생각했다. 성덕임은 '그리하여 순간은 곧 영원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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