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월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여과 없이 짚어드립니다.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입체적인 분석과 과감한 비판을 쏟아냅니다.AOA 사건이 '소설'이라면 장르는 아마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일 터다.
등장 인물은 피해자라 주장하지만 반복된 기행으로 민심을 잃은 권민아와 '내 잘못'이라며 팀을 탈퇴하고 연예계를 은퇴했지만, 대화록 공개로 여론을 뒤집은 지민이다. 또 예나 지금이나 관망하는 FNC엔터테인먼트도 있다.
지난해 7월 권민아의 폭로로 터진 'AOA 괴롭힘 논란'은 1년도 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됐던 지민은 연예계를 떠났지만, 권민아가 잊을 만하면 지민을 거론했기 때문. 초반에는 모두가 권민아의 편을 들어줬다. 우울증과 자해 흔적들은 권민아를 더 불쌍하게 만들었지만, 기행에 가까운 행동이 계속 되자 급격한 피로감을 느꼈다. 이 절묘한 시기에 권민아와 지민, 그리고 2017년 팀을 탈퇴한 초아까지 AOA 멤버들의 이야기가 담긴 128분간의 대화록이 공개됐다. 권민아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호소했고 지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사과를 반복했다. 초아는 두 사람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했다.
대화록이 공개되면서 권민아와 지민의 상황이 달라졌다. 권민아는 피해의식이 심했던 민폐 멤버, 지민은 모진 말과 행동은 했지만, 리더였기에 모든 걸 감내한 것으로 바뀌었다. 도가 지나친 발언들과 바람 의혹, 호텔에서 흡연한 뒤 거짓말 등으로 권민아에 대한 동정여론이 비호감으로 바뀐 것도 한 몫했다.
여론은 지민에게 우호적으로 흘러갔다. 머리를 숙이고 다닌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글과 설현과 사진전을 찾았다는 목격담이 앞다퉈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민이 AOA 시절 리더로서 잘했다는 과거 방송글이 업데이트 됐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FNC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대화록부터 권민아가 지민에게 보낸 폭언, 권민아가 매니저에게 '갑질'을 한 문자까지 모든 기록들은 권민아를 유죄로 지목한다.
일각에선 지민의 복귀를 염두에 둔 FNC의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지민은 은퇴를 선언했지만 소속사 FNC와는 계약을 해지하지 않아 아직 FNC 소속이다. 연예인들이 은퇴를 번복한 경우가 있었으니 지민이 다시 복귀를 해도 이상한 그림이 아니다. 대화록으로 인해 권민아와 지민의 관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는 건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AOA의 논란에 확실한 가해자가 있다면 그건 소속사 FNC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활동만 돌릴 뿐 멤버들을 인간적으로 마음 써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멤버들의 갈등이 곪아 썩을 동안 중재는 하지 않았다. AOA란 나무의 성장은 나몰라라하고 빨대만 꽂아 수액만 걷어간 모양새다.
이러한 부분은 대화록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멤버들은 극한의 스케줄에서 모두가 예민했다. 스스로를 돌볼 시간도 없었으니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다. AOA는 겉으론 어찌저찌 굴러갔지만 정서적으론 피폐해진 상태였다. 유독 불안정한 정서였던 권민아는 지민의 무심한 말에 상처를 받았다. 작은 갈등이 반복되면서 큰 틈이 생기고 있었지만, FNC는 모든 걸 리더인 지민에게 맡기고 봉합할 시간조차 갖지 않았다.
모든 소속사는 소속 연예인이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성실히 매니지먼트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활동 중 육체적·정신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회복을 도울 책임이 있다. 하지만 FNC는 의무와 책임을 지지 않았다.
1년 전에도 지금도 FNC는 "권민아가 잘못될 것을 우려"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티가 나는 언론 플레이만 할 뿐. 영화에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있는데 이 갈등의 스토리엔 '나쁜 놈'과 '나쁜 놈'으로 '이상한 놈'이 된 캐릭터 뿐이다. FNC가 처음부터 갈등을 원만하게 조율했더라도 AOA와 2명은 최악의 결말은 맞았을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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