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이영애 주연 '구경이', 첫회 시청률 2.6%
연출·음악·연기 호평에도…JTBC 부진의 늪 탈출구 없나
'구경이' 메인 포스터./사진제공=JTBC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구경이' 시청률 굴욕, 무너진 JTBC 왕국에 시청자가 있을리가

배우 전도연, 고현정에 이어 이영애까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들의 화려한 귀환도 JTBC 드라마 시청률의 날개를 달아주진 못하는 모양새다. 이영애의 4년만 복귀작임에도 새 토일드라마 '구경이'가 첫회부터 2%대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배우와 작품만의 문제일까. 장기적인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 고정 시청층을 잃어버린 JTBC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기대하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일 듯하다. JTBC는 올해 최악의 드라마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흥행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이 '전무'한 상황이고, 다섯 작품이 최저 시청률 1%대를 찍었다. 조승우, 박신혜 주연의 기대작으로 꼽힌 '시지프스' 역시 마지막 회 4.4%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퇴장했다. 최고 시청률 20%를 돌파했던 '부부의 세계'(2020), '스카이 캐슬'(2019)의 영광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에 JTBC가 하반기 히든카드로 선택한 게 바로 톱 여배우들. 전도연, 고현정, 이영애 등 내로라하는 대표 여배우들의 복귀작을 줄줄이 편성하며 시청률 반등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전도연 주연의 토일드라마 '인간실격'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어두운 분위기로 인해 대중성을 잃어버렸고, 1%대 시청률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현재 방송 중인 고현정 주연의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단편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한 '너를 닮은 사람'은 불륜 서사와 함께 숨 막히는 인물 간의 심리전과 존재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 등을 담아냈지만, 시청률은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JTBC '구경이' 방송 화면.


이러한 상황 속 이영애 주연의 '구경이'가 지난 30일 출격했다. '구경이'는 일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이영애 분)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으로, 이영애가 '코믹'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도전을 알려 많은 관심이 쏠린 작품이다.

베일을 벗은 '구경이'는 상상 이상. 무엇보다 트렌디한 연출이 눈에 띄었다. 바퀴벌레의 움직임을 통해 구경이의 집안 상태를 훑고, 회상 장면에서의 실종 전단지를 현재 시점에서 가져오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을 하는 등 만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여기에 구경이와 케이(김혜준 분)를 교차로 보여주면서 마치 케이를 구경이의 어린 시절로 착각하게 만들어 놓고는, 마지막에 구경이와 케이의 만남을 한 장면에 담으면서 화면톤을 변화시키는 반전 엔딩으로 짜릿함을 선사했다. 케이는 구경이의 어린 시절이 아닌, 고양이를 죽인 수위 아저씨를 죽이기 위해 막걸리에 약을 탄 범죄자였기 때문. 특히 김혜준은 "죽이려고 했는데 모자랐나 봐"라며 해사한 얼굴로 살인을 감행해 소름 돋는 존재감을 뿜어냈다. 이영애 역시 기존 이미지를 깨부순 파격 변신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적재적소에 사용된 BGM도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영화 '명량', '극한직업', 드라마 '스카이 캐슬' 등을 작업했던 김태성 음악감독의 저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사진=JTBC '구경이' 방송 화면.
그러나 시청률은 기대와 달리 '폭망'한 수치를 나타냈다. 전작 '인간실격'이 1~2%대를 기록했던 죽은 자리라는 핸디캡과 오후 10시 30분이라는 늦은 시간대의 영향도 컸다. 지상파나 tvN 등 고정 시청자들이 많은 채널과 달리 현재 JTBC는 시청층이 많이 빠져나갔기에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한계 역시 존재한다. 최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의 경우 전작 '갯마을 차차차'가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전지현 주연에 김은희 작가 신작이라는 대대적인 홍보로 첫회부터 9.1%를 기록한 것과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경이'에게도 희망은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되고 있기에 넷플릭스를 보고 유입되는 시청자들이 나올 수 있고, 코믹과 스릴러가 섞인 대중성에 재미까지 잡는다면 점차 입소문이 퍼지며 시청층이 생길 수 있다.

시작은 미약했던 '구경이'의 끝은 창대해질 수 있을까. 무너진 JTBC를 살릴 회심의 카드가 될 지, 반전 없는 추락의 길을 따라가게 될지 '구경이'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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