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하이클래스' 대사로 '스카이캐슬' 저격
"대치동은 중산층, 의대 나와 봐야 월급쟁이"
다름 강조했지만, 비슷한 느낌에 몰입도 약한 전개
'하이클래스' 대사로 '스카이캐슬' 저격
"대치동은 중산층, 의대 나와 봐야 월급쟁이"
다름 강조했지만, 비슷한 느낌에 몰입도 약한 전개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얼마 전에 '스카이캐슬'인지 하는 드라마 있었죠? 그거는 대치동 중산층 입시성공기예요. 진짜 '하이클래스'들은 그렇게 죽자고 의대 목숨 안 걸어요. 의대 나와 의사 해봤자 결국 월급쟁이인데. 의사 변호사가 돈 많이 벌던 시대는 이제 끝났잖아요."
첫 회부터 경쟁사 JTBC 흥행작인 '스카이캐슬'을 대사 속에서 대놓고 꼬집으며 우리가 진정한 '상류층'이라고 어필한 tvN 새 월화드라마 '하이클래스'. 그러나 이런 자신감에 비해 몰입도나 긴장감, 설정들은 그간 상위 0.1%를 다뤄왔던 드라마들보다 어딘지 모르게 빈약하고 아쉽다. 의문의 죽음부터 치정, 입시, 미스터리까지 너무 많은 것들을 따와서 섞은 '짬뽕'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하이클래스'는 오로지 상위 0.1%만이 입성할 수 있는 제주도에 위치한 초호화 국제학교에서 죽은 남편의 여자와 얽히며 벌어지는 치정 미스터리로, 방송 전부터 상위 0.1% 부자들이 모여 사는 캐슬에서 자식을 최고로 키우려는 부유층 사모님들의 치열하지만 헛된 욕망을 다룬 '스카이캐슬'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하이클래스'는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그놈의 강남 대치동 타령 신물 나. 그렇게 서울의대 나온 애들, 우리 병원 내 밑에서 나한테 월급 받고 있는데?"라고 강하게 못 박으며 '스카이캐슬'을 중산층 드라마로 낙인찍었다. '하이클래스'는 국내가 아닌 해외 대학을 목표로 초등학교 때부터 '그들만의 리그'인 국제학교에 입학하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라고 말이다.
그러나 막상 첫 회 전개는 '스카이캐슬'가 상당히 비슷한 구조를 보였다. 강력한 유대관계로 얽혀있는 주민들의 울타리 안으로 이사 오는 '외지인' 가족, 그 사이를 겉돌고 어울리지 못하는 주인공, 자신의 자식을 밀어내고 입학한 주인공의 자식을 향한 질투와 분노까지 '스카이캐슬'의 초반 전개를 답습한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하이클래스'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스카이캐슬'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하이클래스'는 조여정 남편 안지용(김남희 분)이 결혼기념일 의문의 요트 사고로 실종, 사망하게 되고 조여정이 살인범으로 의심받은 상황을 추가해 미스터리를 더했고, '이 안의 죽은 내 남편의 여자가 있다'라는 포스터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치정물까지 더해 드라마 '부부의 세계', 'VIP'를 연상시키게 했다.
이렇듯 많은 '자극적' 소재들을 첨가했음에도 '하이클래스'는 초반부터 강력한 긴장감을 선사하진 못했다. 물론 아직 밝혀져야 할, 펼쳐져야 할 이야기들이 많고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긴 하지만,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고, 배신의 실체를 확인하며 변모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부부의 세계'와 아들의 절연 선언에 총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명주(김정난 분)의 죽음 엔딩 등 첫 회부터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화제작들에 비하면 힘 빠지는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베드신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인해 대중의 기대에 못 미쳤고, 남편 안지용의 죽음은 큰 임팩트로 다가오지 않았다. 'HSC 국제 학교' 학부모들은 상위 0.1%라고 하기엔 화려함이나 우아함, 혹은 권위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연기 역시 '복불복'. 특히 남지선(김지수 분)의 첫째 아들은 기존 아역들보다 나이대가 있음에도 경악 수준의 '발연기'를 보여줬다.
그 속에서 분투하는 조여정의 연기는 일품이다. 크게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없음에도 흡입력 있는 목소리와 표정, 정확한 딕션으로 극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줬다. 그러나 조여정만으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건 한계가 있다. 색다를 것 없는 부유층들의 이야기, 집단 내 따돌림, 불륜과 치정들의 이야기를 '하이클래스'는 어떠한 '새로운' 매력으로 녹아낼지,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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